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사쿠라 온리전때 트친분들께 나눠드렸던 배포지 입니다!

약간 수위 있어요 ><

괜찮으신 분만 아래 더보기 클릭해주세요!

4페이지 맞추면서 쓴거라 스토리가 급 전개입니다..양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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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BGM 틀고 감상해주세요!!

*그대의 봄 上 에서 이어집니다. 앞편 보고 와주세요!( http://cheeshana.tistory.com/11 )

*원작 파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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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분홍 머리의 여인이 해맑게 웃으며 옆에 앉아있는 검은 머리의 남성에게 물었다.

“남자일까, 여자일까?”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가을이라 그런지 나뭇잎은 여전히 푸르렀다. 여인의 눈과 닮은 푸르른 녹빛이 냇가에 투명하게 비치고 뒤늦게 나온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그 사이를 가득 메웠다.

“글쎄...”

“아들이었음 좋겠다거나 딸이었음 좋겠다거나 하는 것도 없어?”

“흠...”

예상보다 뜨뜻미지근한 그의 반응에 사쿠라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자기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해 죽겠는데 별 관심 없다는듯한 그의 반응이 사쿠라를 뾰로퉁하게 만들었다. 그런 사쿠라의 행동이 귀여운지 사스케는 애정이 흘러 넘치는 눈으로 사쿠라를 쳐다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딸이던 아들이던 어느쪽이던 좋지만, 딸이라면 널 닮았으면 좋겠군.”

사쿠라는 그 말이 뭐라고 자신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사스케를 쳐다봤다. 역시 자신은 이 남자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살짝 삐졌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끼며 사쿠라는 말했다.

“하긴! 사스케군 애니까 아들이던 딸이던 예쁠꺼야!!”

그 말에 사스케는 기뻐해야하는지 싫어해야하는지를 몰라 애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네가 훨씬 예쁘니 딸이라면 널 닮으면 좋겠다.”

사스케의 결정적인 한마디에 사쿠라의 얼굴이 붉은 단풍잎마냥 달아올랐다. 아직 주변의 어떤 나무도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네가 먼저 물들어버렸냐고 놀리듯 시원한 바람이 살랑이며 불어왔다. 그런 사쿠라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사스케는 무언가 생각난 듯 사쿠라에게 말했다. 

“음... 차크라로 잘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에- 그치만 그러면 재미 없잖아. 확실히 차크라의 흐름으로 남녀를 구분하는 법을 배운적이 있긴 하지만-”

사스케의 말에 정신차린 사쿠라는 방금 전 그처럼 살짝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어느 때처럼 모든 근심을 잊게 해주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어느 쪽이던 우리 애면 사랑스러울테니까. 남잔지 여잔지 아는 기쁨은 나중으로 미뤄둘래.”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스케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살짝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무언가 생각난 듯 그녀가 말을 꺼냈다.

“그런데, 우리 애 이름 지어주지 않을래?”

“이름?”

“응, 이름. 맨날 우리 애, 우리 아기라고만 부르고 있잖아.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서 불러 주는게 좋지 않을까?”

“흠..그도 그렇군.”

그 말을 끝으로 둘 모두 생각에 잠겼다. 마땅히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 듯 사쿠라는 혼자 끙끙거리며 머리를 싸맸다. 떠오르는 이름 모두 너무 남자아이 같거나 여자아이 같은 느낌의 이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들인지 딸인지 알아보자고 할걸. 방금 전 멋있는 말을 외쳐놓고 지금와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부터 알아볼까?라고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 사쿠라는 더욱 더 깊은 고민에 잠겼다. 중성적이지만 귀여운 그런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게 떠오르지 않았다.

“사라다..어떤가?”

“사라다?”

“응, 사라다. 네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합쳐서 사라다.”

“흐음...사라다라..”

심판대에라도 올라간 듯 사스케는 마음을 졸이며 사쿠라의 반응을 살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때 보다도, 아니 사쿠라에게 프로포즈 했던 거 빼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사스케의 긴장을 날려버리듯 사쿠라는 시원하게 말했다.

“좋다! 귀엽고! 남자여자 구분 안해도 되는 이름이고! 그러면 사라다로 결정!”

“그렇게 쉽게 정해도 되는건가?”

“뭐-아무렴 어때! 사스케군이 지어준 이름이니까 괜찮을 거야.”

당당하게 외치는 사쿠라의 말에 사스케는 어쩔수 없단 듯이 피식 웃었다.

“당신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

다시금 입을 맞춰오는 사스케에 사쿠라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당신!”

잘 곳을 정리한 후 주변을 탐색하던 사스케를 큰소리로 부르는 목소리에 사스케는 부리나케 그녀의 옆으로 달려왔다.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걱정하며 그녀의 옆으로 재빠르게 다가갔다. 그런 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쿠라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스케는 한숨을 내쉬며 가쁜 숨을 골랐다.

“방금! 사라다가 움직였어! 이리 와봐.”

그 말이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지 사스케가 순간 얼어붙었다. 엉거주춤 자신의 옆으로 와 앉는 사스케를 보며 사쿠라는 더욱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배로 갖다 댔다.

“봐봐, 당신. 사라다, 네 아빠가 너 빨리 보고 싶대.”

사쿠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기도 그렇다고 대답하듯 사쿠라의 배에 통통 거리는 진동이 울려 퍼졌다. 그 진동에 사스케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쿠라의 배와 사쿠라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사스케를 보며 사쿠라는 웃었다.

“자, 당신도 한번 불러봐. 분명 좋아할 거야.”

“....사라다..?”

사스케의 한마디에 아까보다 더 격렬한 진동이 사쿠라의 배를 통해 전달되었다. 자기도 아빠를 보고 싶다고 발버둥을 치는 것 같았다. 그 진동이 신기해 사스케는 사쿠라의 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안에 그와 그녀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새로운 생명이 그녀의 몸 안에서 자리잡고 있었다. 그 사실이 사스케 안에 무언가를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사스케는 사쿠라를 와락 끌어안았다.

“사쿠라. 고마워.”

그 말에 사쿠라는 눈을 크게 뜨고 두어번 깜빡였다. 이내 살짝 들썩이는 사스케의 등을 보곤 사쿠라도 그를 끌어안고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천만에, 사스케군.”

"..계속 사스케군이라고 부르는건가?"

"헤헤. 그치만 이미 습관이 되버렸는걸."

"그런가."

"그렇지."

실없이 이어지는 대화에 팔을 풀고 눈을 맞춘 둘은 기분 좋게 웃었다. 둘의 웃음소리가 고요한 밤을 떠들석하게 만들자 하늘의 달이 그 웃음소리에 화답하듯 부드러운 달빛을 내려보냈다.












험한 길을 걷기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앞서 걷고 있던 사스케는 뒤에서 들린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 사쿠라!?”

그의 뒤에는 제 자리에 주저앉은 사쿠라가 배를 부여잡은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흑...으윽...지...진통이...”

사쿠라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에 놀란 사스케가 빠르게 사쿠라를 안아들고 뛰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도와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은 딱 하나 뿐이었다.




“이대로는 안돼. 산모와 아기 둘 다 위험하다고!”

사쿠라의 귀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사쿠라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생각했다. 누구지? 그 뒤로 이어지는 낯익은 남성의 목소리에 한순간 긴장으로 몸을 경직시켰던 사쿠라는 살짝 몸에 힘을 뺐다. 두 남녀가 큰 소리를 내며 자신의 옆에서 싸우고 있었다. 한참을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던 사쿠라는 불현 듯 깨달았다. 아. 카린이구나. 

“사쿠라? 사쿠라!”

실눈을 뜬 사쿠라를 발견한 사스케는 빠르게 사쿠라 옆에 와 앉아 사쿠라를 불렀다. 산모를 배려해서인지 사쿠라가 있는 곳의 불빛은 그닥 밝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이 하얗게 보이는 것을 느끼며 사쿠라는 무언가를 직감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눈을 계속 깜빡이다보니 잘 맞지 않던 초점이 점점 맞아들어갔다. 어느 정도 주변의 물건들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사쿠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울상이 된 사스케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그의 표정이, 어릴적 봤던 그의 표정과 똑같아 안쓰러웠다. 좀 더 자세히 그의 얼굴을 보고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시야가 자꾸 검게 변했다 제대로 보였다를 반복했다. 사쿠라는 금방이라도 놓아버릴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들며 어두워진 시야로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사...스케...군.”

“사쿠라, 조금만 더 버텨라!”

“하나만, 약속해줘... 우리 애, 사라다... 잘 돌봐줘.. 혼자 두지 말고..“”


알고 있어, 사스케군?

꽃이 지고나면 그 자리엔 열매가 맺어.

꽃이 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열매가 맺을 수 없겠지.


“사라다를.. 잘 부탁할게.”


지금이 그때인거야.

새로운 생명이 무사히 태어날 수 있도록 내가 떠나야할 때가 온 거일 뿐이야.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마.


“사스케군...울지마..”

“사쿠라!!”

“사스케! 이대로 가면 둘 다 죽어! 둘 중 한쪽을 택해야해!”

카린의 다급한 목소리가 사스케와 사쿠라 모두에게 날아 박혔다. 어쩔줄 몰라 흔들리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사쿠라는 마음을 다잡았다. 사스케의 입에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사쿠라의 말이 그를 가로막았다.

“사쿠라를-”

“사라다를, 우리 아이를 살려줘.”

사쿠라의 말에 사스케가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사쿠라를 쳐다보았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 표정에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사쿠라는 마음을 다잡으며 잘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힘겹게 올려 미소지었다.

“난..괜찮아. 너와 함께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 아이를 위해서니까.”


우리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죽는다 해도 괜찮아. 네 옆에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넌 따스한 사람이니까 우리 아이도 잘 키워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 아이라면 네게 가족의 따스함을 다시 느끼게 해줄테니 너도 괜찮겠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인지 옅고 빠르게 호흡을 내뱉는 사쿠라를 보며 사스케는 절규했다.

“아니야. 안 돼, 사쿠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꺼야. 제발!”

“사스케군. 난 정말 괜찮아. 무섭지 않아. 네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해.”


사스케군, 부디 잘 지내줘.

더 이상 내가 너의 분홍빛이 되어주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내가 너의 유일한 동반자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소중한 것이 남아있으니까

함께 했던 시간들도, 함께 했던 얘기들도 전부 네 마음속엔 남아있을텐까

그리고 우리 아이, 사라다가 이제 네 곁에 있을테니까

부디 잘 지내주길 바라.


사랑하는 우리 아이, 사라다.

앞으로 네가 겪을 많은 일들을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네가 기억도 하지 못할 날에 먼저 떠나버리게 되어서 미안해.

하지만 한가지만 알아주렴.

난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너를 사랑하게 될거야.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란다.

너는 많은 사랑을 받을 아이란다.

그러니 너도 사랑을 아는 사람이 되어주렴.


항상 그대들의 삶이 아름다운 봄날같기를.

언제나 바라고 있을테니까. 



“울지마..당신..”

사쿠라는 힘겹게 손을 들어 올려 사스케의 두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울지말라는 말과 다르게 사쿠라의 눈가에도 약간의 물기가 어려있었다. 사스케의 손이 힘이 들어가지 않아 덜덜 떨리는 사쿠라의 손을 감싸잡았다. 그녀의 손은 매우 차가웠다. 평소 그녀의 손은 항상 사스케의 손보다 따뜻했는데 지금은 너무 차가웠다. 그녀에게서 온기가 사라져가는 것이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것처럼 느껴져 사스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사쿠라의 손을 붙잡고 흐느꼈다. 그런 사스케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사쿠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웃어보이는 것 밖에 없단 듯 처연하게 미소지었다.


사스케군.

넌 이미 잊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래전 내가 너에게 말했던대로.

내가 너에게 제대로 된 행복을 전해줄 수 있었던걸까나.


“지금까지 고마웠어, 사스케군. 사랑해.”



한창 따스하던 봄날, 먼저 피었던 꽃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맺었다.

떨어진 꽃잎 위를 한 남자의 눈물이 고이 덮었다.

끝을 슬퍼하는 울음과 시작을 기뻐하는 울음이 겹쳤던 날, 그들의 딸 사라다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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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주어요

더 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이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름답기를


<강인호 – 봄안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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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드디어 끝났내요! 사실 마지막에 저 시를 보고 이 내용이 떠올라서 쓰기 시작한거였는데 이래저래 참 오래걸렸네요..ㅋㅋㅋ

이 글은! 전에 아델리아님과 트위터에서 풀었던 썰을 기반에 두고있습니다.

사실 아델리아님과 풀었던 썰은 이 글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에요. 사쿠라가 난산으로 죽고, 홀아비가 된 사스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지만 딸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사쿠라에게 잘해주지 못했던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사스케! 이런 썰이었는데 썰 푼거 글로 쓴다고 해놓고 앞부분 내용을 써버렸네요ㅋㅋㅋㅋ 뒷부분은 아델님께....!! (아델님 : ???????????(날벼락

장난입니다 스릉합니다 아델님



글 읽어주신분들도 스릉합니다 사쿠라를...먼 세상으로 보내버려서...(죄책감....

다음 글은 꼭 해피해피한 엔딩의 글을 쓰고싶네요

상편과 하편사이의 간격이 길었는데 기다려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읽어주신 분들도 감사해요!

다음 글은 좀 빨리 써올수있길....!!!!










BGM 틀어놓고 감상해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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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편입니다. 다음편은 나중에 올라옵니다.

* 원작파괴 주의! 전에 트위터에서 아델리아님과 풀었던 썰을 소재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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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마음속에서 피어난 감정은 기쁨이나 설렘 같은 따스한 것들이 아니었다. 당혹감과 걱정으로 점철 된 두려움이 내 마음을 시커멓게 죽 내리그었다. 너의 옆에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얻어내긴 했지만 아직 네가 날 완전히 받아들인 것이 아니란걸 알기에 이 일로 인해 네가 더 이상 날 네 옆에 두지 않을까 두려웠다. 넌 물 위에 비친 달과 같아서 눈앞에 있지만 손을 뻗어도 잡히진 않던 사람이라 물 위로 던져진 새로운 생명이라는 돌로 인해 파문을 일며 부스러질까 무서웠다. 내 안의 이 생명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없애버릴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없애면 아무런 저항 없이 사라져버릴 생명체이지만. 이 생명은 내 아이였다.


 그냥 단순히 하나의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아이였다. 내 아이라고 인식한 그 순간부터 난 이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버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너에게 이 사실을 전할 용기는 여전히 나질 않아 내 속에만 몰래 숨겨두기로 했다. 한동안은 이 아이가 내 안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 티 나진 않을 테니까. 조금만, 조금만이라도 더 너의 곁에 있고 싶었으니까. 숨길 수 있을 때까지만 버티고 너의 곁에 있다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워졌을 때, 그 때 너의 곁을 떠나리라 다짐하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어보였다. 네가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평소와 똑같이 활기차게 너에게 인사하고 먼저 앞으로 걸어나 가버리는 너에게 달려가 팔짱을 끼고 네 옆에 앉아 반짝이는 밤하늘을 감상했다. 위태롭던 평화는 자신의 존재를 아빠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에 의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웁!”


 평소와 같이 마주앉아 저녁식사를 하던 중 사쿠라는 밀려오는 토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근처 풀숲으로 달려갔다. 예상치 못한 사쿠라의 행동을 멍하니 보고 있던 사스케는 곧 정신을 차리고 사쿠라를 쫓아갔다. 어떤 나무 근처에 앉아 토악질을 해대는 사쿠라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다가가던 사스케는 그녀의 외침에 발걸음을 멈췄다.


 “오지마!”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사스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처음으로 저를 밀어내는 사쿠라의 모습이 낯설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던 사쿠라가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러는 걸까. 이러저런 의문들이 마음속에 피어났지만 일단은 사쿠라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사쿠라.”


 한참을 제자리에 서 고민하던 사스케는 사쿠라를 부르며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내가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것은 나도 잘 안다. 난 항상 내 고민에 치여 너를 내버려뒀으니 네가 날 의지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치만 우린 이제 부부이지 않는가?“


 나무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사쿠라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사스케는 손으로 사쿠라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다정하게 쓸어주는 사스케의 손짓에 사쿠라의 속이 좀 진정된 듯 계속되던 토악질이 사그라들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쿠라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내렸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관계이다. 넌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너는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다. 제일 믿고 있는 사람이다. 가장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도 너에게 의지가 되고 싶다. 요즘 좀 이상해보여 물어볼까 했지만 너무 위태로워 보여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사쿠라. 무슨 일인지 내게 말해줄 순 없나?”


 다정하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목소리가 사쿠라를 끌어안았다. 예상치 못한 사스케의 말에 사쿠라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사스케는 훨씬 더 자신을 생각해주고 있었다. 딱 한마디면 전할 수 있는데 그 한마디를 꺼내는 것이 너무나 힘겨워 사쿠라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목에 투명한 막이 씌워져있기라도 한 듯 마음속을 맴도는 그 말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사스케는 조용히 흘러내리는 사쿠라의 눈물을 닦아주곤 사쿠라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고개를 들어 사스케를 쳐다보도록 만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눈동자와 투명하게 비치는 녹색 눈동자가 마주치는 순간 마법이라도 걸린 듯 나오지 못하고 있던 그 말이 사쿠라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기가...생겼어..”


 사쿠라는 차마 사스케의 표정을 볼 용기가 들지 않아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둘 사이엔 침묵만이 맴돌았다. 사쿠라의 볼에 올려져있는 사스케의 손에서는 조금의 떨림도 없었다. 한참이 지나도 사스케가 아무런 말이 없자 사쿠라는 살짝 실눈을 떠 사스케를 쳐다보았다. 사쿠라의 예상과 달리 사스케의 눈에는 당황이라던가 거부감이라던가 하는 그 어떤 것도 서려있지 않았다. 그저 사스케의 눈가에 눈물만이 맺혀있을 뿐이었다. 상상하지도 못한 그의 눈물에 사쿠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번이나 사스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사쿠라는 이를 어쩌지라고 생각하며 허둥대다 사스케를 와락 끌어안았다.


 “저..사스케군..그..싫으면...”

 “사쿠라. 고마워.”


 사스케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사쿠라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안에 완전히 가뒀다. 사쿠라는 고맙다는 사스케의 말이 무엇에 대한건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싫어할 리가 없지 않은가.”

 “....!”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사쿠라는 그의 옷가지를 쥐어 잡았다. 사쿠라를 감싸고 있는 그의 몸은 따뜻했다. 아무 말 없이 사스케를 끌어안고 있던 그녀는 울먹였다.


 “그러면...나 계속 사스케군의 옆에 있어도 괜찮아? 방해...되지 않아..?”

 “나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연히 옆에 있어도 된다, 사쿠라. 그리고 네가 내게 방해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쿠라의 물음에 사스케는 사쿠라를 좀 더 힘주어 안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에 사쿠라의 속에 지금까지 막아두었던 설움이 터져 나왔다.


 “무...무서웠어. 사스케군이, 사스케군이 아이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할까봐. 방해된다고 할까봐.”

 “그렇지 않다, 사쿠라. 매우, 정말로 매우 기뻐, 사쿠라. 고맙다.”

 “정말..정말로?”

 “응. 정말로. 너만 괜찮다면 낳아주지 않겠나? 우리 둘의 아이.”

 “응..응.”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사쿠라.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사쿠라. 앞으로 내가 더 노력 할 테니 우리 아이, 둘이서 함께 잘 키우자.”


 사스케는 계속 훌쩍이는 사쿠라를 끌어안으며 조곤조곤 따스한 말들을 속삭였다. 사쿠라는 눈물을 멈추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었다를 반복했지만 사스케가 우리 아이라고 말할 때마다 눈물이 터져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가 둘을 묶어 우리라고 불러주는 것이 행복했다. 우리 둘의 아이로 인해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것이 행복했다. 우리 둘의 아이를 행복하게 받아들여 주는 것이 그와 나 사이의 사랑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행복했다.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일방통행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나의 사랑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오히려 고마운 쪽은 내 쪽이었다.


 “응...사스케군..나도 고마워. 우리 아이. 같이 잘 키우자.”


 사스케의 품에서 빠져나온 사쿠라는 발갛게 부운 눈과는 상방되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사스케는 살짝 입가를 끌어올리며 사쿠라에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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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편으로 나눠서 올리게 되네요..ㅋㅋㅋㅋㅋ

한번에 올리려했는데 흑흑ㅠㅠ다음편..빨리 쓸수있길 빌어주세요..


그리고 이번엔 대사부분 다 한줄 띄어서 써봤는데 어떤게 읽기 편한가요?? 전에 글들은 대사부분 다 붙여서 썼는데 컴터로 볼때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것같아서 한번 띄어봤어요. 그냥 붙여서 쓰는게 더 읽기 편한가요??


"다녀왔습니다-"

어느 때와 같이 경쾌하게 인사를 하며 집에 들어오던 사라다는 부엌 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발걸음을 멈췄다. 사쿠라가 일을 가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라도 든 것일까? 사라다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인기척이 느껴 진 쪽으로 살그머니 다가갔다. 무언가 찾고 있었는지 부엌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그 난장판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새까만 저 사람은 분명.. 

".....파파...?"

사라다는 제가 본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사라다가 알기로는 사스케는 장기 임무를 나간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집에 오다니? 뭐, 언제는 연락하고 찾아 왔냐 만은 적어도 사라다가 아는 사스케는 임무가 끝나기 전에 집에 돌아올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 호카게님이 적어도 6개월은 걸릴 임무라고 하셨고, 사스케가 임무를 간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직 돌아올 때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사라다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스케가 왜 집에 와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사스케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라다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라다 왔구나."

"언제 집에 돌아오셨..아니 그것보다 뭐하고 계신 거예요?"

그랬다. 당장 중요한 것은 사스케가 왜 돌아왔느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사스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였다. 무엇을 했기에 부엌이 이 난장판이 되었으며 곤란하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서 있었던 것일까. 사스케는 그 물음의 답을 해주고 싶지 않은 듯 눈을 돌렸지만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사라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하려고."

"네?"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사라다에게 닿지 못했는지 사라다는 사스케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생일 준비 하려고.."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스케가 귀 끝까지 빨개 져서 어찌할 줄을 모르다 내뱉은 대답은 매우 의외의 것이었다. 사스케의 말에 사라다는 오늘이 자신의 엄마의 생일임을 떠올렸다. 묘하게 느껴지는 동질감에 사라다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실 사라다도 엄마의 생일을 준비하기 위해 빠르게 임무를 끝내고 급하게 집에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라다는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웃다가 간신히 진정이 됐는지 웃음을 멈췄다. 사스케는 그 과정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요, 파파. 생일 준비하려고 하시는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부엌이 어질러 진 거에요?"

"그게...도통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 말 뒤에 이어진 사스케의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임무가 끝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쿠라의 생일은 챙겨 줘야 할 것 같았기에 임무 도중 집으로 돌아온 사스케는 사쿠라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해주자 라는 생각으로 부엌에 들어섰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집을 비우는 사스케가 뭐가 어디 있을지 알 리가 만무했다. 소금이 어디 있는지, 식용유가 어디 있는지, 이렇게 하나하나 찾아가며 요리를 하다 보니 지금 집안 상황이 이렇게 됐다는 것이었다.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한 사라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사스케에게 재료는 자기가 찾아드릴테니 파파는 요리에 전념 하라는 말을 전했다. 사스케는 불안한 눈빛으로 사라다를 쳐다봤지만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사라다의 눈빛에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 위에 올려 놓은 냄비로 시선을 돌렸다. 사스케가 말하는 재료를 사라다는 척척 찾아 사스케에게 건내주었다. 그리고 사스케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요리를 하고 있는 동안엔 사라다가 어질러진 부엌을 정리하였다. 누가 부녀지간 아니랄까봐 정말 완벽한 호흡을 맞추는 둘은 순조롭게 하나씩 요리를 해나갔다. 대략적인 정리를 끝낸 사라다는 식탁 위에 놓여진 이상한 보자기를 발견했다. 통이 싸여 있는 것 같았는데 도대체 그 통 안엔 무엇이 들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건 뭐에요, 파파?"

"사쿠라가 좋아하는 가게의 매실 절임이다."

보지 않아도 사라다가 가리키는 게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사스케는 후라이팬에서 익어 가고 있는 요리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그 말에 사라다가 아무런 대꾸도 보이지 않자 사스케는 후라이팬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 말을 덧붙였다.

"예전에 같이 여행 갔을때, 그 집 매실절임이 정말 맛있다고 참 좋아하더군."

"헤에- 그렇구나. 그럼 이건 마마에게 주는 생일 선물인거예요?"

"뭐..그렇지."

"다른거는요?"

"다른거?"

사라다의 물음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되묻는 사스케를 사라다는 얼척이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그..뭔가 이런거 말고 좀 더 로맨틱하고! 멋진!! 뭐 그런거요!"

"흠.....뭔가가..더 필요한가..?"

분명 검은색인데도 새빨간 불처럼 이글거리는 사라다의 눈에 사스케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사쿠라 몰래 와서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사쿠라가 좋아하는 음식도 멀리서 생일 선물로 사 왔고, 맛있는 음식도 준비했다. 사스케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지 눈을 뜨곤 사라다에게 되물었다. 그 물음에 사라다는 복장이 터지는 것 같았지만 어쩌랴. 자신의 아빠는 이런 로맨스는 1g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라다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한숨을 쉬곤 사스케에게서 젓가락을 뺏어 들곤 그를 집 문 쪽으로 밀면서 말했다.

"자자, 이제 요리도 거의 끝났으니 파파는 나가서 이노 아주머니네 가게에 가셔서 꽃이라도 사오세요! 식탁에 꽃병 놓고 거기 꽂을 거 하나랑 마마한테 줄 꽃다발 하나씩요!"

어느새 사스케를 문 밖까지 밀어낸 사라다는 재빠르게 자기 할말만 사스케에게 내뱉고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사스케는 닫혀 버린 집 문을 황망히 쳐다보다 꽃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서오세.....사스케?"

꽃집으로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밝게 인사하던 이노는 의외의 손님에 말을 멈췄다. 눈 앞의 존재가 실제인지 환영인지 모르겠다는 이노의 표정에 사스케는 멋쩍게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꽃을 좀 사려고 하는데."

둘 사이에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노는 대략적인 상황이 다 파악됐는지 굉장히 밝은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말했다.

"어머, 웬일이야. 네가 이런데도 다 오고!! 아, 오늘 사쿠라 생일이었지. 그것 때문에 온거구나!"

박수까치 치면서 어머 웬일이니 라고 말하는 이노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 보였다. 이노는 이리저리 꽃 사이를 왔다갔다하더니 아무말 없이 가만히 서있는 사스케에게 물었다.

"그러면 뭐, 혹시 따로 찾는 꽃 있어?"

".....꽃병에 꽂을 용도로 하나, 꽃다발로 하나 사려고 하는데..."

"흐응-그렇구나. 생각해 둔 꽃이 없으면 그냥 예쁘게 내가 골라서 만들면 될까?"

"그... 꽃병에 꽂을 꽃으로 벚꽃이 있을까?"

 "아- 그럼 있지! 이렇게 나뭇가지째로 다듬어서 꽃집에서 파는 게 따로 있어. 어때? 이걸로 할래?"

이노가 보여 준 것은 벚꽃이 피어 있는 자잘한 나뭇가지를 잘 다듬어 놓은 것들이었다. 봄의 정령들이 앉아 있는 듯 사랑스러운 꽃송이는 한 여인을 떠올리게 했다. 꽃가지를 유심히 살펴보던 사스케는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에 이노는 밝게 웃으며 그럼 이걸로 포장할께라고 말했다.

"그러면 꽃다발은 뭐로 할지도 정해놨어?"

"그건 아직..."

"흠...꽃다발 처음 주는거던가? 그럼 역시!! 여자한텐 이게 직빵이지!!"

이노가 의기양양하게 외치며 사스케에게 내민것은 장미로 이루어진 꽃다발이었다. 가운데는 붉은 장미 송이들이 하트 모양으로 얽혀 있었고, 그 주위를 하얗고 앙증맞은 안개꽃이 감싸고 있었다. 사스케는 그것이 왜 가장 좋은 꽃다발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했으나 이노의 패기에 눌려 꽃다발을 건내 받았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저거 포장해서 나올께!"

사스케는 그렇게 말하며 안쪽으로 들어가 버리는 이노를 보다 손에 들린 장미다발로 눈을 돌렸다. 생각해보니 한번도 사쿠라에게 꽃을 사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전에 같이 여행을 갈 때 꽃을 꺾어준 적은 있지만말이다. 그렇게 흘러 흘러 생각하다보니, 여행하던 중 꽃을 꺾어서 사쿠라의 머리에 꽂아 주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 사쿠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얼굴을 붉게 물들이곤 어쩔줄 몰라하다 자신의 두손에 얼굴을 폭 하고 묻더니 고맙다고 너무 예쁘다고 말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렇게나 꽃을 좋아하던데 한번이라도 사다줄 껄 이라는 후회가 일었다. 이미 지나간 일, 앞으로는 더 자주 꽃을 사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사라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을 때 쯤 이노가 벚꽃 뭉치의 포장을 끝내고 나와 사스케에게 건내주었다.







"파파! 무슨 꽃으로 사오셨어요?"

사라다는 집에 도착한 사스케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스케의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들린 꽃을 확인 했다. 꽃병에 꽂기 좋게 포장된 벚꽃 뭉치와 붉은 장미로 이루어진 꽃다발. 생각보다 자기네 아빠는 로맨티스트 기질이 있는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라다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마마가 정말 좋아할것 같아요. 예쁘네요, 그쵸?"

사스케는 사라다의 웃는 얼굴이 사쿠라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꽃을 꺾어다 주었던 때 지었던 사쿠라의 미소와 사라다의 미소는 상당히 흡사했다. 그에 사스케는 가슴 속에 몽글몽글한 따스함이 피어나는 것을 느끼며 따라 웃었다.

"식탁은 제가 다 차렸어요! 여기다 꽃만 꽂으면 돼요, 파파."

사라다는 사스케의 손을 잡아 식탁으로 이끌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사스케와 사라다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 보기 좋게 그릇에 담겨져 있었다. 칭찬을 바라는 사라다의 눈빛에 사스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사라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단 칭찬을 했다. 그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살짝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사라다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사라다- 엄마 왔다."

때마침 문 쪽에서 들리는 기다리던 목소리에 사스케와 사라다는 문 쪽으로 뛰쳐나갔다.

"어..? 당신??"

예상외의 인물이 집 안쪽에서 등장하자 사쿠라는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곤 사스케를 바라봤다. 초록 눈동자에는 당황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그런 사쿠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스케와 사라다는 서로를 한번 쳐다보곤 사쿠라를 향해 동시에 말했다.


"생신 축하드려요, 마마!" "생일 축하한다, 사쿠라."


그 말과 함께 사스케가 자신을 향해 내미는 붉은 꽃다발에 놀란 사쿠라는 두어 번 눈을 끔뻑였다. 사스케와 사라다를 여러번 번갈아 가며 쳐다보던 사쿠라는 이내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는지 그들에게 다가가 둘을 동시에 끌어안았다.

"정말 고마워!!"

사쿠라의 눈가에는 살짝 물기가 어려 있었다. 사스케는 그걸 눈치 챘는지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사쿠라를 떼어 내고 눈가의 눈물을 닦아 줬다. 그런 사스케의 행동에 사쿠라는 멋쩍게 웃으며 너무 기쁘니까 눈물이 나네-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쿠라의 말에 사스케는 사쿠라의 이마를 꽁 치며 말했다.

"아직 울기엔 이르다. 준비한 게 남아 있으니."

"마마! 이쪽으로 오세요! 빨리요!!"

사스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다는 사쿠라의 손을 붙잡고 식탁쪽으로 이끌었다. 사쿠라는 영문도 모른채 사라다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흰 식기에 놓여져 있는 먹음직스러운 여러 음식들과 가운데 놓인 꽃병에 꽂힌 벚꽃이 사쿠라를 맞이했다. 봄의 마법에라도 걸린걸까. 날이 거의 저물었는데도 햇빛을 받은 듯 반짝 반짝 빛나는 식탁 위가 사쿠라의 시선을 빼앗았다. 흘러 넘치는 감동에 사쿠라는 입을 막고 세상에!!하며 식탁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오른쪽으로 가서 한번 보고, 왼쪽으로 가서 한번 보고, 위에서 한번보고 옆에서 한번 보고를 반복하던 사쿠라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는지 크게 외쳤다.

"어! 이 매실 절임!"

"오는 길에 있길래 사 왔다."

"에이, 거짓말. 임무 갔던 쪽이랑 정반대쪽 지역에서 파는 거잖아? 맛있다고 했던 거 기억 해줬구나. 사스케군, 고마워!!"

사스케는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자신에게 안겨 오는 사쿠라에 그냥 입을 닫았다. 일부러 먼 곳까지 들려 사왔다는 게 들켜서 창피한지 사스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금술 좋은 부부의 포옹을 사라다는 흐뭇하게 쳐다보다 조르륵 달려와 사스케와 사쿠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폭 안겼다. 그런 사라다가 귀여운지 사쿠라는 머리를 쓰다듬다 못해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사라다도 열심히 아빠를 도와서 준비해 줬구나? 정말 고마워, 사라다. 둘 다 사랑해!!"

사라다와 사스케를 끌어안으며 외치는 사쿠라의 말에 사라다는 사쿠라처럼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요, 마마."

그런 두 모녀를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스케도 입을 열었다.

"....나도. 사랑한다, 사쿠라."

그 말을 들으며 사쿠라는 오늘이 자신이 보낸 생일 중 최고의 생일로 기억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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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생일 축하해!!!!!!!!!!!!!

큽 생일날 올리려고 급하게 썼더니 날림이네요..급전개에 8ㅁ8 사실 퇴고도 못했습니다...퇴고하다가 생일 지나버릴것같아서ㅠㅠㅠㅠ 혹시 오타가 발견되면 말씀해주세요!!

사쿠라 생일 축하한다고 쓴 글인데 정작 사쿠라는 얼마 나오지도 않네요ㅋㅋㅋ

사라다랑 사스케 둘 다 사쿠라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을테니까요, 그 둘이 사쿠라의 생일 준비를 하는 것이 보고싶었습니다!! 시간 부족으로 인해 자세히 쓰지는 못했지만..


사쿠라!!!진짜 생일 축하해ㅠㅠㅠㅜㅠ흑흐흑ㅠㅠㅜ어느덧ㅜㅠㅠㅜㅜㅜㅠ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서ㅠㅠㅜ유부녀가 되고ㅠㅠㅜㅠ귀여운 딸래미도 낳고ㅠㅠㅠㅠㅠㅠ평생 행복하렴 사쿠라짱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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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케는 모퉁이 너머로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분홍빛을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또였다. 요 며칠 새에 사쿠라는 명백히 사스케를 피하고 있었다.


걸어가다 멀리서 사스케가 보이면 그대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사쿠라의 모습에 사스케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도 해보았지만 나쁜 짓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 손만 꼼지락거리다 바쁜 일이 있다며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맨날 사쿠라가 자기 뒤를 졸졸 쫓아다니거나 자기를 발견하면 주인을 발견한 강아지마냥 도도도 달려오는 모습만 봐 온 사스케에겐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더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씩이나 자신을 피하는 사쿠라의 모습이라니!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이미 사스케의 마음은 상처받을 대로 상처받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오늘에야말로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한 사스케가 사쿠라가 일하는 병원에 찾아오게 된 것이다. 비록 동료와 대화하며 모퉁이를 돌아 나오던 사쿠라는 사스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빠른 속도로 도망가 버려 말조차 걸지 못했지만 말이다.

사스케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미묘하게 축 쳐진 듯한 어깨가 사스케의 기분을 대신 표현해주고 있었다.



"어라, 사스케?"


사스케는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나루토가 멀리서 팔을 높이 들고 휘휘 저으며 사스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스케의 바로 옆까지 다가와 사스케가 맞다는 것을 확인한 나루토는 사스케가 왜 여기 있는지 고민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이내 해답을 찾았는지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사스케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입을 열었다.


"호옥시~"


일부러 말을 늘어뜨리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들어는보자라는 마음으로 사스케는 나루토를 쳐다봤다. 그러자 나루토는 손가락으로 사스케를 척하니 가리키며 병원 복도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쳤다.


"위기감이라도 느껴서 사쿠라 데리러 온 거냐!!? 이열~ 사스케! 많이 발전했다니깐!"


나루토는 자연스럽게 사스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우리 사스케가 이제 다 컸다는 둥 남자가 되었다는 둥의 소리들을 널브러뜨려 놓았다.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사스케는 나루토의 말에 점점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기분이 나빠지다 못해 주위에 검은 오오라를 발산하기 시작한 사스케는 가라앉은 기분보다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 떼, 천둥벌거숭이. 그리고 그런 기분 나쁜 말투는 집어치워."


사스케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나루토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곤 실실 웃으며 사스케에게서 손을 뗐다. 그런 나루토를 노려보던 사스케는 방금 들었던 말에서 이상한 단어가 껴있었단 사실을 눈치 챘다.


"...그런데, 위기감이라니?"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사스케의 말에 나루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스케를 쳐다보았다.


" 에-? 몰랐냐니깐? 그러니까 며칠 전……."






진료실 앞에서 무슨 일이라도 났는지 의사, 환자, 간호사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진료실 앞에 모여 있었다. 그들의 관심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의사 가운을 입은 분홍색 머리의 여자와 환자복을 입은 짙은 갈색 머리의 남자였다. 환자복을 입은 남성은 분홍색 머리의 여성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붉은 장미와 흰 안개꽃이 멋들어지게 포장되어있는 꽃다발을 내밀고 있었다.


"저....사쿠라씨."


남자의 긴장된 목소리가 주위의 사람들도 긴장되게 만들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몇몇은 애가 타는 듯 꿀꺽 침을 삼켰다. 남자의 앞에 서있는 사쿠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듯 투명한 녹빛 눈을 굴렸다.

"저와! 교제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뒤이어 터져 나온 남자의 폭탄 발언에 일순간 사람들이 소란에 휩싸였다. 사쿠라씨는 사스케씨와 사귀고 있는 거 아니냐는 물음과 사귀는 건 아니라던데? 라는 대답, 그러면 썸만 탄건가?와 같은 이야기들이 대다수였다. 그 소란 속에서 벙어리라도 된 듯 사쿠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사슴처럼 커진 눈망울로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사쿠라씨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습니다! 게다가 환자를 대하는 사려 깊은 모습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지만 진중하게 이어가는 말에 어느새 소란은 가라앉고 한 남자의 고백만이 병원을 가득 채워나갔다.


"사스케씨와는 연인 사이인 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사쿠라씨가 오랜 시간 사스케씨를 좋아했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사쿠라씨가 제게 반하도록 할 테니까요. 저와 사귀어주신다면! 사스케씨처럼 사쿠라씨를 혼자 내버려두진 않겠습니다! 외롭지 않게 항상 옆에 있어드리겠습니다! 꼭. 꼭!!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남자의 선언이 끝나자 주위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개중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 우리 의사쌤은 좀 행복해져야해"! 라며 공감을 표하는 자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듯 얼어있는 사쿠라를 보며 남자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사쿠라의 손에 꽃다발을 쥐어주며 말했다.


"대답은 나중에 해주셔도 됩니다. 아직 절 잘 모르실테니까요. 먼저 절 알아가는 것부터 할까요?"









"-그렇게 되어서 병원, 아니 마을 전체가 한번 뒤집어졌다니깐. 그러고 나서 그 사람은 매일 사쿠라를 만나러 오고 야근할 때는 같이 기다려줬다가 집까지 데려다주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니깐! 근데...진짜 몰랐던-"

"너도 쓸모가 있을 때가 있긴 하구나, 나루토. 나중에 보자."


상황을 설명하다 덩달아 흥분한 나루토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런 나루토의 말을 잠잠히 듣고 있던 사스케는 이야기가 끝나자 나루토의 말을 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어느덧 하늘엔 어슴푸르한 어둠이 깔리고 병실의 불은 하나 둘 꺼져갔다. 병원 정문 앞의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한 사스케는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네가, 사쿠라에게 고백했다는 사람인가."

"그러는 당신은 누구기에 초면부터 반말......."


눈앞의 사내는 척봐도 나뭇잎마을의 사람은 아니었다. 하긴, 나뭇잎의 사람이 목숨이 아까운줄 모르고 미쳤다고 사쿠라에게 접근할까 라고 생각하며 사스케는 입 꼬리 한쪽을 끌어올렸다. 말을 걸자 짜증난 듯한 목소리로 대꾸하던 사내는 사스케의 흉흉한 눈빛에 눌려 말끝을 흐렸다.


"...맞습니다만. 그쪽이 사스케씨인가요."


한 눈에 사스케를 알아본 듯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스케를 노려봤다. 사스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사쿠라에게서 떨어져. 사쿠라는 너따위에겐 전혀 관심이 없을 테니까."

"그건 사쿠라씨가 선택할 문제 아닌가요? 사스케씨인지 저인지 말이죠!"


사스케의 말에 발끈한 사내는 냅다 소리를 내질렀다. 그 덕에 사스케가 뿜어내는 오오라가 좀 더 흉흉해졌지만 이번엔 사내도 밀리지 않겠다는 듯 사스케를 똑바로 노려봤다.


"그럼 때마침 나오는 것 같은데 물어볼까?"


두 사람의 시선이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한 여인을 향했다.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을 다른 호칭으로 동시에 불렀다.


"사쿠라."

"사쿠라씨."


막 일을 정리하고 나온 사쿠라는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 듯 눈을 깜빡였다. 요 며칠 새 사내가 자신을 계속 기다렸으니 한명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한명은 왜 여기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왜 같이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이러저런 생각에 잠겨 눈만 데구륵 굴리는 사쿠라를 현실로 끌어낸 것은 사내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어느 쪽 인가요, 사쿠라씨!"

"네?"


무언가 설명이 빠진 듯 한 사내의 물음에 사쿠라는 당황스럽단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사쿠라는 이 둘과 함께 있는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사내가 묻는 질문 또한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이 어느 쪽이냐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사쿠라의 표정에 사스케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차근차근 되물었다.


"이 자와, 나. 어느 쪽이 좋냐고 묻는 거다."


사스케로서는 드물게 또박 또박 설명해주었음에도 사쿠라는 그 질문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순식간에 많은 상황이 몰아치니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았다. 눈앞에서 질투에 찬 얼굴로 어느 쪽이 좋냐고 물은 저 사람이 정말 사스케군이 맞는 걸까? 대답을 기다리는 두 사람을 앞에 둔 채 사쿠라는 혼란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사쿠라씨! 이런 사람보다는 제 쪽이-"


사내가 사쿠라에게 말을 거는 순간, 사스케는 사쿠라의 팔을 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사내의 다급한 외침은 사스케의 행동에 의해 사쿠라에게 닿지 못하고 공기 중에 흩어졌다.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온 사쿠라를 보며 사스케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벙찐 채 서있는 사내를 쳐다봤다. 먹이를 차지한 맹수가 지을 것만 같은 미소였다. 입가엔 만족스러움이 흘러나왔지만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만큼은 살기에 가까운 적의를 띄고 있었기에 사내는 몸을 흠칫 떨었다.

사스케는 허리를 숙여 사쿠라와 눈높이를 맞췄다. 사쿠라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다 사쿠라의 몸을 좀 더 잡아당겨 끌어안고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를 선택해, 사쿠라."


귓가에 느껴지는 뜨거운 입김과 함께 들어온 열기가 넘실대는 말에 사쿠라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사쿠라, 좋아해. 불안했던 거라면 얼마든지 말해 줄테니까. 나를 선택해."


사스케의 말에 사쿠라는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자신을 열렬히 쳐다보는 눈빛이 하얀 머릿속을 분홍빛으로 물들여가는 것만 같았다. 옆에서 계속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사스케의 목소리에, 분홍빛을 넘어서 붉게 물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사쿠라는 아찔해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사..사스케군. 일단 잠깐만 놔 주면.."

"싫다면?"


사스케가 단칼에 거절할 줄 몰랐던 사쿠라는 당황해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말했다.


"그그...저쪽분께 해야되는 말이 있어서..."

"그냥 이대로 하지?"


사스케는 사쿠라를 안은 팔을 살짝 풀어 사쿠라가 사내를 볼 수 있도록 뒤를 돌게 한 후 사쿠라를 안았다. 사스케는 사쿠라에게 백허그를 한 채로 사쿠라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채로 살짝 고개를 들어 사내를 향해 적의를 담은 눈빛을 쏘아주는걸 잊지 않은채 말이다. 그런 사스케의 행동에 사쿠라는 살짝 뻣뻣이 몸을 굳혔다가 떨리는 속을 진정시키며 사내를 향해 말했다. 


"저..죄송합니다. 보다시피.. 저는 역시 사스케군이 좋네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사쿠라를 보며 사내는 주먹을 주억거리다 이내 손을 툭 떨구며 말했다.

"사쿠라씨가 행복하다면...어쩔 수 없죠."

약간 물기가 어린 목소리에 사쿠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내는 사쿠라를 안고있는 사스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사스케씨. 사쿠라씨를..행복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너무 외롭게 만들진 말아주세요. 그럼 전 이만.."

사쿠라는 힘없이 멀어지는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런 사쿠라의 시선을 느꼈는지 사쿠라를 안는 사스케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사스케의 행동에 사쿠라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사스케를 쳐다봤다.


"사스케군, 아까..그거.. 진짜야?"

"내가 그런걸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나?"

"그건 아니지만..사스케군에게 그런 말을 듣는건 처음이라서.."


사쿠라의 얼굴은 붉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분명 지금 얼굴은 엄청 꼴사나울꺼라고 생각하며 사쿠라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런 사쿠라의 마음을 알았는지 사스케는 사쿠라의 어깨에서 고개를 떼고 그녀의 머리에 턱을 갖다대며 사쿠라를 완전히 품에 가뒀다. 

두근두근, 머리까지 울려 퍼지는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에 사쿠라는 이 소리가 사스케에게까지 들리면 어떻게 하지라며 고민했다. 사스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줄은 꿈에도 모른채 말이다. 한참을 그렇게 사쿠라를 안고 있던 사스케는 뭔가 생각 난듯 입을 열었다.


"사쿠라. 요 며칠사이에 왜 날 피해 다닌거지?"

그 말에 사쿠라의 몸이 한번 크게 요동쳤다.

"그..눈치 챘었어?"

"눈치 못 채는 쪽이 바보라고 생각한다만."

"그건.."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하는 사쿠라를 사스케는 끈기 있게 기다렸다. 한참 입술을 달싹이던 사쿠라는 말할 용기가 났는지 입을 열었다.


"그..아까 그 사람이 고백한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데... 사스케군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여서... 그냥 그.. 음.. 사스케군은 내가 누구에게 고백 받아도 신경쓰이지 않는구나 싶어서 조금 슬퍼져서.."

점점 작아지는 사쿠라의 목소리에 사스케는 힘주어 사쿠라를 안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일단 말해두자면, 난 네가 고백 받았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에? 정말로?"

"그래.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더군..."

그렇게 말하며 사스케는 나중에 자신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동료들에게 꼭 화를 내리라 생각했다. 사스케의 말에 사쿠라의 기분이 나아졌는지 사쿠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말이지.."

사스케는 부끄러워서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이지만, 지금이라면 말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네가 고백 받았다는데 신경 쓰이지 않을리가 없지 않나. 지금도, 이렇게 달려왔는데."

그 말에 사쿠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사쿠라는 사스케의 팔을 살짝 들어 뗀 다음 몸을 사스케쪽으로 돌려 사스케를 안았다.


"고마워, 사스케군. 정말로 좋아해!"

그런 사쿠라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사스케는 옅게 웃으며 사쿠라를 끌어안았다.

"나도 너를 좋아한다."

그 말을 끝으로 살짝 들려진 사쿠라의 뒤꿈치와 살짝 숙여진 사스케의 고개.


두 사람은 오늘부터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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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딸려서 좀 급전개입니다...ㅋㅋㅋㅋㅋ

그 사스케의 나를 선택해 라는 대사!! 후르츠 바스켓에서 토오루 아빠가 엄마한테 고백할때 사용하는건데 너무 멋있어서 차용해왔어요ㅋㅋㅋㅋ 질투하는 사스케가 보고싶었습니다

뭔가 이케 귀여운 사스사쿠는 첨 써보는것같네요ㅋㅋㅋ



* 가능하면 BGM 재생해주세요.


* 사쿠라 사망소재

* 사스케와 사쿠라가 결혼하긴 했지만 사라다를 임신하진 않았고, 사스케와 사쿠라가 같이 여행을 간 적도 없다는 설정입니다.

* 원작과 다른 설정이 많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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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가 죽었다.



사인은 과다출혈.

배에 수리검이 박힌 채 발견되었다.

자살이었다.



가장 먼저 사쿠라를 발견한 것은 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사스케였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사스케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사스케를 덮쳐오는 냉기와 쇠냄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사스케는 한동안 멍하니 문앞에 서있었다. 그러다 늦어도 지금쯤이면 나타났었어야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집안으로 뛰쳐들어가며 외쳤다.

"사쿠라!"

부엌, 거실, 화장실 그 어디에도 사쿠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사스케는 침실 문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고 심호흡을 내쉈다. 문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사스케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인기척을 지운 실력자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스케는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서서히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방안을 확인한 순간, 사스케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붉다.

붉디 붉은. 아니 붉다 못해 검은. 검디 검은 색들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것들이 사쿠라를 좀먹고 있었다. 

강렬한 색채에 사스케의 머릿속이 침식되어가는 것 같았다. 

검붉은 액체. 쓰러져있는 사람. 어릴적 봤던.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 그것과. 같은. 그때와 똑같은. 그 색채.

사스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쓰러져있는 사쿠라를 안아들었다. 사쿠라의 몸은 이미 차디찬 상태였다. 사스케는 사쿠라를 안아든 채로 정신없이 병원을 향해 뛰쳐나갔다.




사쿠라의 배에는 여러번 수리검에 내리 찍힌 흔적이 남아있었다. 부검을 한 의사는 조금 더 일찍 발견했으면 목숨을 건졌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했다.

"왜 하필 그날이 휴일이어서.."

그 말을 들은 나루토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말했다. 옆에 서있던 이노는 조용히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이노의 등을 토닥이고 있는 사이도 주변이들과 같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영안실로 달려온 사람들의 반응들은 전부 비슷했다. 처음엔 사쿠라가 그럴리 없다며 장난은 그만치라며 먼저 와있는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 그 후 관안에 얌전히 누워있는 사쿠라를 보고나서도 그럴리 없다고, 네가 자살할리가 없지 않냐며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 그러다 곧 눈물을 흘리며 왜 그랬냐고 당사자에게 닿지 않을 질문들을 해댔다. 먼저 와있던 사람들이 그 사람을 달래주다, 결국 같이 울고, 다른 사람이 또 오고, 울고, 달래고, 울고, 달래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쿠라를 위해 울어주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사스케의 눈에선 눈물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사스케를 향해 몇몇 사람들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고, 너만큼은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며 울부짖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사스케의 멱살을 잡기도했다. 그 사람을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말리는 와중에도 사스케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울부짖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사스케는 위로의 말을 건내는 사람들에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카시나 나루토가 사스케를 위로해보기도 하고 화를 내보기도 하였지만 사스케는 모든 것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사람처럼 행동할 뿐이었다.나루토와 카카시, 이노 등 사쿠라의 친구들의 도움 하에 사쿠라의 장례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사쿠라의 장례가 끝난 후 사쿠라는 마을의 외곽쪽, 한 작은 나무 옆에 묻혀졌다.








사쿠라를 묻고 한달정도 지났을즈음, 사쿠라의 묘 옆에 

새하얀 

동백꽃이 

피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쿠라의 묘 옆에 있던 나무는 지금껏 꽃을 피운적이 없는 나무였으니까. 하얀 눈 위에 피어 있는 흰 동백꽃은 소름끼칠정도로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모두 사쿠라의 혼이 피운 꽃일꺼라며 수군거렸다. 그 소문을 사스케가 듣지 못한 것은 아니나 애당초 사스케는 그런 초현실적인 것들을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스케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단 한문장으로 모든 소문들을 뭉그뜨렸다.

사쿠라가 죽은 후, 사스케는 여행을 떠나는 것을 그만뒀다. 대신 매일 사쿠라의 묘를 찾아갔다. 살아있을 적 사쿠라를 잘 챙겨주지 못한것에 대한 속죄라도 하듯이.

"사스케."

"...이노인가."

묘비에 적힌 사쿠라의 이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사스케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거기엔 이노가 서있었다. 이노는 살짝 웃으며 작게 손인사를 하곤 사쿠라의 묘비를 향해 걸어갔다. 묘비에 다다르자 이노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 앞에 앉아 묘비 위에 쌓인 눈을 털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사스케는 아무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듯 사스케를 쳐다봤다 그만뒀다 하며 눈을 굴리던 이노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사쿠라를...사랑했니?"

"....."

사스케는 말없이 시선을 묘지쪽으로 돌렸다. 이노도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는지 그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너..백동백의 꽃말이 뭔 지 알아?"

"...?"

"이거, 빌려줄테니까 집에 가서 찾아봐."

그렇게 말하며 이노가 사스케에게 내민 것은 꽃 도감이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스케의 손에 책을 건내주었다. 꼭 읽어봐야한다고 당부를 하며 이노는 멀뚱히 서있는 사스케를 뒤로하고 마을을 향했다. 사스케는 그녀를 쳐다보다 곧 묘비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에 밤의 치마자락이 넘실거리고 달빛이 그 위를 감싸안을 때 쯔음 사스케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들어온 사스케는 이노가 빌려준 책을 아무렇게나 내팽겨치고 침대로 가 누웠다. 

머리속이 복잡했다. 묘지에 있는 동안 몇번이고 책을 펼쳐보려 했지만 내키지 않아 그만뒀었다. 이런 책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별로 알고싶진 않았다. 그냥 아무런 생각도 하고싶지 않았다. 더이상 그녀와 관련된 일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스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이 물먹은 솜처럼 몸이 축 쳐졌다.




꿈을 꾸었다.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어둠이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간 미칠것 같아서, 무작정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고 걷고 걸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 슬슬 꿈에서 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어차피 따로 갈만한 곳도 없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빛을 향해 걸어갔다.

어느정도 빛이 나는 곳에 가까워졌을 때 그곳에 누군가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건 분명...

익숙한 모습에 걸음이 빨라졌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사라질것 같아서. 그대로 놓쳐버릴것 같아서. 빠르게 걷다못해 뛰기 시작했다.

간신히 다다른 그 곳에는 분홍 머리의 여인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채 눈물만 뚝뚝 떨어뜨리며 서있었다.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려했지만 여인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눈물 가득한 눈으로 시선을 맞춰왔다.

달디단 애정만을 담고있던 눈에 쓰디쓴 원망을 담고 있었다.

싱그럽다고 생각했던 녹빛 눈은 말라죽어가는 나무마냥 거무죽죽한 빛을 띄고 있었다.

한걸음 다가가면 여인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리 다가가려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꿈에서 헤어나왔다.

누워있던 이불이 축축했다.

뭔가가 잘못됐다.

사스케의 머리속에는 딱 한가지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뭔가가. 잘못됐다. 무언가가. 잘못 되어가고있다.


사스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허겁지겁 아까 들고왔던 책을 찾았다. 들고왔을 때 아무렇게나 내팽겨쳐뒀던 탓인지 책은 바닥에 펼쳐져 엎어진채로 놓여져 있었다. 그는 펼쳐진 책을 그대로 들어올렸다. 마치 그가 책을 펼쳐보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펼쳐져있는 책의 한 페이지에는 하얀 동백이, 옆의 페이지에는 붉은 동백이 그려져 있었다. 

그곳에 써있는 백동백의 꽃말은...



당신은 나의 사랑을 경멸한다.



책에 쓰여진 꽃말을 읽은 사스케는 그대로 책을 집어 던지고 문을 부술듯이 열어재끼며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이건 그가 원한 상황이 아니었다. 

사스케가 정신없이 뛰어간 곳은 사쿠라의 묘지였다. 그는 이제껏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묘 옆에 피어있는 하얀 동백꽃을 향해 다가갔다. 

사스케는 수리검을 꺼내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그리고는 하이얀 꽃잎을 붉그죽죽한 피로 물들여갔다. 

꽃잎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새빨간 빛으로 변색되어갔다.

붉게 물들어가는 꽃잎들을 보며 사스케는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아니다. 아니야, 사쿠라. 그렇지 않다.

나는 너의 사랑을 경멸하지 않았다.

그러니 제발...

날 그렇게 보지 말아줘.

날 용서해줘.

날 사랑해줘.

제발. 제발 사쿠라.

네가 다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떠났다.

상처 입히는게 나라는것도 모른채.

내가 떠나서 더 상처입을 거라는 것도 모른채.

내가 잘못했다. 전부 잘못했다.

그러니 제발 날 용서해줘.


사스케는 닿지 않을 사과의 말을 계속 중얼거리며 손목을 또 한번 그었다. 모든 꽃송이가 붉은 빛을 띌 때 쯤, 그는 하던 행동을 그만두고 사쿠라의 묘를 향해 걸어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쿠라. 적동백의 꽃말은 뭔지 아는가."

지금껏 한번도 흘리지 않았던 그의 눈물이 터져나왔다. 물기 가득한 목소리는 그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하고 꺽꺽 거리는 소리만 냈다. 사스케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는 팔을 들어 사쿠라의 묘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정말로 사랑스럽다는듯. 그녀의 머리조차 쓰다듬어준 적 없었던 사스케는 그녀의 묘를 쓰다듬고 있었다.


"붉은 동백의 꽃말은...그대를 그 누구보다 사랑합니다...이다."

그래. 사쿠라. 나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다.

심지어 너의 부모님보다도 널 사랑하고있다.

네가 나에게 하얀 동백을 던진다 하여도, 너에겐 붉은 동백을 들려줄 테니.

그를 위해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바칠테니.

그러니 제발. 이렇게 부탁할테니.


사쿠라. 너마저 날 두고 가지 말아줘.







음악과 함께 읽어주세요 :)


트위터에서 해쉬태그 1rt당_스토리를_이어간다 를 통해 쓴 글입니다!

트위터에 올릴 때는 잘라서 올렸지만, 여기엔 자르지 않고 통채로 올리겠습니다.

트위터 글 rt해주신 분들, 마음주신분들,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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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계속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날 똑바로 쳐다보는 녹색 눈에는 언제나 따스한 애정이 담겨있어서, 그것이 날 거북하게 만들었다.

꽃잎처럼 흩날리는 분홍빛 머리카락과 푸른 녹음이 담겨있는 초록빛 눈.

사쿠라.

그 이름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여자아이는 지금, 내 앞에 주저앉아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가는 길을 따라 흐드러지는 벚꽃잎과 함께 밀려오는 달큰한 혈향에 정신이 아득해 지는 느낌이었다.  흩날리는 벚꽃잎 속에 검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앉아있는 새하얀 피부의 소녀는 그 풍경을 더욱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귓가에 맴도는 바람소리에 간간히 섞여 들려오는 고통스러운듯 숨을 삼키는 소리만이 이것은 환상이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있었다.

애당초 그녀에게 난 상처는 버틸만한 크기의 상처가 아니었다.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고 아픔을 참느라 입술에 피가날 정도로 깨물고 있음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그 눈빛이 흥미를 동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너를 버티게 만드는 것일까.


".....치료할 힘은 남아있나."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살짝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는걸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을 뿐인데 아까의 달큰한 향은 사라지고 비릿한 냄새가 덮쳐와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 두번 맡아보는 냄새가 아닌데도, 왜인지 오늘은 낯설게 느껴졌다. 그것이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을 피어나게 해 그녀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을 빠르게 만들었다. 소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모습을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소녀 앞에 앉아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언뜻 보기에도 심각해 보였던 상처는 가까이에서 보니 처참한 수준이었다. 휑하니 뚫린 배에선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변덕이었다. 나중에 오늘의 일을 후회하게 되리라.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손은 그녀를 향해 뻗어지고 있었다. 상처를 향해 손을 뻗자 움찔하는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것보다 지금은 이 피를 멈추게하는것이 중요했다. 상처위에 손을 대고 전에 눈동냥으로 봤던대로 서서히 차크라를 흘려보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피가 멎어갔다.

"이걸로 조금은 버틸만해질거다."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몸에서 손을 거두려하는데, 그녀의 손이 자신의 손을 감싸왔다.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해 그녀를 쳐다보자 걱정하지 말라는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고는 살짝이 눈을 접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진짜 사스케군."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또다시 바람이 불어왔다. 

그녀는 대답을 원한게 아니었는지 그저 빙긋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시금 떨어지는 벚꽃잎 사이로 보이는 그 미소가, 어쩐지 떨리고 있는 것 같아서.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하얀 소녀가 금방이라도 환상처럼 사라질것 같아서. 자신을 잡고 있는 소녀의 손을 살짝 힘주어 잡았다. 밀려드는 온기에 흠칫 몸을 떨며 잡았던 소녀의 손을 쳐냈다. 


항상 그랬다. 너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당황한 모습을 들키고싶지 않아 자신에게 시선을 맞춰오는 초록빛 눈을 애써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걸까. 속으로 한숨을 쉬며 방금전의 일을 떠올렸다.


오늘도 평소처럼 화창한 날이었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쑤셔 넣어놓은 것 같은 이 곳에도 햇빛이 들다니. 웃기는 일이었다. 조금 더 이곳에 있으면 이 감정에 집어삼켜질 것 같아 밖으로 나섰다. 평소처럼 주변에 있는 숲에 산책이나 갔다올 생각이었다. 그 때, 멀리서 폭발음이 들렸다. 분명 이 근처에 다른 사람은 없을터였다. 침입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폭발음이 들린 곳을 향했다. 폭발음이 들린 곳에 거의 도착했는지 미약하게 화약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강한 향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무슨 향이지, 하고 고개를 들자 분홍빛이 시야를 한가득 물들였다. 분명 이 숲에서 벚꽃나무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벚꽃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마음 속에서 지우고 지워낸 사람들 중에서,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잠시 머리속에 떠오른 소녀의 모습을 지워내고 흩날리는 벚꽃잎에 홀린듯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 곳에,

방금까지 떠올렸던 소녀가 있었다.


지금까지 존재를 몰랐던 커다란 벚나무 아래에 앉아있는 마음 속에서 지워낸 사람. 나풀나풀 휘몰아치는 꽃보라에 순간 꿈을 꾸고 있는줄 알았다.

꽃향기, 라고 생각했던건 그녀의 피냄새였다. 간신히 정신을 놓지않고 있었던건지 고통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눈이 점점 감겨가고있었다. 그 곳을 향해 한걸음 다가간 그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까 소녀를 보자마자 입밖으로 튀어나올뻔 했지만 꾹꾹 눌러담고 있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그래서."

전에도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던것 같은데라 생각하며, 속으로 계속 곱씹고 있던 말을 입에 올린다.

"너를 이렇게 만든건 누구지?"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것 같이 낮은 목소리였다.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두어번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한층 더 따스해진 미소를 띠었다.

"진짜...사스케군이야..."

아까부터 영문모를 소리만 하는 소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날카로워지는 공기를 눈치챘는지 소녀는 헤헤 하고 멋쩍게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전에도 이런 일 있었는데 기억해?"

"누가. 그렇게 만들었냐고 물었다, 사쿠라."

흐르는 피를 멈추게하긴 했으나 그건 단순한 응급처치일 뿐이었다. 분명 상처의 아픔은 그대로일터. 그런데도 애써 밝게 웃어보이는 그 얼굴이 보기 싫었다. 모른척 말을 돌리려는 그 행동이 거슬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하나하나 모든 것들이 짜증이 치밀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계속 있는 이유는 뭐일까. 머리속이 복잡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것만 같았다. 이 화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그래. 이건 분명 옛 동료에 대한 연민일 것이다. 미처 다 끊어내지 못한 정 때문에 눈 앞에 있는 옛 동료의 상처가 아프게 다가오는 것일거다. 아직도 옛 정에 얽매여있다니, 이 얼마나 나약한가. 머리로는 이미 지워낸 사람이라고, 진정해야한다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 할수록 끓어오르는 속 때문에 진정이 되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속은 소녀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찾아 때려 눕히기라도 해야 진정이 될 것 같았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얼굴의 미소를 지워내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알아서, 뭐하려고?"

방금 전과 다른, 조금 냉량한것 같은 목소리에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사스케군이랑은 관계 없는 일이야."

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완강한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처음으로 마주한 그녀의 거절이 당황스러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더 이상 자신이랑은 관계 없는 일이었다. 먼저 손을 놓은건, 내쪽이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그녀의 거절에 씁쓸해지는 기분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가. 너도, 달라졌구나.

자신의 뒤만 졸졸 쫓아오던, 그저 저가 뭘 하든 좋다고 달라붙던 소녀는 이제 없었다. 소년이 건낸 말 한마디에도 좋아 어쩔줄 몰라하던, 소년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하는 그 소녀는 이제 없었다. 언제나 소년의 한걸음 뒤에 서있었던 소녀는 이제 없었다.

자신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만이 있을 뿐이었다.

"너는 왜.."

그래. 변했겠지.

소년에게 내비친 소녀의 마음은, 끝내 소년에게 닿지 못하고 거절당했었다. 소년은 소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소년의 행동을 막진 못했다. 그로부터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분명 소녀는 괴로워했을 것이다. 분명, 아파했을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았다면, 그게 이상한거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왜 아직도 나를 그런 따스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일까.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물음에 화들짝 놀래며 다시 속으로 욱여넣었다.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입 밖으로 그 물음을 내뱉으면 자신 안의 뭔가가 무너질것 같았다.

소녀는 다시금 그런 자신의 손을 끌어다 잡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소녀는 투명한 초록빛 눈으로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했는지 방금 속으로 삼킨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사스케군을 좋아하니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질리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날 볼 때마다 항상 넌,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너는 왜 계속 내가 좋다고 말하는걸까. 내가 받아주리 않으리라는걸 넌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터였다.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선을 긋는 그녀의 행동에 괜히 심술을 부리고싶어졌다.

"날 좋아한다면서, 그럼 왜! 누가 그랬는지 알려주지 않는거지?"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다. 어린애의 투정 같은 말이었다. 좋아한다고 모든걸 다 해 줄 수 있는건 아니란걸 잘 알고 있었다.

"난 사스케군이 더이상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걸 원하지 않으니까."

예상치 못한 대답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걸 원하지 않는다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복수 때문이다. 발 끝부터 스물스물 기어올라오는 증오에 몸을 내맡긴지 오래다. 나에게 남은건 증오뿐인데,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하지만 어째서일까. 그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말에 조금 기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너는 나에게 있어 거북한 존재였다. 너와 있으면, 머리 속을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마냥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됐다.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미 나의 행복은 모래처럼 내 손안에서 빠져나간지 오래인데. 이 이상한 생각이 항상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고, 그것이 소녀를 밀쳐내게 만들었다. 그래, 이건 다 네 탓이다. 네가 잘못된 것이다.


소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을 토해내 듯 내뱉었다.

"네가 말하는 너의 사랑은"

그것이 비록 너를 상처입힐지라도.

"너의 자만이다."

이건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넌 평생이 지나도, 나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할테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그깟 사랑따위로 날 바뀌게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불가능한데도 포기하지 않는 네가 잘못된 것이다. 거부해도 계속 다가오는 네가 잘못된 것이다. 넌  너의 사랑을 통해 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꺼라고 자만하고 있는 것이다. 넌 그저 소설에나 나올법한 근사한 사랑 노름을 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그런 너의 사랑은

거짓이다.


네가 여전히 나를 좋아한다고해도, 그건 어린 시절의 철없음에서 나온 감정과 별 다를게 없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좋아한다며 너의 감정을 전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생각들을 갈무리하며 눈 앞의 소녀에게 다시 초점을 맞췄다. 예상했던 대로 소녀는 상처를 받은 듯, 따스하던 초록빛이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소녀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랬듯 계속 나를 쳐다보며 그저 애달프게 웃고있을 뿐이었다. 무어라 말하고 싶었는지 소녀는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입술을 달싹이던 소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 사스케군 말대로 나는 평생 사스케군을 이해할 수 없을꺼야."

살짝 갈라지는 목소리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시선을 맞춰오며 말을 이었다.

"혼자는 너무.. 쓸쓸하잖아."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그녀가, 금방이라도 사라질것만 같아서, 소녀의 손을 잡고있었던 손에 어느새 힘이 들어갔다. 너무 세게 잡았는지 소녀가 살짝 미간을 찌뿌렸으나, 이렇게 붙잡고 있지않으면 어디론가 없어져버릴것만 같아 놓아주고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소녀의 부드러운 미소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에 박혀오는듯한 기분이었다.

넌.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걸까.

너는, 아무것도 모를터였다.

분명 너는 아무것도 모를터인데. 왜. 어째서. 그렇게.


외로워보이는거야.


그 표정은 예전에 거울로 봤던 내 얼굴과 너무 닮아있어서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 다른게 있다면 그때 내 얼굴엔 분노가 피어났었고 지금 소녀의 얼굴엔 미소가 피어나 있다는 것 , 그뿐이었다.

쓸쓸해보이는 그 미소가 너무도 서러워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한참을 아무말 없이 있던 소녀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떠나고."

소녀는 연필로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쓰듯 한글자 한글자 무게를 실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를 데려오려면 더 강해져야한다며 나루토도 떠났어."

할 말을 고르는 중인지 잠시 말을 멈췄던 소녀는 곧 말을 이어나갔다.

"카카시 선생님도 바빠지셔서 거의 마을에 안계셨고말이야. 다른 반 친구들은 다들 자기 임무를 하느라 바빴고."

어느덧 소녀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져있었다.

"어느날 문득 주위를 보니, 아무도 없더라.

분명 얼마전까지만해도 같이 임무를 나갔었는데, 그게 전부 꿈이었던것마냥 아무도 없었어. 카카시 선생님도 안계시고, 나루토도 없었고, 사스케군도 없었지.

나만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어."

그 말에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것 같았다.나루토는  바보같은 녀석이라 한가지 일에 집중하면 주변을 보지 못하니 사쿠라에게 별다른 안부를 전하지도 않았을것이고, 카카시는 아마 상부에서 계속 일을 던져줘서 사쿠라를 살펴봐줄 여력따윈 없었을 것이다. 처음 닌자로 인정받은 후 생긴 첫 동료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홀로 남겨진 사쿠라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매일 혼자서 다른 반 아이들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미안한 마음에 사쿠라의 손을 더이상 붙잡고 있을 수 없어 사스케는 세게 잡고있던 사쿠라의 손을 살며시 놓아주었다. 잠시 놓아준 손을 바라보던 소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더 많이 공부했어. 더 많이 연습하고. 내가 더 믿음직한 동료가 된다면, 사스케군도 우릴 믿고 돌아와주겠지, 나루토도 혼자 전부 책임지려하지않고 힘들면 나에게 기대주겠지라고 생각하며 버텼어. 츠나데님의 가르침을 따라가는건 생각보다 훨씬 벅찼지만 너희와 다시 함께 하고싶어서 힘들어도 꾹 참고 열심히 했어. 따라가고싶어 발버둥을 쳤어.

그런데 나루토가 돌아온 후 너를 다시 만났던 그 날,

너희 둘 다 내가 따라갈 수 없을만큼 너무나 먼 존재가 된 것 같아서 서글펐어.

너희는 점점 강해지는데 나만 뒤쳐지고있었어. 너희의 믿음직한 동료가 되고 싶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어. 끝까지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소녀는 착잡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라고, 아무것도 못하지 않았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입을 열었을 때 나온 말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말이었다.

"너는...왜 계속 날 좋아하는거지? 원망스러울 만도 한데."

"글쎄...수도 없이 상상해보긴 했어.

그때 내가 널 혼자 붙잡지 않고 다른 사람을 불러 같이 힘으로라도 붙잡았으면 좋았을텐데.

너와 내가 같은반이 아니라 너의 상냥함을 몰랐다면 좋았을텐데.

내가 널...좋아하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거기까지 말한 소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기나긴 침묵이 이어지던 그 때, 다시금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나풀 나풀 흩날리는 벚꽃잎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쯤, 소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치만 어쩔수없잖아. 그런 상상을 수없이 해봐도... 역시 난 네가 좋은걸."

소녀는 초록색 눈을 접으며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웃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있었을까.  


필요없는 감정이라 생각했다. 그런 감정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감정이 널 강하게 만들어주고있었다. 예전이라면 버티지 못했을 상황에도, 너를 버티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 내가. 틀렸던 것일까.

머리속이 뒤죽박죽 섞여 혼란스러워지던 찰나, 소녀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를 파고들었다.

"혼자 마을에 남았을때말야, 여러가지 생각을 했어.

옆에 있던 친구가 떠나간것도 이렇게 힘든데, 가족이 매몰차게 날 버리고 떠나면 얼마나 힘들까. 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괴로움이겠구나. 그런 괴로움 속에서, 사스케군은 꾿꾿이 버티고 있었던구나.

내가 직접 겪은게 아니니, 완전히 사스케군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았어.

나 혼자 채워줄 수 있을 만큼 사스케군의 빈자리는 작지 않았겠구나. 사스케군은... 행복하지 않았겠구나."

그 말에, 왜인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동안 힘들었던걸 이해 받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노력해온걸 인정 받은 기분이었다. 그 누구도, 형조차 인정해주지 않던 것을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그런가. 난 그저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을.

네가 하는 말이 날 인정해주는 말로 들린다는 것은 결국 나도 너를 인정하고 있다는거겠지. 내가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동정하는 건가 싶어 불쾌감만 들었을테니.

항상 너를 부정하면서도, 무의식 중에 너를 인정하고있었다.

"떠나고 난 지금은 행복하니, 사스케군?"

그럴리가. 곧 눈물이 나올 것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와중에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럴리가 없잖아.

한 때, 행복해질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처음 하급닌자가 되었던 때. 처음엔 이런 녀석들이 동료라니, 한심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같이 임무를 나가고, 서로에게 도움을 받고, 임무가 끝나고 임무 완수한걸 자축하다 헤어지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점점 그 사람들이 좋아졌다. 이렇게 지내면서 점점 강해지면,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러저런 일이 있은 후, 난 결국 7반이 아니라 오로치마루를 택했으니까.

형이 떠난 후 행복해질 수도 있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한게 7반에 있을 때 였는데.

그걸 내 손으로 버린 지금이 행복할리가.


대답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는지 소녀는 눈을 내리깔고 말을 계속해갔다.

"난 사스케군이 행복해지면 좋겠어. 내 옆이 아니라도 좋아. 그냥 네가 행복해지길 바라."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나에겐 행복따위 없어진지 오래라며 비웃었을 말이었다. 하지만 소녀의 조곤조곤한 목소리 때문인지, 지금은 그럴 마음따윈 들지 않았다. 

그냥, 서글퍼졌다.

나같은 사람에게도 아직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서글펐다. 나때문에 자기도 행복하지 못하면서도 내 행복을 빌어준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서러웠다.

"네가 있는 곳은, 너무 아프고 너무 외로운 곳이잖아. 그곳에선..괴롭기만 하잖아."

항상 너보다 나를 신경써주는 네가 싫었다. 나같은건 처음부터 몰랐다 생각하고 살면 지금보다 훨씬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 계속해서 다가오는 네가 너무 싫었다.

너는 네가 항상 남을 먼저 신경쓴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너는 네 상처보다 나의 안부를 걱정하고있지 않는가.

만약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그냥 바보같은 놈이라고, 세상 살아갈 줄 모르는 놈이라고 비웃으며 넘어갔을거다. 하지만, 네가 그러는 것은 싫었다. 너랑은 관계 없는 일이었다. 너같은 아이는 평생 발 디딜 일 없는 어두운 세계의 일이었다. 그러니 네가 너와 평생 인연이 없을 이러한 일들에 연관되지 않았으면 했다. 나때문에 네가 불행해지는건 보고싶지 않았다.

난 네가 행복해졌으면 했다. 그와 동시에 날 포기하지 않아줬으면 했다.


아. 그래.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었나보다.

어느새 옷에 붙어있는 벚꽃잎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네가 내 마음을 물들였나보다.

그래서 네가 날 붙잡아 주는게, 날 좋아한다고 말해주는게 너무도 기뻐서, 한편으론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는게 아닌가 싶어 불안해서. 나도 모르는 새 너에게 계속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나보다.

그것이 널 힘들게 할것이라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 이기심 때문에 그만두지 못했다.

이러한 마음을 알아채는 것이 두려워 가슴 한켠으로 밀어두고 있었다.

이렇게 이기적인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 그 미움의 책임을 너에게 전가하고 있었다. 널 계속 상처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를 보며 웃어주는 너는,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가.

분홍빛을 한껏 흐드러트리는 저 벚꽃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인지 내 앞의 사쿠라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돌아와, 사스케."

맑디 맑은 초록빛 눈에는 언제나처럼 따스한 애정이 가득차 있었다. 소녀는 티없이 맑은 눈으로 시선을 맞춰오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전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바닥에 닿기 전에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여기서 너의 손을 잡으면, 나도...행복해질수있을까?


"사쿠라짜앙!!!!"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뻗던 손을 내려 주먹을 쥐었다. 소년은 서서히 몸을 일으킨 후, 소녀에게서 몸을 돌렸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나야할 시간이다.

"가는거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따라가고 싶다 하면.. 싫어하겠지?"


벚꽃 나무의 가지들이 가지 말라고 붙잡듯 흔들렸다.

눈물처럼 꽃잎들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때와 같은 상황.

그때보다 조금 성숙해진 소녀와, 그때와 달리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소년.

소녀는 더이상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소년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때와는 조금 다른 인사를 건낸다.


"...다음에 봐."

또 다시 만나자는, 그 조그만 소망을 담아 보낸다.



한참을 뛰어와 주먹을 쥐었던 손을 펼쳐보니,

누군가와 닮은 벚꽃잎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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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길어질줄 몰랐던 글이라.. rt가 되고 2~3개정도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뒷부분 생각을 안하고 질러버려서 rt되는거 보고 좀 당황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 으엉 어쩌지? 뒷부분 생각 안했는데!?? 이러면서 급하게 뒷부분 스토리라인을 정했어요.

그래놓고 시험이다뭐다하면서 한달이나 질질 끈건 안비밀.....


이야기에서 떡밥 뿌리고 회수 안한게 있는데, 그래서 사쿠라를 찌른건 누구인것인가!!

는 저도 모릅니다. 임무 수행중에 혼자서 먼저 적을 쫓다가 적에게 공격당한거다 라는 설정이었어요. 그 사쿠라를 저런 꼴로 만든 대단한 적이 누군진 저도 모르겠네요, 허허.


모두들 여기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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