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능하면 BGM 재생해주세요.


* 사쿠라 사망소재

* 사스케와 사쿠라가 결혼하긴 했지만 사라다를 임신하진 않았고, 사스케와 사쿠라가 같이 여행을 간 적도 없다는 설정입니다.

* 원작과 다른 설정이 많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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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가 죽었다.



사인은 과다출혈.

배에 수리검이 박힌 채 발견되었다.

자살이었다.



가장 먼저 사쿠라를 발견한 것은 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사스케였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사스케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사스케를 덮쳐오는 냉기와 쇠냄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사스케는 한동안 멍하니 문앞에 서있었다. 그러다 늦어도 지금쯤이면 나타났었어야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집안으로 뛰쳐들어가며 외쳤다.

"사쿠라!"

부엌, 거실, 화장실 그 어디에도 사쿠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사스케는 침실 문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고 심호흡을 내쉈다. 문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사스케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인기척을 지운 실력자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스케는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서서히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방안을 확인한 순간, 사스케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붉다.

붉디 붉은. 아니 붉다 못해 검은. 검디 검은 색들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것들이 사쿠라를 좀먹고 있었다. 

강렬한 색채에 사스케의 머릿속이 침식되어가는 것 같았다. 

검붉은 액체. 쓰러져있는 사람. 어릴적 봤던.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 그것과. 같은. 그때와 똑같은. 그 색채.

사스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쓰러져있는 사쿠라를 안아들었다. 사쿠라의 몸은 이미 차디찬 상태였다. 사스케는 사쿠라를 안아든 채로 정신없이 병원을 향해 뛰쳐나갔다.




사쿠라의 배에는 여러번 수리검에 내리 찍힌 흔적이 남아있었다. 부검을 한 의사는 조금 더 일찍 발견했으면 목숨을 건졌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했다.

"왜 하필 그날이 휴일이어서.."

그 말을 들은 나루토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말했다. 옆에 서있던 이노는 조용히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이노의 등을 토닥이고 있는 사이도 주변이들과 같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영안실로 달려온 사람들의 반응들은 전부 비슷했다. 처음엔 사쿠라가 그럴리 없다며 장난은 그만치라며 먼저 와있는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 그 후 관안에 얌전히 누워있는 사쿠라를 보고나서도 그럴리 없다고, 네가 자살할리가 없지 않냐며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 그러다 곧 눈물을 흘리며 왜 그랬냐고 당사자에게 닿지 않을 질문들을 해댔다. 먼저 와있던 사람들이 그 사람을 달래주다, 결국 같이 울고, 다른 사람이 또 오고, 울고, 달래고, 울고, 달래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쿠라를 위해 울어주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사스케의 눈에선 눈물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사스케를 향해 몇몇 사람들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고, 너만큼은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며 울부짖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사스케의 멱살을 잡기도했다. 그 사람을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말리는 와중에도 사스케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울부짖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사스케는 위로의 말을 건내는 사람들에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카시나 나루토가 사스케를 위로해보기도 하고 화를 내보기도 하였지만 사스케는 모든 것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사람처럼 행동할 뿐이었다.나루토와 카카시, 이노 등 사쿠라의 친구들의 도움 하에 사쿠라의 장례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사쿠라의 장례가 끝난 후 사쿠라는 마을의 외곽쪽, 한 작은 나무 옆에 묻혀졌다.








사쿠라를 묻고 한달정도 지났을즈음, 사쿠라의 묘 옆에 

새하얀 

동백꽃이 

피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쿠라의 묘 옆에 있던 나무는 지금껏 꽃을 피운적이 없는 나무였으니까. 하얀 눈 위에 피어 있는 흰 동백꽃은 소름끼칠정도로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모두 사쿠라의 혼이 피운 꽃일꺼라며 수군거렸다. 그 소문을 사스케가 듣지 못한 것은 아니나 애당초 사스케는 그런 초현실적인 것들을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스케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단 한문장으로 모든 소문들을 뭉그뜨렸다.

사쿠라가 죽은 후, 사스케는 여행을 떠나는 것을 그만뒀다. 대신 매일 사쿠라의 묘를 찾아갔다. 살아있을 적 사쿠라를 잘 챙겨주지 못한것에 대한 속죄라도 하듯이.

"사스케."

"...이노인가."

묘비에 적힌 사쿠라의 이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사스케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거기엔 이노가 서있었다. 이노는 살짝 웃으며 작게 손인사를 하곤 사쿠라의 묘비를 향해 걸어갔다. 묘비에 다다르자 이노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 앞에 앉아 묘비 위에 쌓인 눈을 털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사스케는 아무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듯 사스케를 쳐다봤다 그만뒀다 하며 눈을 굴리던 이노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사쿠라를...사랑했니?"

"....."

사스케는 말없이 시선을 묘지쪽으로 돌렸다. 이노도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는지 그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너..백동백의 꽃말이 뭔 지 알아?"

"...?"

"이거, 빌려줄테니까 집에 가서 찾아봐."

그렇게 말하며 이노가 사스케에게 내민 것은 꽃 도감이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스케의 손에 책을 건내주었다. 꼭 읽어봐야한다고 당부를 하며 이노는 멀뚱히 서있는 사스케를 뒤로하고 마을을 향했다. 사스케는 그녀를 쳐다보다 곧 묘비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에 밤의 치마자락이 넘실거리고 달빛이 그 위를 감싸안을 때 쯔음 사스케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들어온 사스케는 이노가 빌려준 책을 아무렇게나 내팽겨치고 침대로 가 누웠다. 

머리속이 복잡했다. 묘지에 있는 동안 몇번이고 책을 펼쳐보려 했지만 내키지 않아 그만뒀었다. 이런 책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별로 알고싶진 않았다. 그냥 아무런 생각도 하고싶지 않았다. 더이상 그녀와 관련된 일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스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이 물먹은 솜처럼 몸이 축 쳐졌다.




꿈을 꾸었다.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어둠이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간 미칠것 같아서, 무작정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고 걷고 걸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 슬슬 꿈에서 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어차피 따로 갈만한 곳도 없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빛을 향해 걸어갔다.

어느정도 빛이 나는 곳에 가까워졌을 때 그곳에 누군가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건 분명...

익숙한 모습에 걸음이 빨라졌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사라질것 같아서. 그대로 놓쳐버릴것 같아서. 빠르게 걷다못해 뛰기 시작했다.

간신히 다다른 그 곳에는 분홍 머리의 여인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채 눈물만 뚝뚝 떨어뜨리며 서있었다.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려했지만 여인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눈물 가득한 눈으로 시선을 맞춰왔다.

달디단 애정만을 담고있던 눈에 쓰디쓴 원망을 담고 있었다.

싱그럽다고 생각했던 녹빛 눈은 말라죽어가는 나무마냥 거무죽죽한 빛을 띄고 있었다.

한걸음 다가가면 여인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리 다가가려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꿈에서 헤어나왔다.

누워있던 이불이 축축했다.

뭔가가 잘못됐다.

사스케의 머리속에는 딱 한가지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뭔가가. 잘못됐다. 무언가가. 잘못 되어가고있다.


사스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허겁지겁 아까 들고왔던 책을 찾았다. 들고왔을 때 아무렇게나 내팽겨쳐뒀던 탓인지 책은 바닥에 펼쳐져 엎어진채로 놓여져 있었다. 그는 펼쳐진 책을 그대로 들어올렸다. 마치 그가 책을 펼쳐보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펼쳐져있는 책의 한 페이지에는 하얀 동백이, 옆의 페이지에는 붉은 동백이 그려져 있었다. 

그곳에 써있는 백동백의 꽃말은...



당신은 나의 사랑을 경멸한다.



책에 쓰여진 꽃말을 읽은 사스케는 그대로 책을 집어 던지고 문을 부술듯이 열어재끼며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이건 그가 원한 상황이 아니었다. 

사스케가 정신없이 뛰어간 곳은 사쿠라의 묘지였다. 그는 이제껏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묘 옆에 피어있는 하얀 동백꽃을 향해 다가갔다. 

사스케는 수리검을 꺼내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그리고는 하이얀 꽃잎을 붉그죽죽한 피로 물들여갔다. 

꽃잎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새빨간 빛으로 변색되어갔다.

붉게 물들어가는 꽃잎들을 보며 사스케는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아니다. 아니야, 사쿠라. 그렇지 않다.

나는 너의 사랑을 경멸하지 않았다.

그러니 제발...

날 그렇게 보지 말아줘.

날 용서해줘.

날 사랑해줘.

제발. 제발 사쿠라.

네가 다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떠났다.

상처 입히는게 나라는것도 모른채.

내가 떠나서 더 상처입을 거라는 것도 모른채.

내가 잘못했다. 전부 잘못했다.

그러니 제발 날 용서해줘.


사스케는 닿지 않을 사과의 말을 계속 중얼거리며 손목을 또 한번 그었다. 모든 꽃송이가 붉은 빛을 띌 때 쯤, 그는 하던 행동을 그만두고 사쿠라의 묘를 향해 걸어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쿠라. 적동백의 꽃말은 뭔지 아는가."

지금껏 한번도 흘리지 않았던 그의 눈물이 터져나왔다. 물기 가득한 목소리는 그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하고 꺽꺽 거리는 소리만 냈다. 사스케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는 팔을 들어 사쿠라의 묘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정말로 사랑스럽다는듯. 그녀의 머리조차 쓰다듬어준 적 없었던 사스케는 그녀의 묘를 쓰다듬고 있었다.


"붉은 동백의 꽃말은...그대를 그 누구보다 사랑합니다...이다."

그래. 사쿠라. 나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다.

심지어 너의 부모님보다도 널 사랑하고있다.

네가 나에게 하얀 동백을 던진다 하여도, 너에겐 붉은 동백을 들려줄 테니.

그를 위해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바칠테니.

그러니 제발. 이렇게 부탁할테니.


사쿠라. 너마저 날 두고 가지 말아줘.





평소처럼 연습을 땡땡이치고 옥상에 누워있는 아오미네는 평소와 달리 잔소리도 안하고 핸드폰만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는 모모이가 신경쓰여 미칠 지경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빨리 연습하러 가라고 옆에서 귀따갑게 뭐라뭐라 했어야하는데 왜 아무런 말도 없이 히죽거리는걸까. 결국 침묵의 압박을 참지 못하고 아오미네가 입을 열었다.

"뭐가 좋아서 헤벌쭉하고있냐. 파리 들어가겠다."

그 말에 모모이는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 아오미네를 쳐다봤다. 잔소리가 시작 되겠군 싶어 눈을 감았던 아오미네는 예상과 달리 아무말도 들려오지 않자 눈을 떠 모모이를 쳐다봤다. 모모이는 이름마냥 얼굴이 복숭아처럼 불그스름해진채로 핸드폰을 쳐다보고있었다.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데이트?"

"응, 데이트."

아오미네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나도 모르는 새에 모모이에게 남자친구라도 생겼나라고 생각했다.

"누구랑?"

"테츠군이랑."

"아, 그래. 테... 뭐라고????"

모모이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아오미네는 화들짝 놀래며 몸을 튕기듯 일으켰다. 그러고는 험악해 보일정도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모모이를 쳐다봤다.

"테츠군이랑 데이트 하기로 했어."

"테츠랑!?"

"응, 테츠군이랑."

"언제!!"

"오늘 동아리 활동 끝나고."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아오미네를 보며 모모이는 태평하게 대답했다. 모모이의 대답에 아오미네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결심한 듯 모모이를 보며 선언했다.

"나도 간다."

"뭐!?? 아오미네군은 안와도 되는데.."

"갈꺼야."

"모처럼 나랑 테츠군이 데이트 하는거니까 오지 말라는거잖아."

모모이는 괜히 말했다고 생각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런 모모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오미네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할 얘기는 끝났다는듯 누워있던 곳에서 내려가 옥상 문을 나가며 모모이에게 말했다.

"됐고 나도 갈꺼니까 그렇게 알고있어."

"아오미네군!"

모모이의 외침을 뒤로하고 아오미네는 교실을 향했다.






"테츠구운- 기다리고 있었어?"

"아,모모이씨 지금 오셨.."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인사를 건내려던 쿠로코는 모모이의 뒤에 보이는 인영을 보곤 뒷말을 삼켰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상당히 놀랬는지 쿠로코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오미네군?"

"정말인지...따라오겠다고 박박 우겨서 어쩔수 없었어, 테츠군"

모모이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런 모모이와 아오미네를 번갈아 쳐다보던 쿠로코는 어찌 된 일인지 대강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곤란하다는 감정이 묻어나오고 있어, 이에 괜히 심술이 난 아오미네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뭐. 내가 와서 싫냐?"

"아니 그런건 아닙니다만..."

"둘이 만나는데 내가 방해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거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뉘에 뉘에- 이 방해꾼은 본연의 역할을 다 하기위해 두분을 끝까지 쫓아다니며 방해할 생각이랍니다아-"

입을 삐죽이며 말하는 아오미네를 보며 쿠로코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는 것을 보며 귀여워 하는듯한 미소여서 아오미네는 괜히 더 심통이 났다. 


그래, 너도 나를 방해꾼으로 본다 이거지. 그래도 나름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말 한마디 없이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다니. 나는 아직 마음에 드는 여자도 없는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더 화가 나는 기분이어서 자신을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는 쿠로코를 무시하고 입을 더 삐죽거렸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모모이는 쿠로코의 팔에 팔짱을 끼고 앞으로 잡아끌며 말했다.

"어휴, 몸만 컸지 하는 짓은 완전 애라니까. 테츠군, 신경쓰지말고 우리 둘이 가버리자."

모모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오미네의 기분이 땅으로 추락하는것 같았다. 아오미네는 빠른 걸음으로 둘 사이를 가로질러갔다.

"뭐야, 아오미네군! 왜 하필 거기로 지나가는건데!"

뒤에서 모모이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오미네는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다. 일단 따라가자는 쿠로코의 말에 모모이는 한숨을 쉬며 아오미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걸었는데도 뒤에서 아무런 얘기도 꺼내지 않자 혹시 자기를 안따라오고 있는건가하는 불안감에 아오미네는 흘끔 뒤를 돌아봤다. 돌아보니 쿠로코가 모모이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이는 모습이 보였다. 배알이 꼴리는 기분에 아오미네는 홱하고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둘이서 속닥속닥. 아주 사이가 좋고만 그래. 분명 원래도 사이가 좋았지만 저정도 관계는 아니었던

것같은데. 그래 둘이 사이가 좋을 수 있지. 근데 자기한테 안들리게 계속 둘이서 귓속말을 해대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쩐지 저 둘이 자기를 따돌리는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저건 실제로 자기를 따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둘의 데이트를 방해한건 자신의 잘못이긴 하지만 그래도 둘 다 친구인데 같이 놀아줄 수도 있지 너무 쪼잔하게 구는거 아닌가?


속으로 꿍얼대며 계속 앞을 향하던 아오미네의 발걸음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해 멈춰졌다.

"어쩔수 없네요. 일단 뭐라도 먹으러 가지 않겠습니끼?"

"그거 좋네. 테츠군은 어디가 좋아?"

"음..마지바가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요?"

"그렇긴하지. 그럼 마지바로 결정!"

모모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지바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쿠로코도 모모이를 따라가려하다 제자리에 멀뚱이 서있는 아오미네를 발견하곤 말을 걸었다.

"아오미네군은 안갑니까?"

"갈꺼야."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자기를 노려보는 아오미네를 보며 쿠로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워죽일듯한 눈빛을 쿠로코에게 보내던 아오미네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으며 마지바를 향했다.




가게에 들어와 자리를 맡은 후에도 아오미네의 얼굴은 펴질줄을 몰랐다. 슬쩍 아오미네의 눈치를 살피던 모모이는 자기가 주문해 오겠다며 자리에 둘만 남겨놓고 가버렸다. 어색한 침묵만이 둘 사이를 감쌌다. 아오미네는 자신의 얼굴에 와닿는 쿠로코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지만, 절대 네 얼굴따위는 보지 않겠다는 듯 턱을 괸 채 창밖만 보고 있었다.

"아오미네군."

쿠로코는 항상 그랬듯 조용한 목소리로 아오미네를 불렀다. 바로 앞에 앉아 안들릴리가 없는데도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 무시하고 있었다. 쿠로코는 그런 아오미네를 지긋이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아오미네가 대답해 줄 생각이 없다는걸 눈치 챘는지 아까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아오미네를 불렀다.

"아오미네군?"

"왜."

아까보다 더 퉁명스러워진 목소리에 쿠로코는 살짝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삐진거 안풀렸습니까?"

"나 안삐졌거든."

"삐진것 같은데요."

"아니거든."

왜 자꾸 저 이는 자기의 속을 박박 긁는걸까. 아오미네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짜증날 판에 자꾸 삐졌냐고 물어보니 더 짜증이 치솟았다. 안삐졌다면 안삐진거지 그걸 왜 또 집요하게 물어보는 것인가. 그리고 진짜로 삐졌다하더라도 삐진것 같으면 풀어줄 생각인 할것이지 왜 저리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삐졌냐고 물어보는 것인가. 여러 생각을 하며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데, 쿠로코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툭 내뱉었다. 

"얼굴에 나 삐졌음이라고 써져있습니다."

"이...그래 삐졌다!! 어쩔래!"

결국 울컥한 아오미네가 성질을 내며 소리쳤다. 큰 소리에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아오미네는 신경쓰지 않고 씩씩 거리며 화를 삭히고있었다. 그런 아오미네를 보며 정말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쿠로코가 물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삐진겁니까?"

"...몰라."

대강의 이유는 알겠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뱉었다간 창피해서 죽어버릴거라고 생각하며 아오미네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아오미네를 응시하던 쿠로코는 한숨을 내쉬며 타이르듯 얘기했다.

"정말인지. 아까 만났을때 안반겨줘서 그러는겁니까?"

그 말이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아오미네 주위의 기운이 험학하게 변해갔다. 그런 아오미네를 보며 예나 지금이나 덩치만 큰 애같다고 생각하며 쿠로코는 말했다.

"아오미네군 온게 싫어서 그런게 아닙니다. 방해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럼 왜 아까 나도 같이 온거 봤을 때 왜그리 곤란한 표정을 지었냐?"

"그건.."

질문에 대답해주고 싶지 않았는지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시선을 피했다. 대답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끈덕지게 따라붙는 시선에 쿠로코는 얕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말 안해주려 했는데 어쩔수 없네요. 사실 오늘 모모이씨랑 보기로 했던거, 아오미네군 선물 사려고 그런겁니다."

"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아오미네는 턱을 괴고있던 손에서 얼굴을 떼고 커진 눈으로 쿠로코를 응시했다. 쿠로코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이어지는 쿠로코의 말에 그 생각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아오미네군이 저번에 카가미군에게 농구화를 빌려줬으니 뭔가 보답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오미네군이 뭘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모모이씨에게 선물 고르는거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만난겁니다. 그런데 어디 사는 눈치도 없는 바보가 끼는 바람에 만나려던 원래 목적은 달성하지도 못했네요."

쿠로코의 자세한 설명에 아오미네는 꿀먹은 벙어리가 된 듯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면 데이트 아니야?"

"네?"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에 아오미네도 쿠로코도 당황한 눈치였다. 

이렇게 물어보면 쿠로코도 자기가 왜 삐졌는지 알아챌 것 같아서 안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걸 알기에 아오미네는 글렀다는 듯 자신의 뒷통수에 한 손을 갖다대며 한숨을 쉬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확답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오미네는 아까와 달리 명확한 발음으로 다시 물었다.

"데.이.트. 하려고 만난거 아닌거냐고."

"네, 데이트하려고 만난거 아닙니다."

쿠로코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아오미네는 만족한듯 씨익 웃었다. 그러곤 쿠로코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됐어."

때마침 모모이가 음식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아오미네는 모모이가 건내준 햄버거를 받자마자 재빠르게 먹어치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간다."

"어..? 어? 아오미네군!"

당황한 표정의 모모이를 재쳐두고 아오미네는 허리를 숙여 쿠로코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선물 기대할게, 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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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흑도라고 하긴 애매해서 청흑으로...

아마 청봉이는 바보니까 자기가 짜증나는게 질투때문이란것도 잘 모르고있겠죠ㅋㅋㅋㅋ 오히려 쿠로코가 먼저 눈치챌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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