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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 주정  (2) 2015.12.12

*가능하면 BGM 틀고 감상해주세요!!

*그대의 봄 上 에서 이어집니다. 앞편 보고 와주세요!( http://cheeshana.tistory.com/11 )

*원작 파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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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분홍 머리의 여인이 해맑게 웃으며 옆에 앉아있는 검은 머리의 남성에게 물었다.

“남자일까, 여자일까?”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가을이라 그런지 나뭇잎은 여전히 푸르렀다. 여인의 눈과 닮은 푸르른 녹빛이 냇가에 투명하게 비치고 뒤늦게 나온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그 사이를 가득 메웠다.

“글쎄...”

“아들이었음 좋겠다거나 딸이었음 좋겠다거나 하는 것도 없어?”

“흠...”

예상보다 뜨뜻미지근한 그의 반응에 사쿠라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자기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해 죽겠는데 별 관심 없다는듯한 그의 반응이 사쿠라를 뾰로퉁하게 만들었다. 그런 사쿠라의 행동이 귀여운지 사스케는 애정이 흘러 넘치는 눈으로 사쿠라를 쳐다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딸이던 아들이던 어느쪽이던 좋지만, 딸이라면 널 닮았으면 좋겠군.”

사쿠라는 그 말이 뭐라고 자신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사스케를 쳐다봤다. 역시 자신은 이 남자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살짝 삐졌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끼며 사쿠라는 말했다.

“하긴! 사스케군 애니까 아들이던 딸이던 예쁠꺼야!!”

그 말에 사스케는 기뻐해야하는지 싫어해야하는지를 몰라 애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네가 훨씬 예쁘니 딸이라면 널 닮으면 좋겠다.”

사스케의 결정적인 한마디에 사쿠라의 얼굴이 붉은 단풍잎마냥 달아올랐다. 아직 주변의 어떤 나무도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네가 먼저 물들어버렸냐고 놀리듯 시원한 바람이 살랑이며 불어왔다. 그런 사쿠라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사스케는 무언가 생각난 듯 사쿠라에게 말했다. 

“음... 차크라로 잘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에- 그치만 그러면 재미 없잖아. 확실히 차크라의 흐름으로 남녀를 구분하는 법을 배운적이 있긴 하지만-”

사스케의 말에 정신차린 사쿠라는 방금 전 그처럼 살짝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어느 때처럼 모든 근심을 잊게 해주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어느 쪽이던 우리 애면 사랑스러울테니까. 남잔지 여잔지 아는 기쁨은 나중으로 미뤄둘래.”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스케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살짝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무언가 생각난 듯 그녀가 말을 꺼냈다.

“그런데, 우리 애 이름 지어주지 않을래?”

“이름?”

“응, 이름. 맨날 우리 애, 우리 아기라고만 부르고 있잖아.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서 불러 주는게 좋지 않을까?”

“흠..그도 그렇군.”

그 말을 끝으로 둘 모두 생각에 잠겼다. 마땅히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 듯 사쿠라는 혼자 끙끙거리며 머리를 싸맸다. 떠오르는 이름 모두 너무 남자아이 같거나 여자아이 같은 느낌의 이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들인지 딸인지 알아보자고 할걸. 방금 전 멋있는 말을 외쳐놓고 지금와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부터 알아볼까?라고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 사쿠라는 더욱 더 깊은 고민에 잠겼다. 중성적이지만 귀여운 그런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게 떠오르지 않았다.

“사라다..어떤가?”

“사라다?”

“응, 사라다. 네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합쳐서 사라다.”

“흐음...사라다라..”

심판대에라도 올라간 듯 사스케는 마음을 졸이며 사쿠라의 반응을 살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때 보다도, 아니 사쿠라에게 프로포즈 했던 거 빼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사스케의 긴장을 날려버리듯 사쿠라는 시원하게 말했다.

“좋다! 귀엽고! 남자여자 구분 안해도 되는 이름이고! 그러면 사라다로 결정!”

“그렇게 쉽게 정해도 되는건가?”

“뭐-아무렴 어때! 사스케군이 지어준 이름이니까 괜찮을 거야.”

당당하게 외치는 사쿠라의 말에 사스케는 어쩔수 없단 듯이 피식 웃었다.

“당신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

다시금 입을 맞춰오는 사스케에 사쿠라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당신!”

잘 곳을 정리한 후 주변을 탐색하던 사스케를 큰소리로 부르는 목소리에 사스케는 부리나케 그녀의 옆으로 달려왔다.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걱정하며 그녀의 옆으로 재빠르게 다가갔다. 그런 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쿠라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스케는 한숨을 내쉬며 가쁜 숨을 골랐다.

“방금! 사라다가 움직였어! 이리 와봐.”

그 말이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지 사스케가 순간 얼어붙었다. 엉거주춤 자신의 옆으로 와 앉는 사스케를 보며 사쿠라는 더욱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배로 갖다 댔다.

“봐봐, 당신. 사라다, 네 아빠가 너 빨리 보고 싶대.”

사쿠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기도 그렇다고 대답하듯 사쿠라의 배에 통통 거리는 진동이 울려 퍼졌다. 그 진동에 사스케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쿠라의 배와 사쿠라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사스케를 보며 사쿠라는 웃었다.

“자, 당신도 한번 불러봐. 분명 좋아할 거야.”

“....사라다..?”

사스케의 한마디에 아까보다 더 격렬한 진동이 사쿠라의 배를 통해 전달되었다. 자기도 아빠를 보고 싶다고 발버둥을 치는 것 같았다. 그 진동이 신기해 사스케는 사쿠라의 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안에 그와 그녀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새로운 생명이 그녀의 몸 안에서 자리잡고 있었다. 그 사실이 사스케 안에 무언가를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사스케는 사쿠라를 와락 끌어안았다.

“사쿠라. 고마워.”

그 말에 사쿠라는 눈을 크게 뜨고 두어번 깜빡였다. 이내 살짝 들썩이는 사스케의 등을 보곤 사쿠라도 그를 끌어안고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천만에, 사스케군.”

"..계속 사스케군이라고 부르는건가?"

"헤헤. 그치만 이미 습관이 되버렸는걸."

"그런가."

"그렇지."

실없이 이어지는 대화에 팔을 풀고 눈을 맞춘 둘은 기분 좋게 웃었다. 둘의 웃음소리가 고요한 밤을 떠들석하게 만들자 하늘의 달이 그 웃음소리에 화답하듯 부드러운 달빛을 내려보냈다.












험한 길을 걷기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앞서 걷고 있던 사스케는 뒤에서 들린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 사쿠라!?”

그의 뒤에는 제 자리에 주저앉은 사쿠라가 배를 부여잡은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흑...으윽...지...진통이...”

사쿠라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에 놀란 사스케가 빠르게 사쿠라를 안아들고 뛰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도와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은 딱 하나 뿐이었다.




“이대로는 안돼. 산모와 아기 둘 다 위험하다고!”

사쿠라의 귀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사쿠라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생각했다. 누구지? 그 뒤로 이어지는 낯익은 남성의 목소리에 한순간 긴장으로 몸을 경직시켰던 사쿠라는 살짝 몸에 힘을 뺐다. 두 남녀가 큰 소리를 내며 자신의 옆에서 싸우고 있었다. 한참을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던 사쿠라는 불현 듯 깨달았다. 아. 카린이구나. 

“사쿠라? 사쿠라!”

실눈을 뜬 사쿠라를 발견한 사스케는 빠르게 사쿠라 옆에 와 앉아 사쿠라를 불렀다. 산모를 배려해서인지 사쿠라가 있는 곳의 불빛은 그닥 밝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이 하얗게 보이는 것을 느끼며 사쿠라는 무언가를 직감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눈을 계속 깜빡이다보니 잘 맞지 않던 초점이 점점 맞아들어갔다. 어느 정도 주변의 물건들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사쿠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울상이 된 사스케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그의 표정이, 어릴적 봤던 그의 표정과 똑같아 안쓰러웠다. 좀 더 자세히 그의 얼굴을 보고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시야가 자꾸 검게 변했다 제대로 보였다를 반복했다. 사쿠라는 금방이라도 놓아버릴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들며 어두워진 시야로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사...스케...군.”

“사쿠라, 조금만 더 버텨라!”

“하나만, 약속해줘... 우리 애, 사라다... 잘 돌봐줘.. 혼자 두지 말고..“”


알고 있어, 사스케군?

꽃이 지고나면 그 자리엔 열매가 맺어.

꽃이 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열매가 맺을 수 없겠지.


“사라다를.. 잘 부탁할게.”


지금이 그때인거야.

새로운 생명이 무사히 태어날 수 있도록 내가 떠나야할 때가 온 거일 뿐이야.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마.


“사스케군...울지마..”

“사쿠라!!”

“사스케! 이대로 가면 둘 다 죽어! 둘 중 한쪽을 택해야해!”

카린의 다급한 목소리가 사스케와 사쿠라 모두에게 날아 박혔다. 어쩔줄 몰라 흔들리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사쿠라는 마음을 다잡았다. 사스케의 입에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사쿠라의 말이 그를 가로막았다.

“사쿠라를-”

“사라다를, 우리 아이를 살려줘.”

사쿠라의 말에 사스케가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사쿠라를 쳐다보았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 표정에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사쿠라는 마음을 다잡으며 잘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힘겹게 올려 미소지었다.

“난..괜찮아. 너와 함께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 아이를 위해서니까.”


우리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죽는다 해도 괜찮아. 네 옆에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넌 따스한 사람이니까 우리 아이도 잘 키워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 아이라면 네게 가족의 따스함을 다시 느끼게 해줄테니 너도 괜찮겠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인지 옅고 빠르게 호흡을 내뱉는 사쿠라를 보며 사스케는 절규했다.

“아니야. 안 돼, 사쿠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꺼야. 제발!”

“사스케군. 난 정말 괜찮아. 무섭지 않아. 네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해.”


사스케군, 부디 잘 지내줘.

더 이상 내가 너의 분홍빛이 되어주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내가 너의 유일한 동반자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소중한 것이 남아있으니까

함께 했던 시간들도, 함께 했던 얘기들도 전부 네 마음속엔 남아있을텐까

그리고 우리 아이, 사라다가 이제 네 곁에 있을테니까

부디 잘 지내주길 바라.


사랑하는 우리 아이, 사라다.

앞으로 네가 겪을 많은 일들을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네가 기억도 하지 못할 날에 먼저 떠나버리게 되어서 미안해.

하지만 한가지만 알아주렴.

난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너를 사랑하게 될거야.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란다.

너는 많은 사랑을 받을 아이란다.

그러니 너도 사랑을 아는 사람이 되어주렴.


항상 그대들의 삶이 아름다운 봄날같기를.

언제나 바라고 있을테니까. 



“울지마..당신..”

사쿠라는 힘겹게 손을 들어 올려 사스케의 두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울지말라는 말과 다르게 사쿠라의 눈가에도 약간의 물기가 어려있었다. 사스케의 손이 힘이 들어가지 않아 덜덜 떨리는 사쿠라의 손을 감싸잡았다. 그녀의 손은 매우 차가웠다. 평소 그녀의 손은 항상 사스케의 손보다 따뜻했는데 지금은 너무 차가웠다. 그녀에게서 온기가 사라져가는 것이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것처럼 느껴져 사스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사쿠라의 손을 붙잡고 흐느꼈다. 그런 사스케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사쿠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웃어보이는 것 밖에 없단 듯 처연하게 미소지었다.


사스케군.

넌 이미 잊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래전 내가 너에게 말했던대로.

내가 너에게 제대로 된 행복을 전해줄 수 있었던걸까나.


“지금까지 고마웠어, 사스케군. 사랑해.”



한창 따스하던 봄날, 먼저 피었던 꽃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맺었다.

떨어진 꽃잎 위를 한 남자의 눈물이 고이 덮었다.

끝을 슬퍼하는 울음과 시작을 기뻐하는 울음이 겹쳤던 날, 그들의 딸 사라다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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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주어요

더 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이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름답기를


<강인호 – 봄안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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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드디어 끝났내요! 사실 마지막에 저 시를 보고 이 내용이 떠올라서 쓰기 시작한거였는데 이래저래 참 오래걸렸네요..ㅋㅋㅋ

이 글은! 전에 아델리아님과 트위터에서 풀었던 썰을 기반에 두고있습니다.

사실 아델리아님과 풀었던 썰은 이 글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에요. 사쿠라가 난산으로 죽고, 홀아비가 된 사스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지만 딸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사쿠라에게 잘해주지 못했던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사스케! 이런 썰이었는데 썰 푼거 글로 쓴다고 해놓고 앞부분 내용을 써버렸네요ㅋㅋㅋㅋ 뒷부분은 아델님께....!! (아델님 : ???????????(날벼락

장난입니다 스릉합니다 아델님



글 읽어주신분들도 스릉합니다 사쿠라를...먼 세상으로 보내버려서...(죄책감....

다음 글은 꼭 해피해피한 엔딩의 글을 쓰고싶네요

상편과 하편사이의 간격이 길었는데 기다려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읽어주신 분들도 감사해요!

다음 글은 좀 빨리 써올수있길....!!!!










BGM 틀어놓고 감상해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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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편입니다. 다음편은 나중에 올라옵니다.

* 원작파괴 주의! 전에 트위터에서 아델리아님과 풀었던 썰을 소재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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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마음속에서 피어난 감정은 기쁨이나 설렘 같은 따스한 것들이 아니었다. 당혹감과 걱정으로 점철 된 두려움이 내 마음을 시커멓게 죽 내리그었다. 너의 옆에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얻어내긴 했지만 아직 네가 날 완전히 받아들인 것이 아니란걸 알기에 이 일로 인해 네가 더 이상 날 네 옆에 두지 않을까 두려웠다. 넌 물 위에 비친 달과 같아서 눈앞에 있지만 손을 뻗어도 잡히진 않던 사람이라 물 위로 던져진 새로운 생명이라는 돌로 인해 파문을 일며 부스러질까 무서웠다. 내 안의 이 생명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없애버릴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없애면 아무런 저항 없이 사라져버릴 생명체이지만. 이 생명은 내 아이였다.


 그냥 단순히 하나의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아이였다. 내 아이라고 인식한 그 순간부터 난 이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버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너에게 이 사실을 전할 용기는 여전히 나질 않아 내 속에만 몰래 숨겨두기로 했다. 한동안은 이 아이가 내 안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 티 나진 않을 테니까. 조금만, 조금만이라도 더 너의 곁에 있고 싶었으니까. 숨길 수 있을 때까지만 버티고 너의 곁에 있다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워졌을 때, 그 때 너의 곁을 떠나리라 다짐하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어보였다. 네가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평소와 똑같이 활기차게 너에게 인사하고 먼저 앞으로 걸어나 가버리는 너에게 달려가 팔짱을 끼고 네 옆에 앉아 반짝이는 밤하늘을 감상했다. 위태롭던 평화는 자신의 존재를 아빠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에 의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웁!”


 평소와 같이 마주앉아 저녁식사를 하던 중 사쿠라는 밀려오는 토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근처 풀숲으로 달려갔다. 예상치 못한 사쿠라의 행동을 멍하니 보고 있던 사스케는 곧 정신을 차리고 사쿠라를 쫓아갔다. 어떤 나무 근처에 앉아 토악질을 해대는 사쿠라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다가가던 사스케는 그녀의 외침에 발걸음을 멈췄다.


 “오지마!”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사스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처음으로 저를 밀어내는 사쿠라의 모습이 낯설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던 사쿠라가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러는 걸까. 이러저런 의문들이 마음속에 피어났지만 일단은 사쿠라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사쿠라.”


 한참을 제자리에 서 고민하던 사스케는 사쿠라를 부르며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내가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것은 나도 잘 안다. 난 항상 내 고민에 치여 너를 내버려뒀으니 네가 날 의지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치만 우린 이제 부부이지 않는가?“


 나무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사쿠라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사스케는 손으로 사쿠라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다정하게 쓸어주는 사스케의 손짓에 사쿠라의 속이 좀 진정된 듯 계속되던 토악질이 사그라들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쿠라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내렸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관계이다. 넌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너는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다. 제일 믿고 있는 사람이다. 가장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도 너에게 의지가 되고 싶다. 요즘 좀 이상해보여 물어볼까 했지만 너무 위태로워 보여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사쿠라. 무슨 일인지 내게 말해줄 순 없나?”


 다정하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목소리가 사쿠라를 끌어안았다. 예상치 못한 사스케의 말에 사쿠라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사스케는 훨씬 더 자신을 생각해주고 있었다. 딱 한마디면 전할 수 있는데 그 한마디를 꺼내는 것이 너무나 힘겨워 사쿠라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목에 투명한 막이 씌워져있기라도 한 듯 마음속을 맴도는 그 말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사스케는 조용히 흘러내리는 사쿠라의 눈물을 닦아주곤 사쿠라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고개를 들어 사스케를 쳐다보도록 만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눈동자와 투명하게 비치는 녹색 눈동자가 마주치는 순간 마법이라도 걸린 듯 나오지 못하고 있던 그 말이 사쿠라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기가...생겼어..”


 사쿠라는 차마 사스케의 표정을 볼 용기가 들지 않아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둘 사이엔 침묵만이 맴돌았다. 사쿠라의 볼에 올려져있는 사스케의 손에서는 조금의 떨림도 없었다. 한참이 지나도 사스케가 아무런 말이 없자 사쿠라는 살짝 실눈을 떠 사스케를 쳐다보았다. 사쿠라의 예상과 달리 사스케의 눈에는 당황이라던가 거부감이라던가 하는 그 어떤 것도 서려있지 않았다. 그저 사스케의 눈가에 눈물만이 맺혀있을 뿐이었다. 상상하지도 못한 그의 눈물에 사쿠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번이나 사스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사쿠라는 이를 어쩌지라고 생각하며 허둥대다 사스케를 와락 끌어안았다.


 “저..사스케군..그..싫으면...”

 “사쿠라. 고마워.”


 사스케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사쿠라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안에 완전히 가뒀다. 사쿠라는 고맙다는 사스케의 말이 무엇에 대한건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싫어할 리가 없지 않은가.”

 “....!”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사쿠라는 그의 옷가지를 쥐어 잡았다. 사쿠라를 감싸고 있는 그의 몸은 따뜻했다. 아무 말 없이 사스케를 끌어안고 있던 그녀는 울먹였다.


 “그러면...나 계속 사스케군의 옆에 있어도 괜찮아? 방해...되지 않아..?”

 “나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연히 옆에 있어도 된다, 사쿠라. 그리고 네가 내게 방해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쿠라의 물음에 사스케는 사쿠라를 좀 더 힘주어 안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에 사쿠라의 속에 지금까지 막아두었던 설움이 터져 나왔다.


 “무...무서웠어. 사스케군이, 사스케군이 아이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할까봐. 방해된다고 할까봐.”

 “그렇지 않다, 사쿠라. 매우, 정말로 매우 기뻐, 사쿠라. 고맙다.”

 “정말..정말로?”

 “응. 정말로. 너만 괜찮다면 낳아주지 않겠나? 우리 둘의 아이.”

 “응..응.”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사쿠라.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사쿠라. 앞으로 내가 더 노력 할 테니 우리 아이, 둘이서 함께 잘 키우자.”


 사스케는 계속 훌쩍이는 사쿠라를 끌어안으며 조곤조곤 따스한 말들을 속삭였다. 사쿠라는 눈물을 멈추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었다를 반복했지만 사스케가 우리 아이라고 말할 때마다 눈물이 터져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가 둘을 묶어 우리라고 불러주는 것이 행복했다. 우리 둘의 아이로 인해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것이 행복했다. 우리 둘의 아이를 행복하게 받아들여 주는 것이 그와 나 사이의 사랑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행복했다.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일방통행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나의 사랑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오히려 고마운 쪽은 내 쪽이었다.


 “응...사스케군..나도 고마워. 우리 아이. 같이 잘 키우자.”


 사스케의 품에서 빠져나온 사쿠라는 발갛게 부운 눈과는 상방되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사스케는 살짝 입가를 끌어올리며 사쿠라에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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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편으로 나눠서 올리게 되네요..ㅋㅋㅋㅋㅋ

한번에 올리려했는데 흑흑ㅠㅠ다음편..빨리 쓸수있길 빌어주세요..


그리고 이번엔 대사부분 다 한줄 띄어서 써봤는데 어떤게 읽기 편한가요?? 전에 글들은 대사부분 다 붙여서 썼는데 컴터로 볼때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것같아서 한번 띄어봤어요. 그냥 붙여서 쓰는게 더 읽기 편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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