률님과 함께 내는 트윈지 Info입니다!

표지와 만화파트는 률님이 맡아주셨고 소설파트는 제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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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대운동회 청흑 배포본 이었습니다!

 

아직 해도 떠오르지 않은 꼭두새벽,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에 한 소년이 서있었다. 빨개진 코끝이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밖에 서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듯 했다. 그는 저 멀리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를 발견하곤 그를 향해 다가갔다.

늦었네요, 아오미네군.”

이런 꼭두새벽부터 불러내니까 그렇지! 넌 잠도 없냐!”

소년의 말에 화가 난 것인지 아오미네는 소년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이리저리로 흔들어댔다. 그가 하는 대로 힘을 빼고 고개를 이리저리 조금씩 흔들던 쿠로코는 자신의 머리 위에 얹어진 아오미네의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았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오지 않았습니까.”

웃으면서 말하는 쿠로코의 모습에 괜히 뾰로통해진 아오미네는 입술을 삐죽거리고는 쿠로코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아오미네는 아까부터 참고 있었던 하품을 한 번 크게 하고는 눈가에 찔끔 나온 눈물을 닦아냈다. 그렇다. 이래저래 불만을 표하면서도 결국 쿠로코가 부르면 언제든지 나오는 게 바로 아오미네였다.

그래서. 이번엔 또 왜 불러낸 거야?”

새해맞이 신사참배 같이 가자고요.”

그의 말에 아오미네의 얼굴이 마치 구겨진 신문지처럼 구깃구깃 해졌다. 혼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며 괴로워하던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양 어깨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테츠 너어! 내가 그런 거 귀찮아하는 거 알잖아!”

정말로 가기 싫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본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올려다보다 힘없이 눈을 내리 깔았다. 그는 아오미네가 어떤 모습에 약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쿠로코는 아래를 쳐다 본 채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알긴 하지만 아오미네군이랑 같이 가고 싶었습니다. 싫다면 저 혼자 갈게요.”

쿠로코의 행동과 혼자 가겠다는 말에 크게 당황한 아오미네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쿠로코의 눈치를 살폈다. 그냥 투정을 좀 부려본 것이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아오미네는 쿠로코와 시선을 맞춰보려 고개를 숙여 이리 저리 흩어보았지만 끝끝내 시선을 맞춰주지 않는 쿠로코의 모습을 보곤 멋쩍게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 싫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 이거지. 가자.”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손을 잡고 신사를 향해 걸어갔다. 갑작스럽게 잡힌 손에 놀란 쿠로코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따라갔다. 아오미네가 너무 성큼성큼 걸어서일까, 쿠로코는 거의 뛰다시피 하며 그의 뒤를 종종 걸음으로 쫓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도중 갑자기 아오미네가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 으앗!? 미안해, 테츠!!”

아오미네는 화들짝 놀라며 꼭 붙잡고 있던 쿠로코의 손을 놓았다. 아무래도 무의식중에 그의 손을 잡았던 것 같았다. 얼굴이 새빨개져선 어찌할 줄 모르는 아오미네의 모습을 바라보던 쿠로코는 그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왜요, 따뜻하고 좋은데요. 그리고 우리 사귀는 사이인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아오미네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작지만 따뜻한 손이 느껴졌다. 아오미네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자꾸만 위로 올라갔다. 흘긋, 옆을 쳐다 보자 빨갛게 달아오른 쿠로코의 귀가 보였다. 추워서 그런 건지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고 한참을 걸어 신사 앞에 다다랐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사에는 새해맞이 참배를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신사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둘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밀쳐져 잡고 있던 손을 놓쳐버렸다. 아오미네가 다시금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쿠로코가 사람들 사이로 휩쓸려 들어간 후였다. 쿠로코는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잘 보이는 아오미네를 향해 돌아가려 했지만 많은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아오미네가 자신을 찾기 어려울 텐데 라는 걱정을 하며 쿠로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렸다.

테츠!”

아오미네는 사람들을 뚫고 정확히 쿠로코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인파 속에 휩쓸려가는 쿠로코의 팔을 빠르게 낚아챘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치여 정신을 못 차리는 쿠로코를 끌고 사람이 적은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아오미네군은 키가 커서 좋겠네요. 멀리서도 보이더군요. 찾기 편합니다.”

숨을 좀 고르던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아오미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 테츠 정도면 괜찮지 않나. 너도 찾기 어렵지 않던데. 바로 찾았고.”

그런 말은 살면서 처음 들어보네요.”

존재감이 옅어 항상 찾기 힘들었다는 말만 들어 왔던 쿠로코였다. 그런 자신을 찾아내 주는 사람이 자신의 바로 옆에 서 있단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얼른 참배하고 소원 빌고 돌아갈까요? 여기에 오래 있다간 깔려 죽겠습니다.”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눈을 고이 접어 웃는 쿠로코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오미네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쿠로코를 따라 세전 앞으로 걸어갔다. 딸그랑, 동전 던지는 소리가 났다. 쿠로코는 동전을 던지자마자 소원을 빌기 시작했는지 두 손을 꼭 모은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넋을 놓고 쿠로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래를 향하고 있는 기다란 하늘색 속눈썹이 그의 모습을 더욱 빛나 보이게 했다. 자신과 다르게 온 몸의 색소가 옅어 하얗게 보이는 사람. 잘못 건들이면 부셔져 버리는 게 아닐까. 아오미네는 쿠로코가 설탕 과자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달콤하고 하얗게 예쁘지만 쉽게 부셔져 버리는 과자. 하지만 쿠로코의 외면이 설탕 과자와 닮았을지라도 내면은 정반대라는 걸 아오미네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쿠로코에게 끌리는 것일까. 정처 없이 떠돌던 그의 마음은 그가 쿠로코에 대한 감정을 깨달은 순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아오미네가 한참을 넋을 놓고 쿠로코를 쳐다보던 중, 쿠로코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그것을 본 아오미네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 열심히 소원을 빌고 있는 척을 하였다.

아오미네군, 무슨 소원 빌었습니까?”

아니 뭐 그냥.. 몰라. 비밀이야. 원래 소원은 말하는 거 아니랬어.”

아오미네가 적당히 소원을 빈 후 눈을 뜨자 아오미네가 눈 앞에 바로 쿠로코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던 쿠로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오미네에게 물었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소원이 뭐냐고 묻는 쿠로코의 모습에 아오미네는 어찌 대답할까 고민하다 대충 얼버무려버렸다. 네가 빈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 날에도 내가 네 옆에 있을 수 있기를, 네가 날 찾아주길 빌었단 말은 입이 찢어져도 말 할 수 없었다.

그러는 테츠, 넌 무슨 소원 빌었냐.”

비밀입니다. 소원은 말하는 게 아니라면서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아오미네는 새침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쿠로코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오미네가 흡사 쿠로코를 갈취하는 불량배처럼 보였지만 쿠로코는 익숙한 듯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까 아오미네군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아오미네는 입을 삐죽 내밀고 궁시렁 거렸다. 대충 둘러댄 말이 이렇게 되돌아 올 줄은 몰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쿠로코는 까치발을 들고 손을 올려 아오미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별로 특별한 소원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잘 지내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쿠로코가 빈 소원은 지금처럼 아오미네군의 옆에 항상 서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 되기를, 또한 항상 아오미네가 자신을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었다. 쿠로코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뒷말을 얼버무렸다. 아오미네는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쿠로코에게 보냈지만 곧 포기하곤 쿠로코의 손을 다시 잡았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신사 밖을 향했다. 어느덧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다른 듯 같은 소원을 모두 들은 해님만이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해주듯 두 사람을 향해 따스한 햇볕을 내리쬐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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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마무리가 안 되어서 급하게 쓴 배포지입니다 88 3월에 열리는 쿠농 통합온 때는 이번에 마감 못한 신간 2권 꼭 마감해서 들고 갈게요 흑흑..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하고 올 한해 청흑 가득한 한해가 되길 바라요!!

written by. 치즈하나(@cheese_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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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대운동회 황도(황핑) 배포본  이었습니다!

 

키세 녀석, 진짜 재수 없지 않냐?”

체육관에 가던 도중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키세는 걸음을 멈추고 재빠르게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이번 주만 해도 이런 상황이 몇 번째인지 셀 수조차 없었다. 늦게 농구부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1군에 들어갔다는 사실 때문인지 기존 농구부원들의 키세를 향한 눈총이 따가웠다. 키세는 한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어 섰다. 얘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험담이 길어질 것 같았다. 괜히 부딪혀서 쓸데없이 기운빼기 싫었던 그는 저들이 자리를 비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때, 듣기 싫던 남자애들의 목소리 사이에 청량하고 높은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너희들! 키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뭐라 하지 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에 놀란 키세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높게 올려 묶은 분홍빛 머리카락, 손에 들고 있는 서류, 항상 입고 다니는 연초록색 후드 집업.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테이코 농구부의 매니저, 모모이었다.

우리 농구부가 모델이라고 낙하산으로 1군에 넣어 줄 만큼 만만해 보여? 그래! 물론 우리 키짱이 잘생기긴 했지만 그게 단 줄 알아? 실력이 있으니까 1군에 들어간 거라고!”

우리 키짱이라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단어였다. 정확히는 다른 팬들이 꺅꺅 거리며 말하는 건 들어본 적 있었으나 모모이의 입을 통해서 들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알고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칭하다니. 평소의 키세라면 자기가 없는 자리라고 자기랑 친한 척 한다고 생각해 안 좋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매니저인 내가 보기에도 키짱과 너희의 실력은 엄청 차이나. 게다가 키짱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는지는 알아!!? 두고 봐. 키짱은 나중에 너희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선수가 될 거니까. 1군에 들어가고 싶으면 이렇게 뒷담 할 시간에 슛 연습이라도 더 하는 건 어때?”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두 사람한테 저렇게 말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모모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쏘아대고 있었다. 솔직히 그녀와 상관있는 일도 아닌데 자신의 일인마냥 화내주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저렇게 작은 몸집 어디에서 저런 당당함이 나오는 걸까. 그가 그녀의 행동에 감탄하고 있을 때, 남학생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들의 행동이 창피해졌는지 모모이를 놔두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 가버렸다. 그날부터였다. 자꾸 분홍 머리의 소녀에게 눈이 가던 것이. 그것이 벌써 중학교 때의 일이더라. 토오와의 경기가 끝난 후 잠깐 바람을 쐬러 밖에 나왔던 키세는 지금 마주한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키세, 걔 모델이라고 잘난 척 하는 게 싸가지 없어 보이지 않냐? 그냥 멋져 보이려고 농구 하나본데- 그런 녀석이 기적의 세대라니. 아오미네랑 너무 비교되더라.”

키세는 왜 그런 얘기를 입구에서 하는 거냐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눈을 감았다. 그날엔 이때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왔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그 경기를 보고 그런 말이 나오세요?”

키세의 상념을 비집고 들어온 맑은 목소리에 그는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보자 그곳에는 길고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서있었다.

아오미네 선수와 키세 선수 두 사람 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어요. 둘 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경기가 비슷하게 진행됐단 건 둘의 실력이 비슷하단 의미라고요. 단지 운이 조금 덜 따라 줬을 뿐이지 키세군이 실력이 안 좋다거나 한 건 아니에요!”

자신보다 훨씬 큰 사람들 앞에서도 전혀 주저함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모습, 자신의 일처럼 그가 받은 무시에 화를 내주는 모습,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옛날과 똑같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주변은 어둑어둑한데 그녀가 서있는 곳만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넌 대체 뭔데 끼어들어? 너도 그 녀석 빠순이냐?”

모모이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남자의 손이 모모이를 향했다. 그녀를 밀치려 하는 남자의 행동에 키세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키세는 재빠르게 모모이 앞으로 튀어나가 남자의 손을 막았다. 그러고는 샐쭉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하시죠. 더 이상 해봤자 좋을 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죠?”

말에는 웃음기가 서려있었으나 조금도 웃지 않고 있는 키세의 눈빛에 압도당한 두 사람은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서더니 꽁무니를 빼고 도망 가버렸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있는 모모이를 흘끗 쳐다본 키세는 한숨을 내쉬며 모모이를 붙잡고 말을 꺼냈다.

모못치! 위험하지 않슴까!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저렇게 등치 크고 시꺼먼 인간들한테 혼자 덤비면 어떡함까!! 이럴 땐 인상이 험악한 아오미넷치를 끼고 와야죠! 그래야 저런 놈들이 미넷치를 보고 겁먹어서 아무 짓도 못하지!”

조곤조곤하게 말하려 했으나 감정이 한껏 실려 버린 그의 말은 그의 걱정을 대변하듯 큰 소리로 뛰쳐나와 버렸다. 모모이는 삐죽 입술을 내밀고는 볼멘소리를 했다.

그치만 키짱이 얼마나 농구 할 때 진지하게 하는데!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렇게 말하잖아! 그리고 모델이라 싸가지가 없다고 하는데 키짱은 지금도 나 도와주고 전에도 그랬고.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저 사람들은 하나도 모르고 저러는 거잖아!”

자신에게 항상 도움을 주지 않았냐고 말하는 모모이의 말에 키세는 순간적으로 그건 너한테만 그런 거라고 말할 뻔 하다 정신을 차리곤 입을 꾹 다물었다. 모모이의 말을 되씹어 생각하던 키세는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내뱉었다.

모못치. 저 좋아함까?”

? 당연한 걸 묻고 그래. 당연히 좋아하지, 키짱.”

갑작스러운 질문에 모모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는 소녀의 모습에 키세는 갑자기 속이 뒤틀렸다. 분명 저 소녀는 그를 좋아한다는 말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모르는 것 일거다. 그의 좋아해와 그녀의 좋아해가 다른 의미인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녀의 말 한마디에 쉴 새 없이 쿵쾅대는 자신의 심장이 못마땅했다. 키세는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였다. 그는 모모이의 귓가에 대고 평소와 다른 낮은 톤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키스해도 됩니까? 저도 모못치 좋아하는데.”

...?”

역시 이런 반응인가 싶어 키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 상황에 매우 놀란 것인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당황스러움이 잔뜩 묻어난 그녀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서 되풀이 되는 듯 했다.너무 심통을 부렸나 싶었던 그는 장난인척 상황을 얼버무리려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키세가 고개를 들어 모모이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의 머릿속이 새하얘져버렸다. 그의 눈 앞에는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모모이가 서 있었다. 소녀는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는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 모습에 오히려 놀란 쪽은 키세였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키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모모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둘은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서있었다. 입술만 잘근 잘근 씹던 모모이는 마침내 결심했는지 키세의 옷자락을 살며시 붙잡았다.

키짱의 좋아해가.. 지금 내가 느끼는 거랑 똑같은 그런 좋아해 인거야?”

키세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당황한 키세는 상체를 뒤로 빼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키세의 얼굴도 모모이만큼이나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잠깐만요, 모못치! 쿠로콧치 좋아하는 거 아니었슴까!!???”

뒤로 물러난 키세에게 한 발짝 다가선 모모이는 키세의 넥타이 윗부분을 낚아채 끌어당겼다. 갑작스럽게 몸이 숙여진 키세가 중심을 잡으려 팔을 허우적대던 그 순간, 모모이가 키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달달한 복숭아 향이 훅 넘어왔다.

지금도 그래 보여, 키짱?”

모모이는 샐쭉한 눈읏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넋이 나가있던 키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어찌해야할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키세는 이내 웃으며 달달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속삭이곤 그녀에게 다시금 입을 맞췄다.

좋아해요, 모못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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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감을 못해서..급하게 쓴 배포지입니다 88 부디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쿠농 HL 최애커플이 황도라 언젠가 한 번 꼭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쓰게 됐네요! 다음에는 황도 회지도 내보고 싶어요 :D 비쥬얼 짱짱 황도 커플 사랑해주시고 다음 글에서 또 만나길 바라요!

written by. 치즈하나(@cheese_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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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자는~보팔!! 소워드!!”

장내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아오미네는 굽혔던 허리를 피며 숨을 몰아 쉬었다. 코트의 한 가운데서 다른 이들에게 둘러싸여 가쁘게 숨을 내쉬는 연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오미네는 환호성이 울러 퍼지는 경기장 위에 멍하니 서서 자신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그의 연인과 다시금 같은 팀으로 같은 경기에 설 수 있게 되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팔로 훔쳐냈다. 환한 조명 아래에 그와 그의 연인이 함께 서있었다. 기쁜 듯 살짝 상기된 볼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쿠로코의 표정, 그것이 눈에 와 박혔다. 그래. 저런 표정을 지었었지. 오랜만에 보는 그 표정이 그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승리했을 때도 저런 표정을 보이지 않았었던 것이. 테이코 시절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자신이 먼저 그에게서 멀어진 탓이겠지. 그렇기에, 더더욱, 그의 표정을 같은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했다. 언제 또 다시 이 위치에서 저 표정을 볼 수 있을지 몰랐다. 어쩌면 다시는 이 위치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왜 이런 소중한 순간을 과거의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렸던 것일까. 남색 눈이 원래 색보다 더 어두운 빛을 띄었다.  멍하니 아오미네가 그의 연인을 바라보고 있던 중 짙은 남색 눈과 맑은 하늘색 눈이 마주쳤다. 저를 발견한 그의 연인은 그를 보며 싱긋 웃으며 주먹을 쥔 손을 뻗었다. 그것을 본 아오미네 또한 화답하듯 웃으며 그를 향해 주먹을 쥔 손을 내밀여보였다. 그것을 본 쿠로코는 두 눈을 휘며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나 아름다워 아오미네는 순간적으로 흡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스스로를 그림자라곤 하지만, 그는 그림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빛나는 사람이었다.

“테츠.”

아오미네는 사랑스러운 제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커다란 손을 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른 이들이 머리를 쓰다듬을 때 애 취급하는 거냐며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쿠로코였지만 아오미네의 손길은 나쁘지 않은지 잠자코 그의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 한참 그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던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한참의 시합에 지친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에 맥없이 끌려갔다. 쿠로코는 자신을 끌고가는 아오미네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아오미네군. 카가미군이 저한테 할 얘기가-“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잠깐이면 되니까. 응, 테츠?”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말을 잘라버리고 칭얼거리며 쿠로코의 눈을 응시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쿠로코는 아오미네에게 약한 사람이었다. 아오미네의 간절한 눈빛을 뿌리치지 못한 쿠로코는 한숨을 내쉬고는 아오미네를 따라갔다. 아오미네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손에 잡힌 쿠로코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성큼 성큼 걸어나가는 아오미네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추기 위해 쿠로코는 거의 반쯤 뛰다시피 걷고 있었다. 복도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람 하나 없는 복도 위를 한참 걸어간 아오미네는 불이 꺼져있는 복도의 한 구석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칸 안에 쿠로코를 밀어넣은 아오미네는 쾅하고 화장실 문을 닫아버리곤 문을 잠겄다. 닫혀진 변기 뚜껑 위에 쿠로코를 앉힌 아오미네는 변기 뚜껑 위에 올린 양 손에 자신의 몸을 지탱한 채,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쿠로코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었다. 쿠로코가 뭐라 불만을 꺼내기도 전에 아오미네의 낮은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테츠.”

“네, 아오미네군.”

“…내가 최고지?”

“….네?”

갑작스러운 아오미네의 물음에 쿠로코의 몸이 경직되었다. 무엇인가 떠올린 듯 하늘색 눈빛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아마, 예전 아오미네가 자신에게 멀어지던 그 때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리라. 아오미네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쿠로코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불안한 하늘빛 눈동자가 그를 따라왔다. 약간 달짝지근한 내음이 나는 것 같은 땀 냄새를 한껏 들이마신 아오미네는 다시금 물었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잘하던 간에, 너한텐 내가 최고지?”

조금 더 구체적이 된 물음을 들은 쿠로코는 두 눈을 여러번 깜빡거렸다. 이 상황이 꿈인가 싶었다. 평소의 아오미네와 다르게 자신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 눈에 와 박혔다. 한참을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이를 쳐다보던 쿠로코는 어이가 없단 듯 픽 웃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오미네 군. 나한텐 항상 너가 최고였습니다.”

쿠로코의 대답에 아오미네가 고개를 들어 쿠로코를 쳐다보았다. 언제나처럼 곧은 하늘색 눈빛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쿠로코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거렸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마침내 말을 내뱉었다.

“그러는 너는, 내가 최고였습니까?”

평소와 같은 얼굴이지만 그 얼굴에서 희미한 초조함을 찾은 아오미네는 씩 웃으며 쿠로코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볍게 맞췄다 뗐다. 서로의 입술이 닿는 거리에서 아오미네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아- 당연하지. 항상 최고야, 테츠.”

아오미네가 말할 때 마다 움직이는 입술이 쿠로코의 입술을 간질였다. 낯선 듯 따스한 느낌에 쿠로코가 쿡쿡 웃었다. 기분 좋은 웃음 소리가 아오미네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아오미네는 빤히 쿠로코를 쳐다보다 다시금 입을 맞추곤 흡 하고 숨을 들이 마셨다. 그에 놀란 쿠로코의 입이 살짝 벌려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오미네의 뜨거운 욕망이 쿠로코의 입안을 파고 들었다. 입 안에 느껴지는 물컹한 감촉에 쿠로코의 혀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헤매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쿠로코의 혀를 자신의 혀로 감쌌다. 쿠로코의 작은 입에 아오미네의 혀까지 담기는 힘들었는지 쿠로코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벌어지는 입 사이로 맑은 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농구 경기가 끝나고 식었던 몸이 다른 의미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숨이 가빠졌다. 쿠로코는 호흡을 내뱉기 힘들 정도로 엉겨오는 그의 연인을 밀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조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아오미네의 혀가 쿠로코의 안을 더욱 깊이 파고 들었다. 아오미네의 손이 쿠로코의 허리를 향했다. 유니폼 위로 허리를 살살 쓰다듬던 손은 어느새 유니폼 안으로 쑥하니 들어와 쿠로코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 아오미네군. 잠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쿠로코는 황급히 입술을 떼어내며 아오미네의 몸을 밀쳤다. 아오미네가 어서 말해보라는 듯 열망에 일렁이는 눈빛으로 쿠로코를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발가벗길 것만 같은 눈빛에 쿠로코의 얼굴이 빨갛게 불타올랐다. 차마 그 시선을 마주할 수 없어 눈만 데굴데굴 굴리던 쿠로코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 이상은 나중에.. 어차피, 오늘 같이 아오미네군 집으로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곤란함이 가득 웃어 나는 말투에 아오미네는 풋-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어지간한 일로 당황하지 않는 그가 자신 때문에 당황스러워 한단 사실이 꽤나 기분 좋았다.

“이따간 도망 못 쳐, 테츠.”

쪽, 소리가 나게 쿠로코의 이마에 입을 맞춘 아오미네는 몸을 일으켜 쿠로코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구리빛 손 위로 새하얀 손이 겹쳐졌다. 어색한 상황에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한바탕 웃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한바탕 웃은 둘은 손을 맞잡은 채 화장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 나갔다. 앞으로도 함께 할 그들의 미래처럼, 마주잡은 두 손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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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흑데이 기념으로 배포했던 글입니다! 블로그에는 하루 늦게 올렸네요 ><

배포 받아가주신분들,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거 후편을....꾸금으로 올리고 싶은데 무사히 올릴 수 있길 바랍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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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앞장 서 걸어가던 아오미네는 인상을 팍 찌푸리고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가 갑자기 자리에 멈추는 바람에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등에 그대로 부딪혀 버리고 말았다. 이를 어찌하지 싶어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쿠로코를 향해 아오미네가 말했다.

“테츠.”

고저가 없는 그 목소리에 분노가 담겨 있지는 않은 듯 해 쿠로코는 내심 안심하며 대답했다.

“네, 주인님.”

“켁. 뭐가 주인님이냐, 주인님은. 그냥 아오미네라고 불러.”

쿠로코의 대답에 아오미네는 질색이라는 듯 말했다. 그의 말에 쿠로코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는 오늘 겪는 일은 모두 처음 겪는 일 투성이라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며 입술을 달싹이던 쿠로코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아오미네님.”

“…그 님자는 뺄 생각이 없는거냐…”

아오미네는 머리를 한 손으로 헝클어 틀이더니 곧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허리를 숙여 쿠로코와 눈을 마주치곤 말했다.

“아무튼, 테츠 너. 그 향 조절할 줄 모르냐?”

“향…이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쿠로코의 모습에 아오미네는 얼굴을 한 손으로 쓸어내렸다. 향을 감추지 않고 있을 때부터 혹시나 했지만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아오미네는 슬며시 자신의 향을 내뿜었다. 순식간에 선택 받은 이만 맡을 수 있는 그의 향이 복도를 가득 메웠다. 훅 들어오는 향에 정신이 아찔 해진 쿠로코는 그대로 쓰러질 뻔 했으나 간신히 버텨냈다. 벽에 기대어 힘들게 숨을 내뱉는 쿠로코를 보며 아오미네는 자신의 향을 살짝 누그러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수처럼 강하게 달려드는 아오미네의 향에 쿠로코는 정신이 멀어 버릴 것만 같았다.

“이 향, 맡을 수 있지 너. 너도 비슷한 향이 난다고.”

그 말에 쿠로코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아오미네를 쳐다보았다. 자신에게서 이렇게 강렬한 향이 나고 있다니. 쿠로코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점점 초점이 흐려지는 쿠로코의 눈을 본 아오미네는 황급히 자신의 향을 감추었다.

“나 참..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거냐.. 알파랑 오메가가 뭔지는 아냐, 너?”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 끄덕거림을 본 아오미네는 쿠로코를 향해 가까이 다가오라는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이렇게 향을 풀풀 풍기면서, 러트 경험도 안 해본 건 아닐 거 아냐.”

“러트..요?”

쿠로코의 반응을 보아하니 러트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아오미네는 정말 귀찮은걸 떠 안게 되었군이라 생각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설명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아오미네는 이내 결심을 한 듯 쿠로코를 쳐다보았다. 아오미네는 귀찮은게 딱 질색이었고, 구구절절 상냥하게 설명을 해줄 만한 성격도 아니었다. 쿠로코가 러트가 뭔지 모른다 해서 그에게 끼치는 피해도 없었으니 어찌되던 그가 알 바 아니었다. 단지 그의 코를 자극하는 쿠로코의 향이 거슬릴 뿐.

“으..진짜 아무것도 모르나보네. 뭐, 아무렴 어때. 일단 그 향부터 어떻게 좀 하자. 머리 아파 죽겠으니까. 테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고 마음을 안정 시키는 거야.  너의 존재감을 네 안에 가두듯, 밖으로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봐.”

아오미네에게 다가간 쿠로코는 그의 말대로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내쉬었다. 몇 번의 호흡이 반복되자 점차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철컥, 순간 쿠로코는 자신의 몸 안에서 새어나가던 무언가를 막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잘하네, 테츠.”

점점 옅어지는 향에 아오미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쿠로코에게 다가가 큰 손으로 그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처음 들어 보는 칭찬에 쿠로코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오미네는 그저 자신을 자극하던 향을 더 이상 맡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다시금 쿠로코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넓디 넓은 복도 안을 두 사람의 걸음 소리가 가득 메웠다. 어색한 공기가 둘 사이를 감싸애웠다. 무슨 말이라도 해볼까 아오미네는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어 입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걸어가던 중, 아오미네의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왜?”

“전 무슨 일을 하면 되는 거죠?”

그 말에 아오미네는 흘긋 자신을 따라오는 쿠로코를 쳐다보았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쿠로코를 보고 살짝 얼굴을 붉어진 아오미네는 곧바로 시선을 앞으로 돌려 버렸다. 아오미네는 이래저래 고민하며 시킬만한 일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 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이게 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시종을 만든 탓일 것이다. 심심풀이 해줄 상대 정도로 해두면 되겠지라 생각하며 아오미네는 대답했다.

“넌 오늘부터 내 시종이다. 뭐.. 하는 일은.. 글쎄. 내가 심심할 때 상대 해주는 것 정도 이려나?”

그 말에 쿠로코는 ‘심심할 때 상대’라는 말을 홀로 조용히 되내이고 있었다. 화려한 무늬가 그려져 있는 커다란 방문에 다다르자 아오미네는 걸음을 멈췄다.

“자, 여기가 내방. 넌 이 옆에 방에서 생활하면 돼.”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손목을 놓고 손가락으로 문의 옆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 쿠로코는 그 방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쿠로코는 아오미네가 잡고 있던 손목을 다른 쪽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 행동을 놓치지 않고 쿠로코의 손목에 눈길을 준 아오미네는 순간 기겁을 하며 쿠로코를 향해 외쳤다.

“으헉! 뭐야. 손목에 멍들었잖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했어야지!”

깜짝 놀란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팔을 낚아채 손목을 자신의 눈 앞으로 가져왔다. 한참을 뚫어져라 쿠로코의 손목을 샅샅이 흩어 보던 아오미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히 서 있던 쿠로코는 고개를 푹 숙이곤 쭈뼛거리며 말했다.

“그치만 전 한낱 노예일 뿐이고..”

주저하는 쿠로코의 말투에 아오미네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노예면 안 아프기라도 하냐!? 그리고 노예가 아니라 내 시종이라니까! 정말인지.. 따라와, 테츠.”

그게 그거 아닌가요란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쿠로코는 간신히 그 말을 삼켰다. 화가 난듯 한 아오미네의 모습에 쿠로코는 잔뜩 겁을 먹은 상태로 아오미네를 따라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 해왔다. 역시 벌을 주려나, 라는 생각을 하며 쿠로코는 두 눈을 꼭 감고 제발 덜 아픈 벌을 주길 빌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방 구석의 선반으로 직진해 무언가를 찾으려 선반을 뒤지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원하는걸 찾았는지 아오미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오미네는 손에 하얀 무언가를 들고 쿠로코를 향해 다가왔다.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쿠로코의 얼굴에서 점점 핏기가 사라졌다.

“손목 이리 내봐, 테츠.”

자신의 예상과 다른 말에 쿠로코는 꼭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 아오미네를 쳐다보았다. 뭘 하느냐고 묻는 듯한 그의 표정에 쿠로코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에게 자신의 손목을 내밀었다. 쿠로코의 손목을 잡은 아오미네는 자신의 손에 들린 케이스의 뚜껑을 열어 무언가를 쿠로코의 손목에 바르곤 하얀 붕대로 그의 손목을 감쌌다.

“자, 이러면 됐겠지. 적당히 안 아파지면 알아서 풀어라, 테츠.”

쿠로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곤 자신의 손목에 감싸진 붕대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손목을 이리저리 살피는 그의 행동에 아오미네는 자기가 뭘 잘못 처치했나 싶어 내심 불안에 잠겨 있었다. 한참을 자신의 손목에 감긴 붕대를 요리 저리 뜯어보던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오미네님.”

처음 보는 그의 얼굴에 아오미네의 얼굴이 빨개졌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가 웃으니 아까 전과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상하게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아오미네는 심호흡을 내뱉었다.

“뭘 그런걸 가지고.. 멍들게 해서 미안하다, 테츠.”

차마 쿠로코를 계속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아오미네는 고개를 훽하니 돌려 창 밖을 바라봤다. 유난히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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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오미네는 우성 알파, 쿠로코는 열성 알파랍니다-!
당분간은 이야기 진행을 위해 빠르게 올려볼까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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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 한 거리가 있었다. 판매대에 잔뜩 쌓여 있는 비단을 홍보하는 이, 알록달록 화려한 장식구를 파는 이, 값을 흥정하고 있는 이들 등 많은 사람들의 섞여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고 있었다. 한 아이가 그 복잡한 시장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하늘색의 머리결에 같은 색의 눈동자를 한 아이. 그 아이의 머리에는 늑대의 귀가 쫑긋 서 있었다. 하얗고 가는 발목에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투박하고 녹슨 족쇄가 채워 져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그와 비슷한 족쇄를 찬 이들, 수갑을 찬 이들, 철창에 갇혀 있는 이들이 그와 똑같이 조용히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시끌 벅적한 거리에서 그 주변에만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유난히 하얀 그 아이의 모습이 그 풍경에 이질적으로 녹아 들어갔다. 흔치 않은 광경에 길가의 사람들이 그 아이를 흘끗 쳐다보며 지나갔다.

아이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눈으로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쳐다볼 뿐.

그저 팔려 갈 뿐인 삶이 지긋지긋했다. 그렇지만 딱히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도망 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이 삶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는 단지 전보다 조금 더 나은 이가 그의 주인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평소와 같은 사람들, 평소와 같은 상황. 변하는 건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거미줄에 걸린 듯 더욱 더 그 상황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될 뿐.

그러니 그 날도 평소와 똑같은 날이 되었어야 했다.




“이 느려 터진 것들! 빨리 안으로 들어가라고!”

저 멀리서 들려 오는 소리가 복도를 걷고 있던 아오미네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새로운 노예들을 데려 온 것일까. 정말인지 이 집안은 쓸데 없이 사람을 늘리는고만이라 생각하며 아오미네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렬로 들어가는 노예들의 무리를 계속 눈으로 흩던 그의 눈이 무엇인가 발견한 듯 커졌다.

‘…늑대?’

사람들 무리에서 그의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늑대의 귀였다. 드문 일이었다. 늑대의 아이가 노예로 들어오다니. 부모라도 잃은 것인 걸까. 아오미네는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다 이 향은..’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를 찌르는 향이 아오미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오미네는 그 향을 따라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고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쿠로코의 손목을 재빠르게 낚아챘다. 쿠로코는 자신의 손목을 잡은 이를 커진 눈으로 쳐다봤다. 쿠로코는 그자의 머리에 달려 있는 자신의 귀와 비슷한 귀를 보곤 곧 그가 누군지 대충 눈치 챘는지 눈을 아래로 내리 깔았다. 분명 쿠로코가 팔려 온 집안은 그 일대에서 의술로 명망 높은 늑대 수인의 집안이었다. 그의 눈 앞에 있는 이가 정확히 누구인진 모르더라도, 그의 귀와 허리춤에 차고 있는 화려한 장식구를 보건대 그 집안의 사람임이 분명했다.

“이름이?”

머리 위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에 쿠로코의 눈이 다시금 커졌다. 처음 들어 보는 질문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쿠로코는 입술만 달싹였다.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을 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물어 오다니. 평소 존재감이 옅어 노예 관리자마저 순서를 넘겨 버리기 일수였던 그의 존재를 눈치 채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노예의 이름 따위를 알고 싶어 하는 이는 지금까지 없었다. 사실 자신조차 잘 기억 나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런 자신의 이름을 궁금해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쿠로코..테츠야 입니다.”

간신히 자신의 이름을 떠올린 쿠로코는 조용히 읊조렸다. 오랜만에 입에 담는 자신의 이름이 낯설었다. 쿠로코는 흘깃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고민하듯 턱을 매만지는 그의 모양새가 퍽이나 잘생겨서 쿠로코는 순간 넋을 놓고 그를 쳐다보았다.

“흠, 그래. 테츠.”

굵직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쿠로코가 다시금 눈을 내리깔았다. 조용히 그의 말을 다시금 곱씹어 보던 쿠로코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 듯 조금 커진 눈으로 아오미네를 쳐다보았다.

“….테츠요?”

“응. 테츠. 테츠야라고 부르기엔 너무 기니까.”

쿠로코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 아오미네는 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손목을 잡아 끌어 노예들을 관리하고 있는 자의 앞으로 걸어갔다. 예상치 못한 아오미네의 움직임에 쿠로코는 발이 꼬여 넘어질 뻔 했으나 어찌어찌 위기를 넘기고 그를 종종 걸음으로 쫓아갔다. 다른 노예들을 쳐다보고 있던 관리인의 눈과 쿠로코의 눈이 마주쳤다. 매서운 관리인의 눈에 겁을 먹은 쿠로코의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어이, 이 녀석. 내 담당으로 해 줘.”

아오미네의 말에 관리인의 얼굴에 곤란함이 피어났다. 눈을 데구륵 구르던 그는 어렵사리 입을 땠다.

“하지만 그 아이는 당주님께서..”

“됐고. 괜찮지?”

관리인의 말을 한 번에 막아선 그는 관리인을 날 선 눈빛으로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자기 말대로 해주지 않으면 어찌 될지 모른다는 듯한 그의 표정에 관리인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예, 예. 나리가 원하시는 대로 하죠.”

아오미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관리인은 재빠르게 말을 바꾸며 미소 지었다. 망나니라고 소문난 이 집의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어찌 될지 그도 모르는 일이었다. 차라리 나중에 당주님께 혼나는 게 백배는 낫지 라고 생각하며 관리인은 손에 들고 있는 메모장에 재빠르게 ‘늑대 수인 아이, 아오미네님 담당’이라고 적어 내렸다. 그것을 말없이 쳐다보던 아오미네는 곧 쿠로코의 손을 다시금 잡아 끌었다.

“자, 가자. 테츠.”

“네, 네? …네.”

말을 더듬거리던 쿠로코는 맥없이 아오미네의 손에 이끌려갔다. 쿠로코는 이상한 사람, 이라고 생각하며 아오미네의 뒤를 말없이 쫓았다. 관리인은 긴 복도 너머로 멀어져 가는 쿠로코의 뒷모습을 보며 어쩌다 저 아이는 저런 사람 눈에 띄게 되었는지 라고 생각하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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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약간 오리엔탈풍? 그런 느낌의 나라 배경입니다!
머나먼 옛날....큼님이 저에게 주신 리퀘가 있는데요...그걸 지금이야 써오고있습니다..(죄송합니다 큼님.....)
갑자기 청흑 꿈을 풀스토리로 꾸게 되어서!!! 이건 대박이야!!! 큼님이 주신 설정까지 집어넣으면 되겠다!!!하고 막 집어넣어 글을 쓰게 되었네요!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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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난 오후, 마유즈미는 옥상에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살그머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흘끔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려 시간을 확인한 마유즈미는 읽던 책을 내리고 옥상 문을 쳐다보았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왔다.

 철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머리결의 남자가 옥상으로 들어왔다. 잠시 멍하게 그를 쳐다보던 마유즈미는 곧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런 마유즈미의 행동에 아카시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

 “오늘은 무슨 책이에요, 마유즈미 선배?”

 다정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거슬렸다. 마유즈미는 탁 소리가 나게 책을 덮고는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알 바 없잖아.”

 “쌀쌀맞으시네요.”

 뭐가 그리 좋은지 아카시는 생긋 웃으며 마유즈미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이 거슬렸는지 마유즈미는 한가득 인상을 찌푸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윈터컵 이후로 아카시는 매일 농구연습이 끝난 후 마유즈미를 만나러 옥상에 오고 있었다. 항상 똑같은 시간에 항상 비슷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마유즈미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런 그의 행동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아카시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마유즈미는 책을 내려놓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에는 두둥실 새하얀 뭉게구름이 속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한참을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던 마유즈미는 아카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새빨간 머리카락, 그와 똑같이 새빨간 눈, 그에 어울리는 하얀 얼굴. 미소년이란 말이 실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마유즈미의 행동에 아카시는 생긋 웃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조용히 서로를 마주보던 중,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아카시였다.

 “선배, 저는 뭐든 확실한 게 좋아요.”

 “?”

 뜬금없는 그의 말에 마유즈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카시는 뭐가 그리 좋은지 눈꼬리를 접어 웃고는 마유즈미의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는 아카시는 그의 코와 마유즈미의 코가 마주 닿을 정도로 자신의 얼굴을 마유즈미의 얼굴 가까이에 갖다 댔다. 흠칫 놀랜 마유즈미가 재빨리 몸을 뒤로 빼려 했으나 벽 쪽에 앉아있던 탓에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그가 도망가지 못하게 할 생각인지 아카시는 재빠르게 마유즈미의 양 어깨를 손으로 붙잡았다.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것 같은 자세를 한 상태에서 아카시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니까 선배와의 관계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아카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빨간 눈동자에는 마유즈미의 잿빛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마유즈미 선배, 저랑 연애 하실래요?”

 예상치 못한 말에 마유즈미는 두 눈을 깜빡였다. 아카시는 긴장한 듯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눈만 데굴데굴 굴리던 마유즈미는 아카시를 두 손으로 밀쳐버리고 재빠르게 건물 안으로 도망쳤다.

 

속이 울렁거렸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싫은 느낌인가? 아니면 좋은 느낌인가? 알 수가 없었다. 마유즈미는 처음 마주한 감정이 너무 낯설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처 없이 한참을 뛰던 마유즈미는 체육관 뒤쪽에 있는 공터에 서서 숨을 골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한없이 푸르렀다. 마유즈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었다. 고백이라니. 그것도 같은 동아리 남자 후배의 고백이라니. 혼란스러웠다. 왜냐면 그 고백을 들었을 때, 싫다는 생각보단 기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기쁘다고 생각한거지? 마유즈미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아. 한참 찾았잖아요, 선배.”

 깜짝 놀란 마유즈미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땀범벅이 된 아카시가 서있었다. 

 “왜 도망가는 거예요?”

 다시 도망치는걸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아카시가 마유즈미의 손목을 세게 잡았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마유즈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야말로.. 왜 그런 말을 한거야. 너랑 나 둘 다 남자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선배도 저 좋아하잖아요.”

 그 말이 마유즈미 머릿속에 종이 울리듯 퍼져 나갔다. 갑자기 어지러웠던 속이 진정되는 느낌에 당황한 마유즈미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외쳤다.

 “뭐?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튀어나오는 거야? 사람들이 다 널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배는 확실해요.”

 “하? 왜 그렇게 생각 하는 건데.”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매일.”

 “내가? 누구를?”

 “선배가 저를요. 옥상에서 매일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기다린 거 아니거든! 그냥 사람 없는 곳이 거기밖에 없었던 것뿐이야.”

 “기다린 거 맞아요. 왜냐면.”

 아카시는 살짝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선배는 부활동이 없으니 수업 끝나고 바로 집을 가도 될 텐데 안가고 옥상에 있었잖아요. 집에 가면 더 편하게 책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이제 그냥 인정해요, 선배. 선배는 저를 좋아해요.”

 그의 말이 마유즈미의 마음에 와 꽂혔다. 그와 동시에 안개가 가득 낀 것 같았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방과 후에 바로 집에 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 옥상에서 보란 듯이 책을 읽었던 이유, 그 모든 것이 아카시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육관으로 찾아갈 용기가 나진 않으니 그가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매일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도대체 왜? 마유즈미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차분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를 만나고 싶었다. 왜냐면 그가 빛났으니까. 농구코트 위의 그가 너무 반짝였으니까. 최근 들어 그가 자신을 향해 보여 주는 미소가 너무 눈부셨으니까. 그래.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는 아카시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니 울렁거리던 속이 진정되었다.

 “다시 한 번 물을게요, 마유즈미 선배.”

 재촉하는 듯 한 아카시의 말소리가 마유즈미의 귀에 와 닿았다. 마유즈미가 아카시를 쳐다보자 그는 긴장한 듯 눈을 내리 깔았다. 그의 기다란 속눈썹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저랑 연애하지 않을래요?”

 마유즈미는 처음 보는 아카시의 긴장한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라 입술을 잘근 잘근 깨물었다.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 이상, 또 자신보다 어린 후배가 이렇게 힘을 내주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전처럼 무시하는 일이 생기면 바로 차버릴거야.”

 “그런 일 없어요.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매일 안 보러 와도 찰거야.”

 “매일 보러 올게요. 기다려만 주신다면.”

 “하아..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마유즈미는 한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했다. 아카시는 눈을 빛내며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잘 부탁해.”

 마유즈미는 한쪽 손을 아카시에게 내밀었다. 아카시는 그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눈을 곱게 접어 웃었다.

 “저야말로요.”

 그 말과 동시에 아카시는 마유즈미의 손을 자신의 쪽으로 휙 잡아 끌었다.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는 마유즈미를 잡은 아카시는 그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 행동에 마유즈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너…너!”

 “저랑 사귀기로 한 증표에요. 마유즈미 선배.”

 마유즈미가 성질을 내던 말건 아카시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품에 안았다. 마유즈미의 귀에 아카시의 뜨거운 호흡이 와 닿았다.

 “정말 좋아해요.”

 “…나도.”

 아카시의 말에 마유즈미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대답에 아카시의 눈이 커졌다. 아카시는 기분이 좋았는지 그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팔을 어찌할지 몰라 하던 마유즈미도 조심히 팔을 올려 아카시를 끌어안았다. 새롭게 탄생한 커플을 환영하듯 하늘에는 하트 모양의 구름이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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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은님 달성표 보상으로 써온 적먹입니다!! 사실 한참 전에 드렸어야했는데 지금이야 써왔네요ㅠㅠㅠㅠ저를 벌하여주십소서....ㅠㅠㅠㅠㅠㅠ

능글거리는 아카시를 쓰고싶었는데 써놓고 보니 별로 능글거리지도 않네요 허허허.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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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샘플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1월 7일에 열리는 사스사쿠온리전 샐러드레시피에 트리플지가 나옵니다.

트리플지 참여 멤버는 률님, 아델리아님, 치즈하나님 입니다.


샘플은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률 님 Sample>




<아델리아님 Sample>

얼음과 봄

또다시 여행을 떠나는 사스케가 과연 사쿠라를 사랑하는지에 관해 불신하는 사라다.

사라다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결말은 해피.



<치즈하나님 Sa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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