률님과 함께 내는 트윈지 Info입니다!

표지와 만화파트는 률님이 맡아주셨고 소설파트는 제가 맡았습니다.

샘플은 아래를 확인해주세요!(원하시는 Sample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2월 27일까지 아래 링크에서 선입금 예약을 받습니다!
https://goo.gl/forms/D1UEpbExJR4RXkgi2




3회 대운동회 청흑 배포본 이었습니다!

 

아직 해도 떠오르지 않은 꼭두새벽,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에 한 소년이 서있었다. 빨개진 코끝이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밖에 서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듯 했다. 그는 저 멀리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를 발견하곤 그를 향해 다가갔다.

늦었네요, 아오미네군.”

이런 꼭두새벽부터 불러내니까 그렇지! 넌 잠도 없냐!”

소년의 말에 화가 난 것인지 아오미네는 소년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이리저리로 흔들어댔다. 그가 하는 대로 힘을 빼고 고개를 이리저리 조금씩 흔들던 쿠로코는 자신의 머리 위에 얹어진 아오미네의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았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오지 않았습니까.”

웃으면서 말하는 쿠로코의 모습에 괜히 뾰로통해진 아오미네는 입술을 삐죽거리고는 쿠로코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아오미네는 아까부터 참고 있었던 하품을 한 번 크게 하고는 눈가에 찔끔 나온 눈물을 닦아냈다. 그렇다. 이래저래 불만을 표하면서도 결국 쿠로코가 부르면 언제든지 나오는 게 바로 아오미네였다.

그래서. 이번엔 또 왜 불러낸 거야?”

새해맞이 신사참배 같이 가자고요.”

그의 말에 아오미네의 얼굴이 마치 구겨진 신문지처럼 구깃구깃 해졌다. 혼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며 괴로워하던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양 어깨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테츠 너어! 내가 그런 거 귀찮아하는 거 알잖아!”

정말로 가기 싫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본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올려다보다 힘없이 눈을 내리 깔았다. 그는 아오미네가 어떤 모습에 약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쿠로코는 아래를 쳐다 본 채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알긴 하지만 아오미네군이랑 같이 가고 싶었습니다. 싫다면 저 혼자 갈게요.”

쿠로코의 행동과 혼자 가겠다는 말에 크게 당황한 아오미네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쿠로코의 눈치를 살폈다. 그냥 투정을 좀 부려본 것이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아오미네는 쿠로코와 시선을 맞춰보려 고개를 숙여 이리 저리 흩어보았지만 끝끝내 시선을 맞춰주지 않는 쿠로코의 모습을 보곤 멋쩍게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 싫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 이거지. 가자.”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손을 잡고 신사를 향해 걸어갔다. 갑작스럽게 잡힌 손에 놀란 쿠로코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따라갔다. 아오미네가 너무 성큼성큼 걸어서일까, 쿠로코는 거의 뛰다시피 하며 그의 뒤를 종종 걸음으로 쫓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도중 갑자기 아오미네가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 으앗!? 미안해, 테츠!!”

아오미네는 화들짝 놀라며 꼭 붙잡고 있던 쿠로코의 손을 놓았다. 아무래도 무의식중에 그의 손을 잡았던 것 같았다. 얼굴이 새빨개져선 어찌할 줄 모르는 아오미네의 모습을 바라보던 쿠로코는 그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왜요, 따뜻하고 좋은데요. 그리고 우리 사귀는 사이인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아오미네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작지만 따뜻한 손이 느껴졌다. 아오미네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자꾸만 위로 올라갔다. 흘긋, 옆을 쳐다 보자 빨갛게 달아오른 쿠로코의 귀가 보였다. 추워서 그런 건지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고 한참을 걸어 신사 앞에 다다랐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사에는 새해맞이 참배를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신사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둘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밀쳐져 잡고 있던 손을 놓쳐버렸다. 아오미네가 다시금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쿠로코가 사람들 사이로 휩쓸려 들어간 후였다. 쿠로코는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잘 보이는 아오미네를 향해 돌아가려 했지만 많은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아오미네가 자신을 찾기 어려울 텐데 라는 걱정을 하며 쿠로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렸다.

테츠!”

아오미네는 사람들을 뚫고 정확히 쿠로코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인파 속에 휩쓸려가는 쿠로코의 팔을 빠르게 낚아챘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치여 정신을 못 차리는 쿠로코를 끌고 사람이 적은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아오미네군은 키가 커서 좋겠네요. 멀리서도 보이더군요. 찾기 편합니다.”

숨을 좀 고르던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아오미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 테츠 정도면 괜찮지 않나. 너도 찾기 어렵지 않던데. 바로 찾았고.”

그런 말은 살면서 처음 들어보네요.”

존재감이 옅어 항상 찾기 힘들었다는 말만 들어 왔던 쿠로코였다. 그런 자신을 찾아내 주는 사람이 자신의 바로 옆에 서 있단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얼른 참배하고 소원 빌고 돌아갈까요? 여기에 오래 있다간 깔려 죽겠습니다.”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눈을 고이 접어 웃는 쿠로코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오미네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쿠로코를 따라 세전 앞으로 걸어갔다. 딸그랑, 동전 던지는 소리가 났다. 쿠로코는 동전을 던지자마자 소원을 빌기 시작했는지 두 손을 꼭 모은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넋을 놓고 쿠로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래를 향하고 있는 기다란 하늘색 속눈썹이 그의 모습을 더욱 빛나 보이게 했다. 자신과 다르게 온 몸의 색소가 옅어 하얗게 보이는 사람. 잘못 건들이면 부셔져 버리는 게 아닐까. 아오미네는 쿠로코가 설탕 과자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달콤하고 하얗게 예쁘지만 쉽게 부셔져 버리는 과자. 하지만 쿠로코의 외면이 설탕 과자와 닮았을지라도 내면은 정반대라는 걸 아오미네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쿠로코에게 끌리는 것일까. 정처 없이 떠돌던 그의 마음은 그가 쿠로코에 대한 감정을 깨달은 순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아오미네가 한참을 넋을 놓고 쿠로코를 쳐다보던 중, 쿠로코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그것을 본 아오미네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 열심히 소원을 빌고 있는 척을 하였다.

아오미네군, 무슨 소원 빌었습니까?”

아니 뭐 그냥.. 몰라. 비밀이야. 원래 소원은 말하는 거 아니랬어.”

아오미네가 적당히 소원을 빈 후 눈을 뜨자 아오미네가 눈 앞에 바로 쿠로코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던 쿠로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오미네에게 물었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소원이 뭐냐고 묻는 쿠로코의 모습에 아오미네는 어찌 대답할까 고민하다 대충 얼버무려버렸다. 네가 빈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 날에도 내가 네 옆에 있을 수 있기를, 네가 날 찾아주길 빌었단 말은 입이 찢어져도 말 할 수 없었다.

그러는 테츠, 넌 무슨 소원 빌었냐.”

비밀입니다. 소원은 말하는 게 아니라면서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아오미네는 새침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쿠로코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오미네가 흡사 쿠로코를 갈취하는 불량배처럼 보였지만 쿠로코는 익숙한 듯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까 아오미네군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아오미네는 입을 삐죽 내밀고 궁시렁 거렸다. 대충 둘러댄 말이 이렇게 되돌아 올 줄은 몰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쿠로코는 까치발을 들고 손을 올려 아오미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별로 특별한 소원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잘 지내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쿠로코가 빈 소원은 지금처럼 아오미네군의 옆에 항상 서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 되기를, 또한 항상 아오미네가 자신을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었다. 쿠로코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뒷말을 얼버무렸다. 아오미네는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쿠로코에게 보냈지만 곧 포기하곤 쿠로코의 손을 다시 잡았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신사 밖을 향했다. 어느덧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다른 듯 같은 소원을 모두 들은 해님만이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해주듯 두 사람을 향해 따스한 햇볕을 내리쬐어 주었다.

 

---------------------------------------------------------------------

신간이... 마무리가 안 되어서 급하게 쓴 배포지입니다 88 3월에 열리는 쿠농 통합온 때는 이번에 마감 못한 신간 2권 꼭 마감해서 들고 갈게요 흑흑..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하고 올 한해 청흑 가득한 한해가 되길 바라요!!

written by. 치즈하나(@cheese_hana)

'소설 > 쿠로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도/황핑] 변하지 않은 것  (0) 2018.02.16
[청흑] 너와 함께  (0) 2017.05.12
[청흑] 月影 2화  (1) 2017.02.28
[청흑] 月影 1화  (0) 2017.02.27
[적먹] 호은님 달성표 보상!  (0) 2017.01.29

3회 대운동회 황도(황핑) 배포본  이었습니다!

 

키세 녀석, 진짜 재수 없지 않냐?”

체육관에 가던 도중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키세는 걸음을 멈추고 재빠르게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이번 주만 해도 이런 상황이 몇 번째인지 셀 수조차 없었다. 늦게 농구부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1군에 들어갔다는 사실 때문인지 기존 농구부원들의 키세를 향한 눈총이 따가웠다. 키세는 한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어 섰다. 얘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험담이 길어질 것 같았다. 괜히 부딪혀서 쓸데없이 기운빼기 싫었던 그는 저들이 자리를 비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때, 듣기 싫던 남자애들의 목소리 사이에 청량하고 높은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너희들! 키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뭐라 하지 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에 놀란 키세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높게 올려 묶은 분홍빛 머리카락, 손에 들고 있는 서류, 항상 입고 다니는 연초록색 후드 집업.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테이코 농구부의 매니저, 모모이었다.

우리 농구부가 모델이라고 낙하산으로 1군에 넣어 줄 만큼 만만해 보여? 그래! 물론 우리 키짱이 잘생기긴 했지만 그게 단 줄 알아? 실력이 있으니까 1군에 들어간 거라고!”

우리 키짱이라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단어였다. 정확히는 다른 팬들이 꺅꺅 거리며 말하는 건 들어본 적 있었으나 모모이의 입을 통해서 들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알고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칭하다니. 평소의 키세라면 자기가 없는 자리라고 자기랑 친한 척 한다고 생각해 안 좋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매니저인 내가 보기에도 키짱과 너희의 실력은 엄청 차이나. 게다가 키짱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는지는 알아!!? 두고 봐. 키짱은 나중에 너희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선수가 될 거니까. 1군에 들어가고 싶으면 이렇게 뒷담 할 시간에 슛 연습이라도 더 하는 건 어때?”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두 사람한테 저렇게 말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모모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쏘아대고 있었다. 솔직히 그녀와 상관있는 일도 아닌데 자신의 일인마냥 화내주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저렇게 작은 몸집 어디에서 저런 당당함이 나오는 걸까. 그가 그녀의 행동에 감탄하고 있을 때, 남학생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들의 행동이 창피해졌는지 모모이를 놔두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 가버렸다. 그날부터였다. 자꾸 분홍 머리의 소녀에게 눈이 가던 것이. 그것이 벌써 중학교 때의 일이더라. 토오와의 경기가 끝난 후 잠깐 바람을 쐬러 밖에 나왔던 키세는 지금 마주한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키세, 걔 모델이라고 잘난 척 하는 게 싸가지 없어 보이지 않냐? 그냥 멋져 보이려고 농구 하나본데- 그런 녀석이 기적의 세대라니. 아오미네랑 너무 비교되더라.”

키세는 왜 그런 얘기를 입구에서 하는 거냐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눈을 감았다. 그날엔 이때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왔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그 경기를 보고 그런 말이 나오세요?”

키세의 상념을 비집고 들어온 맑은 목소리에 그는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보자 그곳에는 길고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서있었다.

아오미네 선수와 키세 선수 두 사람 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어요. 둘 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경기가 비슷하게 진행됐단 건 둘의 실력이 비슷하단 의미라고요. 단지 운이 조금 덜 따라 줬을 뿐이지 키세군이 실력이 안 좋다거나 한 건 아니에요!”

자신보다 훨씬 큰 사람들 앞에서도 전혀 주저함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모습, 자신의 일처럼 그가 받은 무시에 화를 내주는 모습,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옛날과 똑같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주변은 어둑어둑한데 그녀가 서있는 곳만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넌 대체 뭔데 끼어들어? 너도 그 녀석 빠순이냐?”

모모이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남자의 손이 모모이를 향했다. 그녀를 밀치려 하는 남자의 행동에 키세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키세는 재빠르게 모모이 앞으로 튀어나가 남자의 손을 막았다. 그러고는 샐쭉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하시죠. 더 이상 해봤자 좋을 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죠?”

말에는 웃음기가 서려있었으나 조금도 웃지 않고 있는 키세의 눈빛에 압도당한 두 사람은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서더니 꽁무니를 빼고 도망 가버렸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있는 모모이를 흘끗 쳐다본 키세는 한숨을 내쉬며 모모이를 붙잡고 말을 꺼냈다.

모못치! 위험하지 않슴까!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저렇게 등치 크고 시꺼먼 인간들한테 혼자 덤비면 어떡함까!! 이럴 땐 인상이 험악한 아오미넷치를 끼고 와야죠! 그래야 저런 놈들이 미넷치를 보고 겁먹어서 아무 짓도 못하지!”

조곤조곤하게 말하려 했으나 감정이 한껏 실려 버린 그의 말은 그의 걱정을 대변하듯 큰 소리로 뛰쳐나와 버렸다. 모모이는 삐죽 입술을 내밀고는 볼멘소리를 했다.

그치만 키짱이 얼마나 농구 할 때 진지하게 하는데!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렇게 말하잖아! 그리고 모델이라 싸가지가 없다고 하는데 키짱은 지금도 나 도와주고 전에도 그랬고.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저 사람들은 하나도 모르고 저러는 거잖아!”

자신에게 항상 도움을 주지 않았냐고 말하는 모모이의 말에 키세는 순간적으로 그건 너한테만 그런 거라고 말할 뻔 하다 정신을 차리곤 입을 꾹 다물었다. 모모이의 말을 되씹어 생각하던 키세는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내뱉었다.

모못치. 저 좋아함까?”

? 당연한 걸 묻고 그래. 당연히 좋아하지, 키짱.”

갑작스러운 질문에 모모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는 소녀의 모습에 키세는 갑자기 속이 뒤틀렸다. 분명 저 소녀는 그를 좋아한다는 말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모르는 것 일거다. 그의 좋아해와 그녀의 좋아해가 다른 의미인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녀의 말 한마디에 쉴 새 없이 쿵쾅대는 자신의 심장이 못마땅했다. 키세는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였다. 그는 모모이의 귓가에 대고 평소와 다른 낮은 톤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키스해도 됩니까? 저도 모못치 좋아하는데.”

...?”

역시 이런 반응인가 싶어 키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 상황에 매우 놀란 것인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당황스러움이 잔뜩 묻어난 그녀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서 되풀이 되는 듯 했다.너무 심통을 부렸나 싶었던 그는 장난인척 상황을 얼버무리려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키세가 고개를 들어 모모이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의 머릿속이 새하얘져버렸다. 그의 눈 앞에는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모모이가 서 있었다. 소녀는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는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 모습에 오히려 놀란 쪽은 키세였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키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모모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둘은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서있었다. 입술만 잘근 잘근 씹던 모모이는 마침내 결심했는지 키세의 옷자락을 살며시 붙잡았다.

키짱의 좋아해가.. 지금 내가 느끼는 거랑 똑같은 그런 좋아해 인거야?”

키세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당황한 키세는 상체를 뒤로 빼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키세의 얼굴도 모모이만큼이나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잠깐만요, 모못치! 쿠로콧치 좋아하는 거 아니었슴까!!???”

뒤로 물러난 키세에게 한 발짝 다가선 모모이는 키세의 넥타이 윗부분을 낚아채 끌어당겼다. 갑작스럽게 몸이 숙여진 키세가 중심을 잡으려 팔을 허우적대던 그 순간, 모모이가 키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달달한 복숭아 향이 훅 넘어왔다.

지금도 그래 보여, 키짱?”

모모이는 샐쭉한 눈읏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넋이 나가있던 키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어찌해야할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키세는 이내 웃으며 달달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속삭이곤 그녀에게 다시금 입을 맞췄다.

좋아해요, 모못치.”

---------------------------------------------------------------------------

신간 마감을 못해서..급하게 쓴 배포지입니다 88 부디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쿠농 HL 최애커플이 황도라 언젠가 한 번 꼭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쓰게 됐네요! 다음에는 황도 회지도 내보고 싶어요 :D 비쥬얼 짱짱 황도 커플 사랑해주시고 다음 글에서 또 만나길 바라요!

written by. 치즈하나(@cheese_hana)

'소설 > 쿠로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흑] 새해 소원  (0) 2018.02.16
[청흑] 너와 함께  (0) 2017.05.12
[청흑] 月影 2화  (1) 2017.02.28
[청흑] 月影 1화  (0) 2017.02.27
[적먹] 호은님 달성표 보상!  (0) 2017.01.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