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연습을 땡땡이치고 옥상에 누워있는 아오미네는 평소와 달리 잔소리도 안하고 핸드폰만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는 모모이가 신경쓰여 미칠 지경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빨리 연습하러 가라고 옆에서 귀따갑게 뭐라뭐라 했어야하는데 왜 아무런 말도 없이 히죽거리는걸까. 결국 침묵의 압박을 참지 못하고 아오미네가 입을 열었다.

"뭐가 좋아서 헤벌쭉하고있냐. 파리 들어가겠다."

그 말에 모모이는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 아오미네를 쳐다봤다. 잔소리가 시작 되겠군 싶어 눈을 감았던 아오미네는 예상과 달리 아무말도 들려오지 않자 눈을 떠 모모이를 쳐다봤다. 모모이는 이름마냥 얼굴이 복숭아처럼 불그스름해진채로 핸드폰을 쳐다보고있었다.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데이트?"

"응, 데이트."

아오미네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나도 모르는 새에 모모이에게 남자친구라도 생겼나라고 생각했다.

"누구랑?"

"테츠군이랑."

"아, 그래. 테... 뭐라고????"

모모이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아오미네는 화들짝 놀래며 몸을 튕기듯 일으켰다. 그러고는 험악해 보일정도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모모이를 쳐다봤다.

"테츠군이랑 데이트 하기로 했어."

"테츠랑!?"

"응, 테츠군이랑."

"언제!!"

"오늘 동아리 활동 끝나고."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아오미네를 보며 모모이는 태평하게 대답했다. 모모이의 대답에 아오미네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결심한 듯 모모이를 보며 선언했다.

"나도 간다."

"뭐!?? 아오미네군은 안와도 되는데.."

"갈꺼야."

"모처럼 나랑 테츠군이 데이트 하는거니까 오지 말라는거잖아."

모모이는 괜히 말했다고 생각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런 모모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오미네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할 얘기는 끝났다는듯 누워있던 곳에서 내려가 옥상 문을 나가며 모모이에게 말했다.

"됐고 나도 갈꺼니까 그렇게 알고있어."

"아오미네군!"

모모이의 외침을 뒤로하고 아오미네는 교실을 향했다.






"테츠구운- 기다리고 있었어?"

"아,모모이씨 지금 오셨.."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인사를 건내려던 쿠로코는 모모이의 뒤에 보이는 인영을 보곤 뒷말을 삼켰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상당히 놀랬는지 쿠로코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오미네군?"

"정말인지...따라오겠다고 박박 우겨서 어쩔수 없었어, 테츠군"

모모이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런 모모이와 아오미네를 번갈아 쳐다보던 쿠로코는 어찌 된 일인지 대강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곤란하다는 감정이 묻어나오고 있어, 이에 괜히 심술이 난 아오미네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뭐. 내가 와서 싫냐?"

"아니 그런건 아닙니다만..."

"둘이 만나는데 내가 방해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거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뉘에 뉘에- 이 방해꾼은 본연의 역할을 다 하기위해 두분을 끝까지 쫓아다니며 방해할 생각이랍니다아-"

입을 삐죽이며 말하는 아오미네를 보며 쿠로코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는 것을 보며 귀여워 하는듯한 미소여서 아오미네는 괜히 더 심통이 났다. 


그래, 너도 나를 방해꾼으로 본다 이거지. 그래도 나름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말 한마디 없이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다니. 나는 아직 마음에 드는 여자도 없는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더 화가 나는 기분이어서 자신을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는 쿠로코를 무시하고 입을 더 삐죽거렸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모모이는 쿠로코의 팔에 팔짱을 끼고 앞으로 잡아끌며 말했다.

"어휴, 몸만 컸지 하는 짓은 완전 애라니까. 테츠군, 신경쓰지말고 우리 둘이 가버리자."

모모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오미네의 기분이 땅으로 추락하는것 같았다. 아오미네는 빠른 걸음으로 둘 사이를 가로질러갔다.

"뭐야, 아오미네군! 왜 하필 거기로 지나가는건데!"

뒤에서 모모이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오미네는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다. 일단 따라가자는 쿠로코의 말에 모모이는 한숨을 쉬며 아오미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걸었는데도 뒤에서 아무런 얘기도 꺼내지 않자 혹시 자기를 안따라오고 있는건가하는 불안감에 아오미네는 흘끔 뒤를 돌아봤다. 돌아보니 쿠로코가 모모이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이는 모습이 보였다. 배알이 꼴리는 기분에 아오미네는 홱하고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둘이서 속닥속닥. 아주 사이가 좋고만 그래. 분명 원래도 사이가 좋았지만 저정도 관계는 아니었던

것같은데. 그래 둘이 사이가 좋을 수 있지. 근데 자기한테 안들리게 계속 둘이서 귓속말을 해대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쩐지 저 둘이 자기를 따돌리는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저건 실제로 자기를 따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둘의 데이트를 방해한건 자신의 잘못이긴 하지만 그래도 둘 다 친구인데 같이 놀아줄 수도 있지 너무 쪼잔하게 구는거 아닌가?


속으로 꿍얼대며 계속 앞을 향하던 아오미네의 발걸음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해 멈춰졌다.

"어쩔수 없네요. 일단 뭐라도 먹으러 가지 않겠습니끼?"

"그거 좋네. 테츠군은 어디가 좋아?"

"음..마지바가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요?"

"그렇긴하지. 그럼 마지바로 결정!"

모모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지바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쿠로코도 모모이를 따라가려하다 제자리에 멀뚱이 서있는 아오미네를 발견하곤 말을 걸었다.

"아오미네군은 안갑니까?"

"갈꺼야."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자기를 노려보는 아오미네를 보며 쿠로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워죽일듯한 눈빛을 쿠로코에게 보내던 아오미네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으며 마지바를 향했다.




가게에 들어와 자리를 맡은 후에도 아오미네의 얼굴은 펴질줄을 몰랐다. 슬쩍 아오미네의 눈치를 살피던 모모이는 자기가 주문해 오겠다며 자리에 둘만 남겨놓고 가버렸다. 어색한 침묵만이 둘 사이를 감쌌다. 아오미네는 자신의 얼굴에 와닿는 쿠로코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지만, 절대 네 얼굴따위는 보지 않겠다는 듯 턱을 괸 채 창밖만 보고 있었다.

"아오미네군."

쿠로코는 항상 그랬듯 조용한 목소리로 아오미네를 불렀다. 바로 앞에 앉아 안들릴리가 없는데도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 무시하고 있었다. 쿠로코는 그런 아오미네를 지긋이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아오미네가 대답해 줄 생각이 없다는걸 눈치 챘는지 아까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아오미네를 불렀다.

"아오미네군?"

"왜."

아까보다 더 퉁명스러워진 목소리에 쿠로코는 살짝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삐진거 안풀렸습니까?"

"나 안삐졌거든."

"삐진것 같은데요."

"아니거든."

왜 자꾸 저 이는 자기의 속을 박박 긁는걸까. 아오미네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짜증날 판에 자꾸 삐졌냐고 물어보니 더 짜증이 치솟았다. 안삐졌다면 안삐진거지 그걸 왜 또 집요하게 물어보는 것인가. 그리고 진짜로 삐졌다하더라도 삐진것 같으면 풀어줄 생각인 할것이지 왜 저리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삐졌냐고 물어보는 것인가. 여러 생각을 하며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데, 쿠로코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툭 내뱉었다. 

"얼굴에 나 삐졌음이라고 써져있습니다."

"이...그래 삐졌다!! 어쩔래!"

결국 울컥한 아오미네가 성질을 내며 소리쳤다. 큰 소리에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아오미네는 신경쓰지 않고 씩씩 거리며 화를 삭히고있었다. 그런 아오미네를 보며 정말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쿠로코가 물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삐진겁니까?"

"...몰라."

대강의 이유는 알겠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뱉었다간 창피해서 죽어버릴거라고 생각하며 아오미네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아오미네를 응시하던 쿠로코는 한숨을 내쉬며 타이르듯 얘기했다.

"정말인지. 아까 만났을때 안반겨줘서 그러는겁니까?"

그 말이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아오미네 주위의 기운이 험학하게 변해갔다. 그런 아오미네를 보며 예나 지금이나 덩치만 큰 애같다고 생각하며 쿠로코는 말했다.

"아오미네군 온게 싫어서 그런게 아닙니다. 방해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럼 왜 아까 나도 같이 온거 봤을 때 왜그리 곤란한 표정을 지었냐?"

"그건.."

질문에 대답해주고 싶지 않았는지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시선을 피했다. 대답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끈덕지게 따라붙는 시선에 쿠로코는 얕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말 안해주려 했는데 어쩔수 없네요. 사실 오늘 모모이씨랑 보기로 했던거, 아오미네군 선물 사려고 그런겁니다."

"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아오미네는 턱을 괴고있던 손에서 얼굴을 떼고 커진 눈으로 쿠로코를 응시했다. 쿠로코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이어지는 쿠로코의 말에 그 생각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아오미네군이 저번에 카가미군에게 농구화를 빌려줬으니 뭔가 보답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오미네군이 뭘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모모이씨에게 선물 고르는거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만난겁니다. 그런데 어디 사는 눈치도 없는 바보가 끼는 바람에 만나려던 원래 목적은 달성하지도 못했네요."

쿠로코의 자세한 설명에 아오미네는 꿀먹은 벙어리가 된 듯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면 데이트 아니야?"

"네?"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에 아오미네도 쿠로코도 당황한 눈치였다. 

이렇게 물어보면 쿠로코도 자기가 왜 삐졌는지 알아챌 것 같아서 안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걸 알기에 아오미네는 글렀다는 듯 자신의 뒷통수에 한 손을 갖다대며 한숨을 쉬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확답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오미네는 아까와 달리 명확한 발음으로 다시 물었다.

"데.이.트. 하려고 만난거 아닌거냐고."

"네, 데이트하려고 만난거 아닙니다."

쿠로코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아오미네는 만족한듯 씨익 웃었다. 그러곤 쿠로코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됐어."

때마침 모모이가 음식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아오미네는 모모이가 건내준 햄버거를 받자마자 재빠르게 먹어치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간다."

"어..? 어? 아오미네군!"

당황한 표정의 모모이를 재쳐두고 아오미네는 허리를 숙여 쿠로코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선물 기대할게, 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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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흑도라고 하긴 애매해서 청흑으로...

아마 청봉이는 바보니까 자기가 짜증나는게 질투때문이란것도 잘 모르고있겠죠ㅋㅋㅋㅋ 오히려 쿠로코가 먼저 눈치챌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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