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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를 비난할 자격이 없어.
행동하지 않은 것은 나이고 행동한 것은 너니까.
포기한 것은 나고 포기하지 않은 것은 너니까.
나에겐 너를 비난할 자격도, 칭찬할 자격도, 심판할 자격도 없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곳에 서서 널 심판하는 역할을 계속 한 것은 단지 내가 이 세상의 어그러짐을 알고 있는 너 이외의 유일한 존재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야. heh, 정말 골 때리는 이유지, 안 그래?
그러나 너는 나를 비난할 자격이 있어, kid.
네가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네가 몇 번이고 상처받고 일어나는 걸 모두 보고 있었음에도 끝까지 나는 나서지 않았었으니까.
너도 분명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야, kid. 레스토랑에서 토리엘 아주머니께 너를 부탁받았단 얘기를 할 때, 난 분명 네가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kid. 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이어지는 나의 위협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 네 얼굴에는 두려움도 배신감도 슬픔도 그 어떠한 감정도 배어나오지 않았어. 오히려 네게서 새어나오던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체념.
그건 어린아이가 가질만한 것이 아니었어. 내가 몇 년을 절망한 끝에, 수십 번을 반복한 끝에 내 안에 남은 것과 너무나도 똑같은 무게의 체념. 어린아이가 지니고 있을 만한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할뿐더러 너는,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지니고 있을 수 없는 거였어. 왜냐면 너는 모두와 친구가 되었잖아, kid. 그들이 수십 번 너를 공격해도, 수십 번 너를 욕해도 굽히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 그들과 친구가 되었잖아.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너의 그 꺼지지 않는 빛나는 의지로 몇 번이고 되돌아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잖아. 그런 네가 밑도 끝도 없는 체념을 속에 품고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kid.
너는 모르겠지. 그 모든 생각을 마친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간 하나의 생각이 날 얼마나 오싹하게 만들었는지. 다리뼈가 후들거리는 기분이었다고, kid. 그 떨림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쳐 나왔어. 뭐, 네가 보기엔 그냥 너를 두고 떠난 것처럼 보였겠지만.
이 이야기를 왜 여기서 하냐고? heh, 시간 많잖아. 그냥 뼈에 사무치게 외로워진 해골의 넋두리라고 생각하고 들어달라고. 이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걸. 다 들은 후에 네가 빨리 듣고 싶어 하는 다른 말을 해도 상관없잖아. 정말 아름다운 날이야.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고. 뭐 이런 말들 말이야? 어차피 너도 나도 이 말을 수십 번 듣고 말했다는 걸 알고 있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잠깐만 휴식을 취하며 아까 하던 얘기를 이어서 해보자고. 내가 비난할 자격이 없는 아이는 처음의 모두와 친구가 된 그 아이이지 지금 내 눈앞의 너는 아니니까 말이야. 난 지금 너에게 말을 거는게 아니라 네 안의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있는거니까. 무슨 소린지 알겠지?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그래. 그 아이를 두고 도망쳤단 얘기를 했지. 그래, 그 아이를 거기 놔두고 알현실로 향하며 많은 생각을 했어. 그 아이의 체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아이는 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일까. 그 아이는 모두에게 죽을 뻔 했으면서도 왜 아무에게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그 아이는 왜 모두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 것일까.
그 아이는, 누구지?
그 아이는, 어떤 존재지?
네가 오기 전까지 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어. 그래서 그냥 널 아스고어에게 보내줬지. 너라면 모든 것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네 안에 왜 그런 깊은 무력감이 뭉쳐져 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모든 일을 올바르게 해낸 너라면 끝까지 옳은 일을 선택 할 테니까. 하지만, 그래. 그때 널 보내면 안됐던 거였겠지, kid. 그 때 내가 보았던 너의 체념을 모른척 하면 안됐던 거야, 그렇지? 그 후의 이야기는 너도 알겠지. 결계는 깨어졌고 우리는 모두 함께 지상에 나갈 수 있었어. 지상에 나가기 전에서야 네 이름을 알 수 있었어, frisk.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그때 네 목소릴 처음 들었던 것 같아. 그 전에는 뭐랄까..네가 직접 말한 게 아니라 누군가 머릿속에 말을 전달해준 느낌이랄까. 텔레파시 같은 그런 느낌으로 말이지? 그 사실을 수십 번이 지난 지금에야 눈치 챘다니 나도 참 멍청한 해골이지, 안 그래?
지상에 나가 모두 함께 석양을 보던 그 날, 참으로 기뻤어. 하지만 동시에 두려웠어. 다시 지하로 되돌려질 수도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분명 환하게 빛나는 태양을 두 눈으로 보고 왔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 다시 스노우딘이더군. 그래, 솔직히 난 그때 널 원망했어, kid.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길래, 도대체 왜, 네가 대체 뭐길래, 우리를 행복하게 놔두지 못하고 이곳으로 다시 끌고 들어왔는가. 고민하고 고민하던 중 무언가 다른 점을 눈치 챘던건 문 너머 들려오던 목소리가 사라졌던 그 날. 내가 보지 못한 곳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었던거야. 그리고 모든 것을 확실히 알아 챈 것은 너를 다시 만난 그 날. 그 때, 나와 악수를 한건 네가 아니었어, frisk. 아니 정확히는 겉모습은 너였지만 네 안에는 네가 없었던 거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kid. 나는 그 날, 너와 레스토랑에 처음으로 같이 앉았던 그 날, 널 그렇게 내버려두지 말았어야 했던 거야, 그렇지? 이 시공간의 어그러짐을 이 세상에서 알고 있는건 너와 나 뿐이니까. 너한테 문제가 생긴다면 그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건 나였을테니까 말이야. 너를 붙잡고 무엇이 문제인지 묻고 같이 해결방법을 찾았어야했어. 그랬다면 지금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 모르지. 용서를 빌기엔 이미 너무 늦은 걸까, kid? 나처럼 깊고 어두운 체념과 무기력함을 품에 안고 있음에도 나와 다르게 모두에게 빛나는 존재였던 널 다시 만날 순 없는걸까, frisk. heh, 처음 널 만났던 때만해도 네가 이렇게 그리워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자, 이젠 너한테 하는 말이야. frisk가 아니라 지금 여기 서있는 너 말이야. 이 곳에 네가 들어왔을 때, 너와 싸우고, 네가 빛나는 의지로 돌아오고, 다시 싸우는 것을 반복하는 와중 알게 되었어. 네가 시간선을 되돌리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적 공백이 존재하더라고. 마치 시간을 멈춰놓고 무언가 결정하고 있는 듯 말이야. 어떠한 절차를 밟고 있는 듯 말이야.
그래. 그 사이에 여러 가지들을 생각해봤어. 아까 말했듯 누군가가 머릿속에 말을 전달해준 것 같다던가 하는 것들을 말이야. 이래봬도 내가 머리가 꽤 좋거든. 그러다 그 생각이 나더군. 처음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그 날, 날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오게 했던 그 생각이 말이야.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날 이후 날 괴롭히던 문제의 핵심을 깨달았어.
그 시간선을 어디로 되돌릴지, 아니면 되돌리지 말지 결정하는건..
여기 서있는 네가 아니지, chara.
예전의 그 아이도 아니었을 거야. 내말이 맞지?
거기 너. 그래, 너. 누굴 부르는지 모르는척 하지마. 이 아이들 뒤에 서있는 너 말이야.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네가 이 아이를 조정한 것 맞지, 그렇지?
왜 파피루스를 죽였어? 왜 모두를 죽였어? 그 이전에 그 kid를, frisk를 어떻게 했어?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나는 너 때문에, 죄 없는 아이를 의심했어. 아무런 잘못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던 그 아이를 내버려뒀어. 항상 그 아이가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표정만을 보았지. 그러다 마지막에, 정말 마지막에 딱 한번 그 아이의 웃는 얼굴만을 봤을 뿐이야. 희미한 목소리로 frisk라고 수줍게 얘기하며 웃는 그 얼굴을 딱 한번 보았을 뿐이야. 딱 한번 뿐이었지만 그때 난 알 수 있었어.
그 아이는 행복하지 않았어. 그것도 전부 너 때문 인거지, 안 그래?
그 아이도, 나도, 다른 괴물들도 모두 불행하게 만든 건 전부 너지. 그렇지?
아이들 뒤에 숨지 말고 나와, 더러운 살인마.
넌 나와 결판을 내야해.
처음부터 끝까지 샌즈의 독백이지만...샌즈프리 맞습니다..맞을껄요...?
아무튼 샌즈가 프리스크가 행복하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고 그 이유를 깨닫고 분노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샌즈의 잘못도 있긴합니다만...이 글의 샌즈는 모든 잘못을 player에게 전가하고있죠.
뭐뭐, 샌즈도 힘들지 않았을까요. 프리스크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것도 꽤나 늦게 깨달았을것같고..
개인적으론 프리스크는 완전히 선한 존재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렇지만 chara가 완전히 악한 존재라고 생각하진않아요, 그거에 대한 자세한 고찰을 나중에 올릴수있음 좋겠네요.
한마리 괴물도 죽이지 않으면 frisk가 주도권을 잡은 상태 -> 그러다 도중에 괴물을 죽인다면 그건 잠시 chara에게 주도권을 빼앗긴것임
처음부터 전부 죽이고 가면 chara가 계속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태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제 글의 샌즈가 전부 죽이고 오는 kid를 봤을때 frisk가 아니라는걸 알았다고 하는거죠. 그땐 이미 주도권을 chara가 가지고있는 상태였으니까요.
뭔가 언더테일이 개인적인 해석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라 주저리주저리 말을 덧붙이게 되었네요ㅠㅠㅠ 첫 언더테일 글이라 어색한부분도 많겠지만 재밌게 감상해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