*가능하시면 BGM 재생하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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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안정되었고, 세계는 평화로워졌다.

제로는 원래 혼란한 세상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들의 정식적 지주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불합리함에 맞서 싸우는 존재. 그 존재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고, 많은 사람들이 투쟁에 나섰다. 그 결과, 이제 세상은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 아직 많은 범죄들이 존재했지만, 그 정도는 제로가 나서지 않아도 경찰이나 시민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제로가 나서야 할 정도로 큰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큰 힘을 갖고 있는 제로의 존재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뿐이었다. 언젠가 제로가 변해서 사람들을 지배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줄 뿐이었다.

이제 이 세상에 제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이 세상의 완전한 평화를 위해, 제로는 사라져야만 했다.



한 때 제로와 맞서 싸웠지만 이제는 제로라 불리는 사내는 어두컴컴한 방안에 홀로 앉아있었다.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났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친한 친우를 잃고 자신마저 잃고 살아왔다. 

소중한 사람이 원한 모두가 행복한 세계를 보고 싶어서, 친한 친구가 맡긴 세계를 포기할 수 없어서 자신을 희생시켜왔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 이 불행한 연극도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유피."

스자쿠는 자신이 끝끝내 지키지 못했던 소중한 이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던 이름이지만 입 밖으로 내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어쩐지 웃음이 났다. 이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게 이렇게 낯설 줄이야. 이런 상황이 너무나 슬퍼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가 부여받은 기사의 임무는 황녀의 보호. 그러나 그는 그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의 나라의 오랜 전통에 의하면 주인을 지키지 못한 사무라이는 할복을 함으로써 속죄를 한다고 한다.  스자쿠는 오랜 시간 자신과 함께 해왔던 검을 양손으로 잡고 칼날이 자신을 향하도록 높이 치켜들었다. 이미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녀를 지키지 못한 속죄를 해볼까한다.

날카로운 속죄가 그의 배를 관통했다.


이제 곧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천국에 갔을 테지만 난 지옥으로 떨어질 테니까. 그치만, 그렇지만,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스자쿠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이내 그는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한순간 사라졌던 모든 감각들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스자쿠는 눈을 떴다. 아까까지 느껴지던 배를 찌르는 듯 한 고통도, 뜨뜻미지근한 피의 감촉도 모두 사라진 채였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끝없이 펼쳐져있는 회색의 공간을 바라보며 스자쿠는 자신의 죽음을 실감했다. 모든 색채를 물에 씻어낸 듯 한 그 공간은 너무나 고요했다. 그의 주위엔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했다. 어떤 사람도, 어떤 물체도 그 무엇도 없었다.


그런가, 역시 죽어서도 그녀를 만나지 못하는 건가.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에 피식 웃곤 고개를 떨궜다. 죽기 전에도, 심지어 죽어서까지도 그는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항상 머리 한구석에선 그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끝내 그는 그녀를 만나지 못하리라. 그 사실이 그를 허망하게 만들었다. 스자쿠는 망부석이 된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때, 소년 앞의 바닥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스자쿠."

앞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스자쿠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는, 너무나 만나고 싶었던 분홍빛 머리의 소녀가 서있었다.

"고생 많았어요. 수고했어요. 힘들어도, 외로워도 버텨줘서 고마워요. 모든 걸 떠안게 해서 미안해요."

변함없이 상냥한 목소리로 읊는 다정한 말들이 스자쿠를 감싸 안았다. 여전히 그녀는 그에게 과분할 정도로 상냥한 사람이었다. 차오르는 눈물이 보고 싶었던 그 얼굴을  자꾸 흐리게 만들었다.

스자쿠는 손으로 눈가를 닦아내며 계속 쏟아지려는 눈물을 멈추려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눈물샘은 그의 의지를 배반하고 하염없이 물방울들을 흘려보냈다. 한참 눈가를 비비던 스자쿠는 다시 고개를 떨구며 흐느꼈다.


"유..피..난....나는.."

"이제 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울음에 가로막혀 말을 잇지 못하는 스자쿠를 바라보던 소녀는 소년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한걸음 다가온 그녀는 스자쿠의 머리 위에 살포시 양손을 얹고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머리 위에 얹어진 무게감이 그녀의 기사로 임명받던 날을 떠올리게 해 스자쿠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끊임없는 악몽 속에서 그를 꺼내주었다. 괜찮다는 한마디의 말이 스자쿠가 지금까지 떨쳐내지 못한 짐들을 모두 내려놓게 만들었다.


"사실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는 모습에 조금 화가 나긴 했지만"

화가 난 듯 단호해지는 목소리에 스자쿠는 살짝 몸을 경직시켰으나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곧 몸의 긴장을 풀었다.


"어쩔 수 없죠. 스자쿠는 상냥하니까. 뭐라 하지 않을게요."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등까지 쓸어내려왔다. 메말라 비틀어져가던 그의 마음에 행복이 차올랐다. 눈에선 계속 눈물이 흐르는데 입가엔 행복한 미소가 서렸다. 스자쿠는 이 일들이 모두 꿈속의 일 같아 손등을 살짝 꼬집었다. 찌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그런 스자쿠의 행동을 본 소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뭐라 말을 하진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여기는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한 장소는 아닌 것 같네요, 그쵸?"

스자쿠의 머리에서 손을 뗀 소녀는 밝게 웃었다. 그러곤 지금까지 내뱉은 말들 중 가장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 이제 나랑 같이 가요. 스자쿠."


자신의 눈앞에 내밀어진 손을 쳐다보던 스자쿠는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옮겼다. 새하얀 손, 가느다란 손목, 가냘픈 어깨와 그 위에 흐트러져 있는 분홍빛 머리카락.

드디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유페미아의 얼굴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여전히 티 없이 맑은 보라색 눈동자가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없이 투명한 눈동자 옆에는 작은 이슬이 맺혀있었다. 스자쿠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눈치 챘는지 유페미아는 한쪽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곤 해맑게 웃었다. 황녀라는 것을 모르고 처음 만났던 그때와 똑같은 미소였다.


그 미소에 홀린 듯 유페미아를 바라보던 스자쿠는 이내 유피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둘 주위에 무수히 많은 꽃들이 피어났다. 무채색뿐이었던 공간을 색색의 꽃들이 수놓아갔다. 그와 함께 많은 것들이 빠르게 여러 색채로 덧칠해졌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 쬐고,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고 시작했다. 싱그러운 푸른빛들이 피어나며, 향긋한 녹음이 나기 시작했다. 물감에 물을 한껏 섞어 칠하듯, 하늘에 푸른빛이 번져나갔다. 소녀의 분홍빛 머리와 같이 소녀의 뺨이 발그스레 물들어나갔다. 

잿빛에 익숙해졌던 눈에 한순간 많은 색들이 흘러 들어와 눈이 핑글핑글 도는 듯 했다.

가슴 속에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감정들을 터뜨리듯 세상이 환하게 변해갔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구원, 그 자체였다.


스자쿠는 유페미아의 손을 잡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끌어안는 힘이 너무 강해 소녀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붙잡아오는 손짓이 너무 간절해 아무런 말없이 그를 똑같이 안아주었다.

"유피.. 유피..."

"네? 왜 그래요, 스자쿠?"


스자쿠는 유페미아의 어깨를 붙잡고 자세를 낮춰 그녀와 시선을 맞추곤 옅게 웃으며 말했다.

"보고..싶었어요, 유피."

스자쿠는 너무 오랜만에 짓는 미소라 이상해 보이진 않을지 걱정했다. 그의 걱정과 달리 붉게 부어오른 눈가에 떠오른 미소는 소녀의 시선을 뺐을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멍하니 스자쿠를 쳐다보던 유페미아는 곧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얼굴과 똑같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저도. 저도 보고 싶었어요, 스자쿠."

유페미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자쿠는 소녀의 사랑스런 복숭앗빛 입술에 입을 맞췄다.


머나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난 둘을 축복하듯 여러 파스텔 톤의 색종이를 잘라 흩뿌리는 것 같은 꽃바람이 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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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렴 스자유피ㅠㅠㅠㅠㅠㅠㅠㅠ 제 최애컵입니다 너무 예쁜아이들입니다 흑흐흐흐규ㅠㅠㅠㅠㅠ


제 맘속에서 스자쿠는 분명 ㅈㅅ할꺼라 생각해서... 누구에게 당할만한 실력을 가진 아이는 아니니 분명 그럴것 같았....기어스가 걸려있긴 하지만 를루슈가 없으니 이제 효력이 없지 않을까요..? 사실 본지 너무 오래되서 정확한 설정이 기억이 안나는..

그 중간에 사무라이가 할복한다는 그건 그냥 제가 쓰고싶어서 끼워맞춘겁니다. 사실무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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