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자는~보팔!! 소워드!!”

장내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아오미네는 굽혔던 허리를 피며 숨을 몰아 쉬었다. 코트의 한 가운데서 다른 이들에게 둘러싸여 가쁘게 숨을 내쉬는 연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오미네는 환호성이 울러 퍼지는 경기장 위에 멍하니 서서 자신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그의 연인과 다시금 같은 팀으로 같은 경기에 설 수 있게 되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팔로 훔쳐냈다. 환한 조명 아래에 그와 그의 연인이 함께 서있었다. 기쁜 듯 살짝 상기된 볼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쿠로코의 표정, 그것이 눈에 와 박혔다. 그래. 저런 표정을 지었었지. 오랜만에 보는 그 표정이 그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승리했을 때도 저런 표정을 보이지 않았었던 것이. 테이코 시절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자신이 먼저 그에게서 멀어진 탓이겠지. 그렇기에, 더더욱, 그의 표정을 같은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했다. 언제 또 다시 이 위치에서 저 표정을 볼 수 있을지 몰랐다. 어쩌면 다시는 이 위치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왜 이런 소중한 순간을 과거의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렸던 것일까. 남색 눈이 원래 색보다 더 어두운 빛을 띄었다.  멍하니 아오미네가 그의 연인을 바라보고 있던 중 짙은 남색 눈과 맑은 하늘색 눈이 마주쳤다. 저를 발견한 그의 연인은 그를 보며 싱긋 웃으며 주먹을 쥔 손을 뻗었다. 그것을 본 아오미네 또한 화답하듯 웃으며 그를 향해 주먹을 쥔 손을 내밀여보였다. 그것을 본 쿠로코는 두 눈을 휘며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나 아름다워 아오미네는 순간적으로 흡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스스로를 그림자라곤 하지만, 그는 그림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빛나는 사람이었다.

“테츠.”

아오미네는 사랑스러운 제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커다란 손을 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른 이들이 머리를 쓰다듬을 때 애 취급하는 거냐며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쿠로코였지만 아오미네의 손길은 나쁘지 않은지 잠자코 그의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 한참 그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던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한참의 시합에 지친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에 맥없이 끌려갔다. 쿠로코는 자신을 끌고가는 아오미네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아오미네군. 카가미군이 저한테 할 얘기가-“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잠깐이면 되니까. 응, 테츠?”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말을 잘라버리고 칭얼거리며 쿠로코의 눈을 응시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쿠로코는 아오미네에게 약한 사람이었다. 아오미네의 간절한 눈빛을 뿌리치지 못한 쿠로코는 한숨을 내쉬고는 아오미네를 따라갔다. 아오미네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손에 잡힌 쿠로코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성큼 성큼 걸어나가는 아오미네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추기 위해 쿠로코는 거의 반쯤 뛰다시피 걷고 있었다. 복도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람 하나 없는 복도 위를 한참 걸어간 아오미네는 불이 꺼져있는 복도의 한 구석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칸 안에 쿠로코를 밀어넣은 아오미네는 쾅하고 화장실 문을 닫아버리곤 문을 잠겄다. 닫혀진 변기 뚜껑 위에 쿠로코를 앉힌 아오미네는 변기 뚜껑 위에 올린 양 손에 자신의 몸을 지탱한 채,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쿠로코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었다. 쿠로코가 뭐라 불만을 꺼내기도 전에 아오미네의 낮은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테츠.”

“네, 아오미네군.”

“…내가 최고지?”

“….네?”

갑작스러운 아오미네의 물음에 쿠로코의 몸이 경직되었다. 무엇인가 떠올린 듯 하늘색 눈빛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아마, 예전 아오미네가 자신에게 멀어지던 그 때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리라. 아오미네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쿠로코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불안한 하늘빛 눈동자가 그를 따라왔다. 약간 달짝지근한 내음이 나는 것 같은 땀 냄새를 한껏 들이마신 아오미네는 다시금 물었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잘하던 간에, 너한텐 내가 최고지?”

조금 더 구체적이 된 물음을 들은 쿠로코는 두 눈을 여러번 깜빡거렸다. 이 상황이 꿈인가 싶었다. 평소의 아오미네와 다르게 자신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 눈에 와 박혔다. 한참을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이를 쳐다보던 쿠로코는 어이가 없단 듯 픽 웃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오미네 군. 나한텐 항상 너가 최고였습니다.”

쿠로코의 대답에 아오미네가 고개를 들어 쿠로코를 쳐다보았다. 언제나처럼 곧은 하늘색 눈빛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쿠로코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거렸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마침내 말을 내뱉었다.

“그러는 너는, 내가 최고였습니까?”

평소와 같은 얼굴이지만 그 얼굴에서 희미한 초조함을 찾은 아오미네는 씩 웃으며 쿠로코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볍게 맞췄다 뗐다. 서로의 입술이 닿는 거리에서 아오미네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아- 당연하지. 항상 최고야, 테츠.”

아오미네가 말할 때 마다 움직이는 입술이 쿠로코의 입술을 간질였다. 낯선 듯 따스한 느낌에 쿠로코가 쿡쿡 웃었다. 기분 좋은 웃음 소리가 아오미네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아오미네는 빤히 쿠로코를 쳐다보다 다시금 입을 맞추곤 흡 하고 숨을 들이 마셨다. 그에 놀란 쿠로코의 입이 살짝 벌려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오미네의 뜨거운 욕망이 쿠로코의 입안을 파고 들었다. 입 안에 느껴지는 물컹한 감촉에 쿠로코의 혀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헤매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쿠로코의 혀를 자신의 혀로 감쌌다. 쿠로코의 작은 입에 아오미네의 혀까지 담기는 힘들었는지 쿠로코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벌어지는 입 사이로 맑은 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농구 경기가 끝나고 식었던 몸이 다른 의미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숨이 가빠졌다. 쿠로코는 호흡을 내뱉기 힘들 정도로 엉겨오는 그의 연인을 밀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조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아오미네의 혀가 쿠로코의 안을 더욱 깊이 파고 들었다. 아오미네의 손이 쿠로코의 허리를 향했다. 유니폼 위로 허리를 살살 쓰다듬던 손은 어느새 유니폼 안으로 쑥하니 들어와 쿠로코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 아오미네군. 잠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쿠로코는 황급히 입술을 떼어내며 아오미네의 몸을 밀쳤다. 아오미네가 어서 말해보라는 듯 열망에 일렁이는 눈빛으로 쿠로코를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발가벗길 것만 같은 눈빛에 쿠로코의 얼굴이 빨갛게 불타올랐다. 차마 그 시선을 마주할 수 없어 눈만 데굴데굴 굴리던 쿠로코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 이상은 나중에.. 어차피, 오늘 같이 아오미네군 집으로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곤란함이 가득 웃어 나는 말투에 아오미네는 풋-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어지간한 일로 당황하지 않는 그가 자신 때문에 당황스러워 한단 사실이 꽤나 기분 좋았다.

“이따간 도망 못 쳐, 테츠.”

쪽, 소리가 나게 쿠로코의 이마에 입을 맞춘 아오미네는 몸을 일으켜 쿠로코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구리빛 손 위로 새하얀 손이 겹쳐졌다. 어색한 상황에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한바탕 웃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한바탕 웃은 둘은 손을 맞잡은 채 화장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 나갔다. 앞으로도 함께 할 그들의 미래처럼, 마주잡은 두 손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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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흑데이 기념으로 배포했던 글입니다! 블로그에는 하루 늦게 올렸네요 ><

배포 받아가주신분들,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거 후편을....꾸금으로 올리고 싶은데 무사히 올릴 수 있길 바랍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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