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어느 때와 같이 경쾌하게 인사를 하며 집에 들어오던 사라다는 부엌 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발걸음을 멈췄다. 사쿠라가 일을 가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라도 든 것일까? 사라다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인기척이 느껴 진 쪽으로 살그머니 다가갔다. 무언가 찾고 있었는지 부엌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그 난장판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새까만 저 사람은 분명..
".....파파...?"
사라다는 제가 본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사라다가 알기로는 사스케는 장기 임무를 나간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집에 오다니? 뭐, 언제는 연락하고 찾아 왔냐 만은 적어도 사라다가 아는 사스케는 임무가 끝나기 전에 집에 돌아올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 호카게님이 적어도 6개월은 걸릴 임무라고 하셨고, 사스케가 임무를 간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직 돌아올 때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사라다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스케가 왜 집에 와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사스케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라다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라다 왔구나."
"언제 집에 돌아오셨..아니 그것보다 뭐하고 계신 거예요?"
그랬다. 당장 중요한 것은 사스케가 왜 돌아왔느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사스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였다. 무엇을 했기에 부엌이 이 난장판이 되었으며 곤란하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서 있었던 것일까. 사스케는 그 물음의 답을 해주고 싶지 않은 듯 눈을 돌렸지만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사라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하려고."
"네?"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사라다에게 닿지 못했는지 사라다는 사스케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생일 준비 하려고.."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스케가 귀 끝까지 빨개 져서 어찌할 줄을 모르다 내뱉은 대답은 매우 의외의 것이었다. 사스케의 말에 사라다는 오늘이 자신의 엄마의 생일임을 떠올렸다. 묘하게 느껴지는 동질감에 사라다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실 사라다도 엄마의 생일을 준비하기 위해 빠르게 임무를 끝내고 급하게 집에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라다는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웃다가 간신히 진정이 됐는지 웃음을 멈췄다. 사스케는 그 과정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요, 파파. 생일 준비하려고 하시는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부엌이 어질러 진 거에요?"
"그게...도통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 말 뒤에 이어진 사스케의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임무가 끝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쿠라의 생일은 챙겨 줘야 할 것 같았기에 임무 도중 집으로 돌아온 사스케는 사쿠라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해주자 라는 생각으로 부엌에 들어섰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집을 비우는 사스케가 뭐가 어디 있을지 알 리가 만무했다. 소금이 어디 있는지, 식용유가 어디 있는지, 이렇게 하나하나 찾아가며 요리를 하다 보니 지금 집안 상황이 이렇게 됐다는 것이었다.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한 사라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사스케에게 재료는 자기가 찾아드릴테니 파파는 요리에 전념 하라는 말을 전했다. 사스케는 불안한 눈빛으로 사라다를 쳐다봤지만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사라다의 눈빛에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 위에 올려 놓은 냄비로 시선을 돌렸다. 사스케가 말하는 재료를 사라다는 척척 찾아 사스케에게 건내주었다. 그리고 사스케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요리를 하고 있는 동안엔 사라다가 어질러진 부엌을 정리하였다. 누가 부녀지간 아니랄까봐 정말 완벽한 호흡을 맞추는 둘은 순조롭게 하나씩 요리를 해나갔다. 대략적인 정리를 끝낸 사라다는 식탁 위에 놓여진 이상한 보자기를 발견했다. 통이 싸여 있는 것 같았는데 도대체 그 통 안엔 무엇이 들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건 뭐에요, 파파?"
"사쿠라가 좋아하는 가게의 매실 절임이다."
보지 않아도 사라다가 가리키는 게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사스케는 후라이팬에서 익어 가고 있는 요리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그 말에 사라다가 아무런 대꾸도 보이지 않자 사스케는 후라이팬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 말을 덧붙였다.
"예전에 같이 여행 갔을때, 그 집 매실절임이 정말 맛있다고 참 좋아하더군."
"헤에- 그렇구나. 그럼 이건 마마에게 주는 생일 선물인거예요?"
"뭐..그렇지."
"다른거는요?"
"다른거?"
사라다의 물음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되묻는 사스케를 사라다는 얼척이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그..뭔가 이런거 말고 좀 더 로맨틱하고! 멋진!! 뭐 그런거요!"
"흠.....뭔가가..더 필요한가..?"
분명 검은색인데도 새빨간 불처럼 이글거리는 사라다의 눈에 사스케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사쿠라 몰래 와서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사쿠라가 좋아하는 음식도 멀리서 생일 선물로 사 왔고, 맛있는 음식도 준비했다. 사스케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지 눈을 뜨곤 사라다에게 되물었다. 그 물음에 사라다는 복장이 터지는 것 같았지만 어쩌랴. 자신의 아빠는 이런 로맨스는 1g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라다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한숨을 쉬곤 사스케에게서 젓가락을 뺏어 들곤 그를 집 문 쪽으로 밀면서 말했다.
"자자, 이제 요리도 거의 끝났으니 파파는 나가서 이노 아주머니네 가게에 가셔서 꽃이라도 사오세요! 식탁에 꽃병 놓고 거기 꽂을 거 하나랑 마마한테 줄 꽃다발 하나씩요!"
어느새 사스케를 문 밖까지 밀어낸 사라다는 재빠르게 자기 할말만 사스케에게 내뱉고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사스케는 닫혀 버린 집 문을 황망히 쳐다보다 꽃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서오세.....사스케?"
꽃집으로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밝게 인사하던 이노는 의외의 손님에 말을 멈췄다. 눈 앞의 존재가 실제인지 환영인지 모르겠다는 이노의 표정에 사스케는 멋쩍게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꽃을 좀 사려고 하는데."
둘 사이에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노는 대략적인 상황이 다 파악됐는지 굉장히 밝은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말했다.
"어머, 웬일이야. 네가 이런데도 다 오고!! 아, 오늘 사쿠라 생일이었지. 그것 때문에 온거구나!"
박수까치 치면서 어머 웬일이니 라고 말하는 이노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 보였다. 이노는 이리저리 꽃 사이를 왔다갔다하더니 아무말 없이 가만히 서있는 사스케에게 물었다.
"그러면 뭐, 혹시 따로 찾는 꽃 있어?"
".....꽃병에 꽂을 용도로 하나, 꽃다발로 하나 사려고 하는데..."
"흐응-그렇구나. 생각해 둔 꽃이 없으면 그냥 예쁘게 내가 골라서 만들면 될까?"
"그... 꽃병에 꽂을 꽃으로 벚꽃이 있을까?"
"아- 그럼 있지! 이렇게 나뭇가지째로 다듬어서 꽃집에서 파는 게 따로 있어. 어때? 이걸로 할래?"
이노가 보여 준 것은 벚꽃이 피어 있는 자잘한 나뭇가지를 잘 다듬어 놓은 것들이었다. 봄의 정령들이 앉아 있는 듯 사랑스러운 꽃송이는 한 여인을 떠올리게 했다. 꽃가지를 유심히 살펴보던 사스케는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에 이노는 밝게 웃으며 그럼 이걸로 포장할께라고 말했다.
"그러면 꽃다발은 뭐로 할지도 정해놨어?"
"그건 아직..."
"흠...꽃다발 처음 주는거던가? 그럼 역시!! 여자한텐 이게 직빵이지!!"
이노가 의기양양하게 외치며 사스케에게 내민것은 장미로 이루어진 꽃다발이었다. 가운데는 붉은 장미 송이들이 하트 모양으로 얽혀 있었고, 그 주위를 하얗고 앙증맞은 안개꽃이 감싸고 있었다. 사스케는 그것이 왜 가장 좋은 꽃다발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했으나 이노의 패기에 눌려 꽃다발을 건내 받았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저거 포장해서 나올께!"
사스케는 그렇게 말하며 안쪽으로 들어가 버리는 이노를 보다 손에 들린 장미다발로 눈을 돌렸다. 생각해보니 한번도 사쿠라에게 꽃을 사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전에 같이 여행을 갈 때 꽃을 꺾어준 적은 있지만말이다. 그렇게 흘러 흘러 생각하다보니, 여행하던 중 꽃을 꺾어서 사쿠라의 머리에 꽂아 주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 사쿠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얼굴을 붉게 물들이곤 어쩔줄 몰라하다 자신의 두손에 얼굴을 폭 하고 묻더니 고맙다고 너무 예쁘다고 말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렇게나 꽃을 좋아하던데 한번이라도 사다줄 껄 이라는 후회가 일었다. 이미 지나간 일, 앞으로는 더 자주 꽃을 사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사라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을 때 쯤 이노가 벚꽃 뭉치의 포장을 끝내고 나와 사스케에게 건내주었다.
"파파! 무슨 꽃으로 사오셨어요?"
사라다는 집에 도착한 사스케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스케의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들린 꽃을 확인 했다. 꽃병에 꽂기 좋게 포장된 벚꽃 뭉치와 붉은 장미로 이루어진 꽃다발. 생각보다 자기네 아빠는 로맨티스트 기질이 있는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라다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마마가 정말 좋아할것 같아요. 예쁘네요, 그쵸?"
사스케는 사라다의 웃는 얼굴이 사쿠라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꽃을 꺾어다 주었던 때 지었던 사쿠라의 미소와 사라다의 미소는 상당히 흡사했다. 그에 사스케는 가슴 속에 몽글몽글한 따스함이 피어나는 것을 느끼며 따라 웃었다.
"식탁은 제가 다 차렸어요! 여기다 꽃만 꽂으면 돼요, 파파."
사라다는 사스케의 손을 잡아 식탁으로 이끌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사스케와 사라다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 보기 좋게 그릇에 담겨져 있었다. 칭찬을 바라는 사라다의 눈빛에 사스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사라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단 칭찬을 했다. 그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살짝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사라다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사라다- 엄마 왔다."
때마침 문 쪽에서 들리는 기다리던 목소리에 사스케와 사라다는 문 쪽으로 뛰쳐나갔다.
"어..? 당신??"
예상외의 인물이 집 안쪽에서 등장하자 사쿠라는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곤 사스케를 바라봤다. 초록 눈동자에는 당황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그런 사쿠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스케와 사라다는 서로를 한번 쳐다보곤 사쿠라를 향해 동시에 말했다.
"생신 축하드려요, 마마!" "생일 축하한다, 사쿠라."
그 말과 함께 사스케가 자신을 향해 내미는 붉은 꽃다발에 놀란 사쿠라는 두어 번 눈을 끔뻑였다. 사스케와 사라다를 여러번 번갈아 가며 쳐다보던 사쿠라는 이내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는지 그들에게 다가가 둘을 동시에 끌어안았다.
"정말 고마워!!"
사쿠라의 눈가에는 살짝 물기가 어려 있었다. 사스케는 그걸 눈치 챘는지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사쿠라를 떼어 내고 눈가의 눈물을 닦아 줬다. 그런 사스케의 행동에 사쿠라는 멋쩍게 웃으며 너무 기쁘니까 눈물이 나네-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쿠라의 말에 사스케는 사쿠라의 이마를 꽁 치며 말했다.
"아직 울기엔 이르다. 준비한 게 남아 있으니."
"마마! 이쪽으로 오세요! 빨리요!!"
사스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다는 사쿠라의 손을 붙잡고 식탁쪽으로 이끌었다. 사쿠라는 영문도 모른채 사라다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흰 식기에 놓여져 있는 먹음직스러운 여러 음식들과 가운데 놓인 꽃병에 꽂힌 벚꽃이 사쿠라를 맞이했다. 봄의 마법에라도 걸린걸까. 날이 거의 저물었는데도 햇빛을 받은 듯 반짝 반짝 빛나는 식탁 위가 사쿠라의 시선을 빼앗았다. 흘러 넘치는 감동에 사쿠라는 입을 막고 세상에!!하며 식탁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오른쪽으로 가서 한번 보고, 왼쪽으로 가서 한번 보고, 위에서 한번보고 옆에서 한번 보고를 반복하던 사쿠라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는지 크게 외쳤다.
"어! 이 매실 절임!"
"오는 길에 있길래 사 왔다."
"에이, 거짓말. 임무 갔던 쪽이랑 정반대쪽 지역에서 파는 거잖아? 맛있다고 했던 거 기억 해줬구나. 사스케군, 고마워!!"
사스케는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자신에게 안겨 오는 사쿠라에 그냥 입을 닫았다. 일부러 먼 곳까지 들려 사왔다는 게 들켜서 창피한지 사스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금술 좋은 부부의 포옹을 사라다는 흐뭇하게 쳐다보다 조르륵 달려와 사스케와 사쿠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폭 안겼다. 그런 사라다가 귀여운지 사쿠라는 머리를 쓰다듬다 못해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사라다도 열심히 아빠를 도와서 준비해 줬구나? 정말 고마워, 사라다. 둘 다 사랑해!!"
사라다와 사스케를 끌어안으며 외치는 사쿠라의 말에 사라다는 사쿠라처럼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요, 마마."
그런 두 모녀를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스케도 입을 열었다.
"....나도. 사랑한다, 사쿠라."
그 말을 들으며 사쿠라는 오늘이 자신이 보낸 생일 중 최고의 생일로 기억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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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생일 축하해!!!!!!!!!!!!!
큽 생일날 올리려고 급하게 썼더니 날림이네요..급전개에 8ㅁ8 사실 퇴고도 못했습니다...퇴고하다가 생일 지나버릴것같아서ㅠㅠㅠㅠ 혹시 오타가 발견되면 말씀해주세요!!
사쿠라 생일 축하한다고 쓴 글인데 정작 사쿠라는 얼마 나오지도 않네요ㅋㅋㅋ
사라다랑 사스케 둘 다 사쿠라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을테니까요, 그 둘이 사쿠라의 생일 준비를 하는 것이 보고싶었습니다!! 시간 부족으로 인해 자세히 쓰지는 못했지만..
사쿠라!!!진짜 생일 축하해ㅠㅠㅠㅜㅠ흑흐흑ㅠㅠㅜ어느덧ㅜㅠㅠㅜㅜㅜㅠ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서ㅠㅠㅜ유부녀가 되고ㅠㅠㅜㅠ귀여운 딸래미도 낳고ㅠㅠㅠㅠㅠㅠ평생 행복하렴 사쿠라짱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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